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서는 그날까지
사람은 결국 홀로 서야 한다.
한자 ‘人(인)’ 자는 두 다리를 벌리고 선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사람 인(人) 자는 서로 기대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맥락에서 종종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인' 자의 기원이 사실은 두 사람이 아닌, 홀로 선 한 사람의 옆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굽은 선 하나가 중심을 이루고, 양쪽으로 뻗은 두 획이 땅을 딛고 있다. 얼마나 단순한가. 그러나 그 안에는 한 존재가 세상의 무게를 견디며 제 두 발로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누구의 손도 잡지 않고 세상으로 나온다. 숨을 들이마시고, 울음을 터뜨리고, 그렇게 첫걸음을 내딛는다. 누구의 품에서 시작되었든, 결국 삶은 홀로 서는 법을 배워가는 여정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관계를 맺는다. 누군가는 내 곁을 지키고, 누군가는 스쳐 지나간다. 때로는 사랑이 나를 지탱하고, 우정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러나 진실한 순간들—깊은 슬픔 앞에서, 외로움의 깊이를 마주할 때, 혹은 결정을 내려야 할 길목에서는—오롯이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 고요한 순간, 사람 인(人) 자가 떠오른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독한 직선,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의미. 서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 비틀거리더라도 주저앉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하는 존재. 그게 바로 사람이다.
사람(人)이 나무(木) 그늘 아래 쉴 때 ‘休(휴)’라는 글자가 된다. 따뜻한 햇살을 등지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순간. 그러나 그 쉼도 결국, 혼자 선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기댈 나무가 없을 때, 누군가의 손길이 닿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만의 그늘을 만들 수 있다.
세상은 자주 말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믿는다. 혼자 서는 법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끝내 누군가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사람. 그런 이가 진정한 사람(人)이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비틀대며 걷는다.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기를 바라며. 언제나 내 안에 조용히 서 있는 ‘人’ 하나를 떠올리며.
사람은 결국, 홀로 서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 설 수 있다. 그래야 진정 사랑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