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와 웨딩드레스 그리고 임신

산 넘어 또 산

by Celine
아토피인의 결혼식

그때 찾은 짚신과 나는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나의 앞에 놓인 또 다른 숙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식'이다. 그동안 다녀본 결혼식은 대부분 신부가 주인공이더라. 다들 그날만큼은 유난히 뽀얀 피부에 화장도 찰떡으로 잘 먹어 평소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결혼식의 신부는 예쁘고 화사하고 행복해 보였다.

20150123_104908.jpg 남편과 나의 신혼 때 작품

예전부터 나는 결혼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따라서 결혼식은 꿈꿔본 적이 당연히 없었다. 내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들 앞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뿐이었다.

여담이지만 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는 동시에 또 다른 나라로 이주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결혼식을 했다. 한국에 있었더라도 소규모 결혼식을 원했는데 어쩌면 나에게 맞는 결혼식을 한 것 같다. 처음엔 웨딩드레스 대여점을 열심히 알아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드레스 피팅을 해 보아도 내 팔의 접히는 부분, 주름으로 가득한 목, 아토피 진물이 갓 흘러나온 쇄골 등등 나와는 맞지 않는 옷임이 확실해 보였다. 웨딩드레스를 입는 일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꾸역꾸역 입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 때 한복을 입었다. 물론 웨딩드레스의 한계도 있었지만 해외에서 하는 한복을 입은 결혼식이라는 타이틀에 좀 더 의미를 두기로 했다. 남편도 턱시도 대신 색색의 한복도 괜찮다고 해 주었다.

아토피인의 결혼식의 또 다른 산은 메이크업이었다. 메이크업을 받으러 간 곳 선생님은 동양인의 피부가 낯설기도 한데 아토피까지 있으니 어찌할 바를 몰라하셨다. 일주일 전쯤 미리 가서 상담을 받았음에도 난 보랏빛 아이쉐도우에 내 피부톤에는 어울리지 않는 가리기에만 급급한 두꺼운 메이크업으로 결혼식을 하게 되었다. 지금 결혼식 사진을 보면 희극이지만 그날은 여러모로 짜증도 나고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게 결혼식이라는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행사가 끝이 났다.




NaverBlog_20160314_124811_09.jpg 아기와 나
아토피인의 임신

아토피라고 임신과 결혼을 모두 걱정거리로 생각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또 다른 걱정을 낳는다는 말처럼 난 임신을 했을 때 가장 먼저 '우리 아이도 나처럼 아토피이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임신 소식과 함께 태아에게 아토피와 관련해서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들은 최대한 자제했다.


가장 먼저 나의 낙처럼 여기던 초콜릿을 끊었다.

그리고 베트남 음식점에서 뿌려먹던 땅콩 소스도 잠시 먹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자극적인 음식은 자제했고

밀가루를 줄이려고 과자도 거의 먹지 않았다.


내 친구 중에는 임신 후 몸무게가 20킬로 넘게 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난 이러한 자제 때문인지 만삭일 때도 평소와 몸무게 차이가 9킬로 정도밖에 나지 않았다. 이러한 관리는 출산 후 수유할 때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던 내가 이런 절식을 한다니... 정말 엄마는 아토피가 있어도 위대해질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아토피는 선천적인지 후천적 인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생이지만 아직 아토피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엄마 나 여기가 가려워."라고 말할 땐 혹시나 싶어서 여전히 가슴이 철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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