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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키그레이 Mar 04. 2024

퀘벡의 올드타운

캐나다 동부로 넘어가다

같은 캐나다라고는 하지만 서부 끝인 밴쿠버에서 동부 끝자락에 있는 퀘벡까지 가는 일은 태평양을 건너는 것만큼이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캘거리였는지 몬트리올이었는지 어느 곳에서 작은 비행기로 한 번 경유를 했다. 비행기도 작았고 도시의 불빛이 보이는 낮은 고도로 비행을 해서 그런지 다시 멀미를 했다. 아쉽게도 멀미약을 먹지는 못했다. 퀘벡은 프랑스어도 쓰는 곳이라 해서 기회가 되면 '메르시(감사합니다)'해야지 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 승무원에게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는 제정신이 아니라서 '메르시'가 아닌 '당케(감사합니다 독일어)'를 했다. 누가 봐도 아시아인이 퀘벡에서 독일어로 감사합니다 하는 것에 승무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공항을 나오니 자는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즈음이었다. 


조금이라도 이른 시간이었다면 버스를 알아보고 탔겠지만, 저녁도 먹지 못하고 지칠 대로 지친 우리는 무려 5불의 팁을 지불하고 택시를 탔다.(총 30불 정도를 줬지 싶다)


호텔은 외관상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 2인 2박으로 10만 원을 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정도 호텔에 이 정도 가격이면 너무 좋은데~ 하고 신나게 체크인하였다. 고급스러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701호(예를 들면)로 향했다. 복도의 끝자락에 위치했는데, 701호가 있는 공간만 굉장히 올드했다. 벽의 재질이 701호와 702호 사이 중간쯤에서부터 아예 달라졌다. 올드한 건물의 왼쪽 벽을 떼어내고 신식 건물의 오른쪽 벽을 떼어내고서는 그대로 붙여버린 듯했다.


"역시 싼 이유가 있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그래도 안은 괜찮았다.


오래된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창 밖으로 널찍한 공원이 보이는 것이 뷰도 좋았다. 침대도 널찍하게 두 개나 있었고 방도 매우 컸다.


대충 씻고서는 잠이 들기 전에 내일 어디 갈지를 대충 알아본다. 나는 캐나다 여행책을 사서 와서 책을 들여다보면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우리는 올드타운으로 가자 하며 잠이 들었다.


날씨는 매우 좋았다.


밴쿠버와 시애틀에서 흐린 날씨에 비하면 이곳은 아주 쨍한 햇빛이 도로를 비추었다. 올드타운까지 20분 정도만 걸으면 돼서 걸어서 가기로 했다. 호텔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고 그대로 직진만 하면 되었다.


올드타운에 도착할 때 즘이면 누가 봐도 올드타운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다린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타운의 성문이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성문을 들어서면 말이 끄는 마차들이 줄지어 서서 사람들을 꼬신다. 비쌀 것이 분명했기에 가격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올드타운은 분위기가 꽤 달랐다. 유럽이라고 하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2~3층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만드는 민속촌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 예뻐 보이는 장소이지만 분명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었다.


미국에서 건물 사이사이 골목길을 돌아다니기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 없이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을 돌아다녔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조그마한 공원 같은 것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쉬었다 가기도 좋았다.


성벽의 끝에는 대포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앞의 바다에서 오는 적들을 막기에는 벽의 긴 높이와 위치도 안성맞춤이었다. 적으로부터 침입을 막고자 하는 대포는 이제는 역사의 현장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싱숭생숭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피를 흘렸을 것인데, 나는 이곳에서 광활한 바다와 바다를 지나가는 조그마한 배 폐리들, 햇빛에 반짝반짝거리며 거세게 흘러가는 물결들을 보자면 그저 숨통이 트인다는 느낌으로 저절로 '좋다'하는 말이 나온다.


나는 이런 '좋은' 풍경들을 보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글쎄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잘하지도 않지만 그저 이 순간에 빠져 있는다고 사진을 찍어야지 하는 생각 자체가 사라진다.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찍어둘 걸' 그러지만, 다시 그런 장소에 가면 분명 또 찍지 않고 멍하게 있지 싶다.


'좋은' 풍경에 빠지며 잠시 한숨 돌리고서는 그제야 대포를 쏘는 자세로 친구 사진을 찍어준다.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 돌아보다가 캐나다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는 푸틴 체인점이 보였다. 감자는 맛이 없을 수 없지 하며, 푸틴을 먹어보기로 했다. 푸틴 메뉴 별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몰랐기에 일단 가장 장 가격이 싼 것을 골랐다. 그리고 우리는 한 입 먹어보고는 더 이상 먹지 못했다. 분명히 맛이 있었는데... 그 한 입이 맛이 있었는데... 먹고 나서 바로 물려버렸다. 분명 맛은 있었다! 하지만,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출처:픽사베이)


아무튼 우리는 배를 채우지도 못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아브라함 평원을 가로질러 우리는 성 frontenac(후롱떼낙)에 도착했다. 지금은 호텔로 이용되는 곳이었는데, 예약을 하지 않았으면 입장이 되지가 않았다. 문 자체게 락이 걸려있어서 키가 있어서 출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스타벅스는 들어갈 수 있어서 잠시 커피를 먹었다. 스타벅스 안에 호텔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다. 호텔 숙박인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키를 찍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나도 안을 볼 겸 화장실도 갈 겸 따라 들어갔다. 간이 조그마해서 이런 일도 들키면 어떡하지 해서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하고 진짜 화장실만 갔다 왔다.(다행히 나올 때는 그냥 나올 수 있었다.)


성을 뒤로하고 우리는 아래도 내려가기로 했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성의 풍경이 더 멋졌다.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그래야 사진이 잘 나온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나는 은행나무에 살짝 호텔이 걸치게 나오게 찍으려고 했으나, 나는 정말 사진을 못 찍는구나...


퀘벡 올드시티는 날씨가 좋은 날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다니기 참 좋았다. 중간중간 쉴 곳도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지만 거리도 커서 복닥복닥거리지도 않았고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건물들에는 재미있는 벽화들도 많이 그려져 있었다.

걸을 만큼 걸으니 성벽을 에두르는 길이 쭉 이어져 있었고 그 길을 따라 걸으니 다시 성문의 입구에 도착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푸틴으로 채우지 못한 배를 채울 겸 맛있어 보이는 빵집에 들려서 빵을 샀다. 크루아상은 내 손 두 개를 합친 정도로 컸고, 다른 빵들도 큼직큼직했다. 


내일은 바로 몬트리올로 넘어가 1박을 하고, 그다음 날엔 오타와로 넘어가고 그리고 친구 B가 있는 토론토에 갈 예정이다. 여행 2주가 다 되어가는 일정에 조금 지친 우리는 더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긴 여행이었던 만큼,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음에도 글이 길어지네요.

매주 한 번의 글을 업로드하는 것인데도 꾸준히 글을 써나가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별 에피소드가 없는 밋밋한 글일 테지만 여행이 끝나는 시점까지 꼭 다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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