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탁에 오른 것은 삶은 돼지 족발 한 접시.
먹기 전, 문득 생각이 머문다.
돼지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살코기를 내어주고, 발목을 잘라주며, 제사상에서는 웃고 있는 머리마저 바친다. 몸 전체를 인간에게 맡기고도 아무 말이 없다. 한때는 기피의 대상이었던 하얀 비계조차, 이제는 피부에 좋다며 찬사를 받는 시대다.
참, 고마운 짐승이다.
하지만 이 온순한 순종의 그림자 뒤엔 야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들의 조상, 멧돼지를 떠올려 보라.탐욕스럽고도 강인한 잡식성의 생물. 기회만 주어진다면, 인간조차 그들의 식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돼지 우리에 빠져 나올 수 없게 된 사람의 마지막이 어땠는지를 짐작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육자들은 말한다. 며칠이면, 뼈 한 조각 남지 않는다고.
나는 지금, 나의 포식자가 될 수도 있었던 그들의 살을 베어 먹는다. 한입 베어물며, 인간이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서 있다는 실감에 왠지 모를 감격이 밀려온다. 오늘의 점심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이것은 생의 질서 속, 인간이란 존재의 위치를 새삼 확인하는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