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분 끄적-02. 숙취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기는 한다. 소주 한 병정도 저녁에 반주로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한다.
힘든 하루에 대한 나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같이 여기지만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다. 아침 여섯 시 반에 눈을 뜨면 약간의 숙취가 내 몸을 침대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붙잡지만 떨쳐내고 일어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기에 그냥저냥 살아왔다. 어쩌다 술을 먹지 않은 다음날 아침은 이상하게도 조금 더 힘들기도 한다. 어쩌면 몸 안에서 이왕 안 먹은 거 회복 좀 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듯 하지만 저녁이 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반주 한잔을 들이켠다.
어제는 주말이기도 하고 해서 평소에 한 병 먹던 소주를 두 병을 먹었다. 그러고 밤 열 시에 기절하듯이 잠들었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여섯 시 반에 눈이 떠졌다. 평상시보다 약간 더한 숙취에 집 근처 해장국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집에 돌아와 한숨 더 잤다. 쏭과 호은은 교회에 가고 혼자 있는 시간에 보통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 했다. 낮잠을 자면 숙취가 좀 덜해져야 하는데 점점 더해지는 느낌이다. 몸이 이제 작작 먹으라고 때리는 듯하다.
술을 먹지 않은 저녁엔 호은과 집 근처로 나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쏭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러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루 중 가족과 함께 하는 몇 안 되는 시간을 술로 날리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은 하는데 참 이게 어렵다.
참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