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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서

엄숙한 법정에서의 호흡법

by 뉴욕 산재변호사

세상에는 경계 위에서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는 것들이 있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는 여명이 피어나고, 쉼과 움직임의 경계에서는 새로운 영감이 탄생한다. 우리 몸 역시 의식과 무의식, 통제와 비통제의 경계를 지닌다. 심장 박동이나 소화 활동처럼 우리의 의지가 미치지 않는 영역과 달리, 호흡은 그 신비로운 경계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숨을 쉬는 것을 종종 잊고 살아가지만, 마음만 먹으면 그 속도를 조절하고 깊이를 바꿀 수 있다.


우리의 몸은 경이롭고도 복잡한 시스템이다. 심장은 우리가 지시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뛰고, 폐는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멈추지 않는다. 이 모든 생명 활동은 ‘자율신경계’라는 보이지 않는 조타수의 지휘 아래 이뤄진다. 우리는 이 거대한 생명선의 승객일 뿐, 방향타를 쥐고 항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견고한 무의식의 영역에 유일하게 의식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호흡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쉴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행위는 우리의 의식이 자율신경계의 조타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그리고 이 통로의 가치는 법정과 같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유리알 유희"에서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되려는 자는 먼저 고요함의 명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고요함은 마치 바다가 비에 젖지 않듯 외부의 혼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평정심을 의미한다. 법정이라는 압도적인 상황 속에서도, 호흡은 우리의 의식이 고요함을 훈련하고 스스로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어준다.


비록 온라인이기는 해도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공기는 무겁고, 판사의 엄숙한 목소리는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게 한다. 상대방 변호사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스트테스 그 자체이다. 히어링 이후 닥칠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몸을 '투쟁-도피' 모드로 전환시키고, 숨은 얕고 빠르게 변한다. 이 악순환 속에서 이성적인 사고는 커녕, 목소리마저 떨리게 된다.


이처럼 모든 통제력을 상실한 듯한 순간,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 호흡은 이 혼란 속에서 나를 평온함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얕고 빠른 호흡은 불안을 가중시키지만,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면 우리는 긴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들숨보다 두 배로 긴 날숨은 '휴식'을 담당하는 부교감 신경계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한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로,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심박수와 혈압이 자연스럽게 낮아져 몸 전체가 이완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길고 깊은 날숨은 빠르게 뛰던 심장 박동을 자연스럽게 낮추고, 곤두섰던 신경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법정에서 안정을 찾는 호흡법은 아래와 같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코로 약 4초 동안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약 2초 동안 숨을 잠시 멈춘다.

입으로 약 8초 동안 길고 부드럽게 숨을 내쉰다. 모든 긴장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상상한다.

이 과정을 3~5회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에 놀라운 변화가 찾아옴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고요한 항구로 들어서는 배와 같이, 나의 몸과 마음은 점차 안정감을 되찾게 된다.


법정에서의 호흡법은 단순한 신체적 이완을 넘어선다. 그것은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용기와 명료함을 제공하는 마음의 방패가 된다. 호흡에 집중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 내면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숨을 들이마시는 동안에는 '자신감'을, 내쉬는 동안에는 '두려움'을 밖으로 내보낸다고 상상한다. 비록 단순해 보이기는 해도 이러한 행위는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더 명확하게 인지하게 돕는다. 그 결과, 나는 더 침착하고 논리적인 진술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법정이라는 압도적인 공간 속에서, 호흡은 가장 믿음직한 동료이자 조언자가 되어준다. 한 번의 깊은 숨은 나에게 통제력을 되찾아주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찾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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