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드러움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의 필사는 나를 다시 다짐하게 한다

by 봄날의꽃잎


아침마다 나는 가장 먼저 출근한다.

아무도 없는 공간, 고요한 새벽 공기가 남아 있는 어린이집에 커피 향이 퍼진다.

머그잔을 손에 감싸 쥐고,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천천히 한 모금 머금으면, 쌉싸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 퍼진다.

그 온기가 몸을 타고 퍼지며, 아직 열리지 않은 하루의 문을 부드럽게 두드린다.


이 순간이 좋다.

사람들이 오기 전, 분주함이 시작되기 전의 짧은 여유.

커피 한 잔이 주는 작은 위로가 내 안에서 퍼져나간다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이런 사소한 순간조차 지키지 못했던 걸까?

"바빠서", "여유가 없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같은 이유를 대며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미뤄왔다.

어쩌면 사소한 것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핑계’라는 이름 아래 숨어 있었던 게 아닐까.


오늘 아침 이 문장을 만났다.

"사소한 것을 보는 것을 밝음이라 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함이라 한다." (노자 52장)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이 강함이라니.

처음엔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강함과 부드러움은 정반대의 개념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짜 강한 것은 단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드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바위를 뚫고, 바람은 단단한 나무를 흔든다.

완전히 굳어버린 돌은 언젠가 부서지지만,

흘러가는 물은 길을 만들고,

부드러운 풀은 바람에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센 척,강한 척, 단단한 척하며 무조건 밀어붙이는 힘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오래 지속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날카로운 조언이 아니라

따뜻한 한마디일 때가 많다.

부드럽게 건네는 말이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부드러움이 단순한 나약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결국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바빠서’, ‘귀찮아서’라는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순간을 챙기고, 작은 여유를 지키며

내 안의 부드러운 힘을 길러보려 한다.


오늘도 나는 제일 먼저 출근해 커피를 내린다.

천천히 한 모금, 입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향과 쌉싸름한 맛을 느끼며,

부드러움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필사

#필사가 주는 힘

keyword
이전 21화"처음이라 서툴지만,그래서 더 특별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