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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우 Oct 22. 2024

심심함을  심심(甚深)함으로



심심함을  심심(甚深)함으로



 몇  년 전부터  심심해서  힘이 들었다. 나의  심심함은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나는  스스로를  진단했다.

심심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심심하다;하는  일  없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그런데  나는  하는  일이  있어도  심심했다. 일을 하면서도  심심하고 하물며  자면서도  심심한  감정이  생겼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상하게도  나는  슬프지는  않은데  내  온  몸에  퍼져있는  헛헛함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한번  진탕 울고  슬퍼하면 좋을텐데 그렇지는  않고  내  세포 하나 하나에  퍼져 있는  헛헛한 감정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었다. 그  감정이 몇  년이고  지속  되었었다.


그런데, 이젠  심심했다? 20, 30, 40대을 거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가족 세명의  갑작스런 죽음 , 큰 수술 3번, 아이2명의 독박 육아, 우울증의 어두운 긴터널을  지나니  나에겐  심심함 이라는  감정이  날  휘감았다.


심심함의 감정이  짙어질  때 아이 둘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나가고, 남편은  지방에  있어  주말만 왔다.  그래서 내  심심함은  박차를  가했다. 친구들은  내가  워낙  심심하다고  하니  나를  심심이라고  놀렸다.


요즘 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처럼 모든 것이 지나간 상태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애들에게 금적적으로 지원을 안 해도 되니 애쓰면서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한마디로 요새 나는 너무 심심해진  것이다. 그래서   이  정체 불명의 정신병(; 심심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  비책으로 오후  7시만  되면  하루를  일찍 보내기  위해  자  버렸다. 그래서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니  새벽형 인간인가.


그리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주식을  사  놓고 ,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고,  회사에  일을  달라고  조르고,  커피숍에서  멀리  있는  해운대를  보며  물멍을  때렸다.

그러면서  친구가  브런치  작가가  되는  걸  보고  가입해  글을  썼다.

그리고  쓰기의 책장이란 모임과도  인연이  되어  지금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난  어느새  늘  심심하다고 하는 감정이  조금씩  옅어졌다.


그  심심함의  정체는  무엇이였길래  나를  동여매지  않는  척하면서 동여매고  못 움직해  하면서  움직이게하는  삶의  원동력이 되었을까..그것은  아마  심심한  시간동안  심심(甚深;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한  글을  써  보라는 신의 계시였다고  여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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