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우 Oct 21. 2024

나의  리틀  포레스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의식도 변화한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


♡나는  어려서  농사가  많은  우리집이  싫었다. 시집은 절대   

농사짓은  집으로는  안  갈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대로  되는  일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촌년은  어쩔수 없다는 걸 느끼게  했다.♡


"내가  거기까지  갈려면  1시간이나  걸립니다"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달려간다.


이  장면은  일본판  리틀포레스트의 여름과 가을편의 첫장면이다. 이  영화의  배경지는  일본 도호쿠  지방의 코모리마을로 주인공 이치코가  상점이나  슈퍼까지    가는데 자전거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숲속마을이다. 코모리마을은  내 어렸을  때 고향마을과  흡사하다.  우리 고향은 많이  변했지만  코모리마을은  1980년대  우리 마을과 같아보였다..그곳에서 주인공 이치코는 도시로 나가  살다가  고향에  다시  돌아와 자급자족하면서 제철이  주는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엄마와의  추억이 어린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이  영화를  몇 년 전에  보고  우연히  몇 칠 전에  또  보았다.


저번 주  주말에 문경에   동무지  마을에  있는  시댁에  갔다. 우리밭에  가서  나는  고구마를  캐고  남편과  어머니는  들깨를  베었다. 누렇게 익은 들깨를  벨  때 마다  들깨향이  온  밭을  고소한  향기로  채웠다. 그리고  고구마는  실했다.

일을  마치고 어머니가  근처  소변을  보러  가시다가 꿀밤나무아래서  꿀밤을  발견하셨다. 사람의 흔적이 없어서 떨어진  꿀밤이 그대로  있었다. 굵고  탐스러운  꿀밤들이  나를  기다린  듯  낙엽위에  살포시  앉아  있었다 . 커다란  *꿀밤나무 아래서 어머니와 나는  즐거웁게   꿀밤을  주웠는데  금방 3대나  주웠다.주우면서  어머니께 "어머니 이거  제가  다  주워가면  다람쥐는  어쩌죠?"하니  "요즈음은  산에  밤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어서   깔려있다. 게네들  먹을 거 없을까봐." 하셨다.


갑자기 그  말에  작년에  땅콩농사에  너구리가  자꾸  파가서  너구리한테  빼앗길까봐  설익은  땅콩을  캐왔다는  어머니의  욕심에 피식  웃었다.


나는  다람쥐의 양식을  도둑질한다는  죄의식에서  어머니에게 면죄부를  부여받고  열심히 꿀밤에  집중했다. 왠지  어제 3장의  로또를  샀은데  그  기운이  도토리를  만나는데  다 써버린  것  같아  살짝  아쉬웠다.


잡아다  놓은  꿀밤를  보니  묵이  만들고  싶었졌다.나는  꿀범을  깨끗이  씻어서  차를  타고  시내까지 가서  갈아왔다.시집 왔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묵이 너무  맛있어서  아직도  못 잊는다. 이젠  너무  연세가  드셔서  안  만드시지만  말이다.

꿀밤을  방앗간에서  갈고  옆에  천을  떠서  수선집에서  자루를  만들어  왔다.

집에  돌아와서 피곤해서  자고  싶었지만  어머니께서는  빨리  앙금을  걸러야  된다고 하셔서  꿀밤가루를  자루에  넣고  앙금물을  걸러냈다. 몇 번에  걸쳐  꿀밤 물을  걸러내면서  하품을  참았다.

그리고는  꿀밤물을  하룻밤 동안  우려냈다.


다음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가스렌지에  큰  솥을  얹고  도토리  우린  물이  솥  가운데까지  끓어  오를  때까지  저어  주었다. 가운데까지  끓자 10분 정도  뚜껑을  덮어 두었다가  두부 만드는  판에  묵물을  부어  두었다.

한 시간정도  지나니  알맞게 굳어서  탱글탱글해졌다.

먹어보니  좀  덟은  맛이  있어서  아쉬웠지만  점심상에  내놓으니  남편과  아주버님이 너무 맛있다고  엄지척을  해주셔서  우쭐해졌다.


그 날  만든  묵은  지금 물에  담겨져 (덟은  맛을  빼려고) 부산 우리집 베란다에서  취직해서  객지 나가 있는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묵을  만드는 동안은  그  일에  빠져서 잡생각이  들지  않고, 힘들지만   즐거웠다.

어렸을  때  엄마와  두부를  만들  때로  돌아간  듯했다. 우리  엄마도  두부를  참  잘  만드셨는데  말이다. 나는  동지에는 팥죽, 김장 김치, 보름나물  같은  성가신  일들도  집에서  직접  만든다. 매년 이  성가신  일을  반복하는  걸보면  그  과정속에서  리틀포레스트의  이치코처럼  큰  행복을  느낌이  틀림없다.


♡시간의  흐름이 나를  이렇게  바꾸는  걸 보면  사람의  마음이란건  간사하고  신기함이  틀림없다  ♡


*꿀밤; 도토리의  경상도  방언

이전 08화 그대 벚나무처럼 살다가 벚나무아래 잠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