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함을 심심(甚深)함으로
몇 년 전부터 심심해서 힘이 들었다. 나의 심심함은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진단했다.
심심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심심하다;하는 일 없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나는 하는 일이 있어도 심심했다. 일을 하면서도 심심하고 하물며 자면서도 심심한 감정이 생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상하게도 나는 슬프지는 않은데 내 온 몸에 퍼져있는 헛헛함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한번 진탕 울고 슬퍼하면 좋을텐데 그렇지는 않고 내 세포 하나 하나에 퍼져 있는 헛헛한 감정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었다. 그 감정이 몇 년이고 지속 되었었다.
그런데, 이젠 심심했다? 20, 30, 40대을 거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가족 세명의 갑작스런 죽음 , 큰 수술 3번, 아이2명의 독박 육아, 우울증의 어두운 긴터널을 지나니 나에겐 심심함 이라는 감정이 날 휘감았다.
심심함의 감정이 짙어질 때 아이 둘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나가고, 남편은 지방에 있어 주말만 왔다. 그래서 내 심심함은 박차를 가했다. 친구들은 내가 워낙 심심하다고 하니 나를 심심이라고 놀렸다.
요즘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처럼 모든 것이 지나간 상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애들에게 금적적으로 지원을 안 해도 되니 애쓰면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요새 나는 너무 심심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 정체 불명의 정신병(; 심심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비책으로 오후 7시만 되면 하루를 일찍 보내기 위해 자 버렸다. 그래서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니 새벽형 인간인가.
그리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주식을 사 놓고 ,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고, 회사에 일을 달라고 조르고, 커피숍에서 멀리 있는 해운대를 보며 물멍을 때렸다.
그러면서 친구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걸 보고 가입해 글을 썼다.
그리고 쓰기의 책장이란 모임과도 인연이 되어 지금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난 어느새 늘 심심하다고 하는 감정이 조금씩 옅어졌다.
그 심심함의 정체는 무엇이였길래 나를 동여매지 않는 척하면서 동여매고 못 움직해 하면서 움직이게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을까..그것은 아마 심심한 시간동안 심심(甚深;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한 글을 써 보라는 신의 계시였다고 여기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