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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 뭐 할 거야?

포브스선정, 퇴사의사를 밝힌 후 피할 수 없는 질문 TOP1

by 이바다



있잖아, 나도 모르겠으니까 제발 그만 물어봐줄래


제목의 질문을 듣고 내가 눈으로 하는 말이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한다. 나보다 어른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라서.


그럼 정말 입으로는 어떤 대답을 하냐? 보통은 하하 그러게요, 어떻게든 먹고살겠죠 라며 넉살 좋게 넘어가고자 노력한다.


처음엔 정말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다 꺼내기도 했다.


일단은 제가 빵 만들고 먹는 걸 좋아해서요, 제빵도 배우고 그러면서 카페 알바도 꼭 해보고 싶어요! 특히 매번 신메뉴가 나오고 체계가 갖춰진 스타벅스에서 일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공부를 하고 나면 길게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데, 전 세계 문화가 다 모여있는 대도시인 뉴욕이나 시드니, 파리 같은 곳에서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배우는 게 꿈이에요. 그러다가 딱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으면 음식점을 하거나, 아이디어가 생기면 수입으로 들여오는 사업을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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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다섯 번째부터는 그만뒀다. '제빵', '카페'에서부터 '힘들겠네'라는 눈빛으로 끄덕거리다가 '스타벅스'라는 말을 듣고 그럼 그렇지 하며 딱하게 보는 눈빛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빛만 보내면 다행이다. 그게 얼마나 걸릴 것 같은데? 해외에서 살면 생활비 엄청 깨질 텐데 괜찮겠어? 아유 괜히 고생하지 말고 착실하게 지금 직장 다녀. 가만히 따박따박 돈 받는 게 최고야~

어쩜 다들 내 걱정을 그렇게 해주시는지.


그러다 보니 점점 내 입을 다물게 되었다. 심지어 엄마한테는 집에 갈 때마다 듣다 보니 이젠 정말 저 장황했던 버킷리스트를 내가 이룰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러니 퇴사를 결심했다면, 그 결심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길 추천한다.

그러나 이미 말했다면 반드시 당신도 듣게 될 저 질문에 잘 대비하거나, 잘 회피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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