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나에 대한 상대방의 사랑이든 상대방에 대한 나의 사랑이든 둘 다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나는 영원하지 않은 것에 매달려 구원받으려 했으니 그대로 지옥불 속에 살았다.
세상은 멈추지 않고 시간이 흐르고 어떤 것이든 그 모습은 세월에 따라 변하게 되어있다. 금수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는 데 고작 사람의 마음 따위가 영원하길 바라는 건 욕심인가 싶기도 한다.
심지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영원하지는 않은 일이며 꽤나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날씬한 사람이라도 거울을 보면 군살이 보이고 똑똑하다고 존경받는 사람도 모자란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안분지족 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존재할까? 나는 늘 자신이 부족하게 여겨지고 가끔은 나보다 나은 타인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내 신세에 한탄하며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할 때도 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굉장히 커다란 무력감을 느꼈다. 미칠 듯이 외로워졌다. 이 넓디넓은 세상에 영원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없다니.
사색의 시간 끝에 지금까지의 내가 커다란 이상을 품고 환상 속을 헤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원한 사랑, 순수함, 설레임, 진정한 이타심. 이 모든 건 내가 꿈꿔왔던 환상인 것이다. 환상과 현실 사이에는 두꺼운 장벽이 하나 놓여 있었고 나는 그 괴리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다.
거울을 보자 전에 보이지 않던 뾰루지가 하나 돋아나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조차 조금은 다르다.
그나마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나는 오직 나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웹소설을 보면 잘도 이 사람 저 사람 몸속으로 빙의하던데 현실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아쉽다.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은 나고, 나를 버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도 나다. 아무리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한들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는 내가 잘되길 바라는 애틋한 연민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있는 그 누군가 역시 결국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하며 영원하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 잠깐은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나누게 되더라도 완벽하게 서로가 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이런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알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진심으로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에 나는 이러한 진실을 이제야 제대로 깨달았다고 말하고 싶다.
다행인 것은 긍정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며 예전 같은 낭만은 사라졌어도 편리함을 남겼듯 관계에 있어서도 변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함께 수십 년을 살아온 금슬 좋은 부부라고 해도 사랑이 의리가 되고 정이 되고 연민이 되고 다시 사랑이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기에 계속 옆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남들은 나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 타인으로 부터 구원받길 원하는 낮은 자존감. 정신 속을 어지럽히는 나쁜 바이러스들이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고 우리는 각각의 개체일 뿐이다.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내일의 나는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