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중간관리자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1. 내 업무 파악하기
누구나 그렇듯, 입사 당시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분명히 신입 교육을 받으면서 내 직무 분야에 어떤 장비들이 있는지, 어떤 체계들이 조직 구석구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열심히 배우고 외웠는데. 막상 저기가 니 자리야 하고 앉아보니 내가 하는 일은 '사람관리'였던 것이다.
중간관리자는 사실 이름에 모든 기능이 다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
말 그대로 상급자와 부하직원 사이 '중간'을 잘 연결하는 일이다. 부하직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상세히 파악해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감독하고, 가끔 문제상황이 생기면 내용을 잘 정리하여 해결방안을 2-3개 정도 생각한 후 덧붙여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한다.
중간은 아래에서 위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아래로도 연결이 필요하다. 상급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부하직원에게 잘 하달해야 하며 이해시켜야 한다.
4년쯤 되니 이렇게 예쁘게 포장하는 능력도 생겼다.
실상은.
위에서 아래로 호통치는 걸 중간에서 다 받는 사람.
아래서 위로 생긴 불만도 잘 여과하여 이런 애로사항이 있다며 잘 전달해야 하는 사람, 차마 그럴 수 없는 부분은 '아유 윗분들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실 거예요'하며 중간에서 투덜거림을 받아줘야 하는 사람.
이 정도면 양반이다.
너는 중간에서 뭐 제대로 하는 게 없니 하며 '중간'인 나를 제외하고 위와 아래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순간, 나의 가치는 사라진다.
"앗 내가 필요가 없네^^" 하며 스리슬쩍 빠져 넌씨눈을 행사한다면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이 되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난 뭐 하는 사람이지.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지.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거지. 를 끝없이 나에게 질문했었다.
음, 나 자신이 회사생활에서 발전, 성장 뭐 그런 걸 중요시한다는 건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사실이었다.
조금 끔찍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