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에 감동받는 사람

by 사과이모


사람은 '대파'에도 감동받는다. 대파가 대파가 아니라 마음이라면.


태풍에 피해는 없으셨어요? 해안가 카페에서 글 작업을 자주 하는 편이라, 안부가 궁금했던 터다. 커피를 주문하며 안부를 물었다. "네, 저희 건물은 괜찮았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미소 지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가 전해지고 전해받고. 따뜻했다.


동네 단골 밥집에 오랜만에 들렀다. 저녁 수업이 있었던 재작년, 일주일에 두세 번 들러 이제는 이모집 같은 곳. 내가 들어서니 이모님 눈이 반짝, "아니, 요즘 안 보이던데 무슨 일이 있나 했어." "아 요즘 바빴어요. 잘 지내셨지요?"


평소 저녁에 식당에 들어서면 이제 오느냐고, 한마디 하고는 서둘러 한 상 차려주셨던 이모님. 주문도 안 받고 청국장인 줄 아신다. 이모님 밥상이 좋은 이유는 커다랗게 동그란 쟁반에 8개의 밑반찬과 작은 생선 한토막, 청국장. 말 그대로 집밥인데, 그걸 들고 내 앞에 놓아주실 때 그때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안도하는 마음. 밖에서 고생 많았지, 쓰다듬어주는 손길.


오랜만에 맛있는 이모님 밥상, 좋구나... 게다가 오늘은 생선 옆에 계란 프라이까지 넣어주셨다. 생선이 다 떨어졌을 때면, 양해를 구하고 대신 넣어주시는 귀한 프라이! 아니다. 오늘은 프라이 아니고 대파 송송 썰어 넣은 계란 부침개,라고 부르는 것이 이 계란 요리에 대한 예의겠다. 프라이만도 감동인데, 대파까지 넣었다는 것, 이것은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안부가 궁금했던 만큼 반가움도 컸을 그 마음이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연 노오랑 접시꽃 속에 별처럼 박혀있다.


"와, 오늘은 계란까지 주시고... 감사해요. 한 상 가득 차려 받는 느낌이에요" 하고 감사인사를 드렸더니

평소 말이 없던 이모님, 눈을 찡긋하며 웃으시더니 갑자기 수다쟁이가 된다.


"그렇게 사람 앞에 한상 가득 동그마 하게 놓아줄 때 그렇게 기분이 좋데. 막 뿌듯하고.. 밥 차려주는 게 내 일인데 한 상 차려주며 사니 내 잘 사는 거 아이가."


아... 그동안 나는 이모님의 풍성한 마음을 먹었구나, 그래서 마음 허할 때면 이곳으로 발길이 닿았구나.. 기분 좋게 내어주신 귀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


이모님 따님이 곧 아이를 낳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단골로 자주 오시는 할매가 오늘, 내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이란 안부 인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다. 그 탄생과 죽음 사이를 서성이며 우리가 할 일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아닐까. "엄마, 무릎 아픈 건 좀 어때? 다음 달 아기 태어난다고 했지? 동생 결혼한다며? 여행 잘 다녀왔어? 그쪽은 태풍 피해 없었어? 퇴원하고 어떤가 싶어서 연락했어. 너 부장한테 깨지고 마음 상해있을까 봐 연락했지."


그렇게 서로의 소소한 안부를 묻고, 은근한 마음을 전하며 사는 것.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안부 전하기 좋은 대한민국. 거기는 태풍에 괜찮았어? 마음을 품은 누군가에게 살포시 안부를 전한다.


여긴 괜찮았어.로 끝나버리는 문자는 아니기를.

너는 괜찮았어? 어떻게 지내? 하고 이어지는 문자였으면.

태풍을 앞세워 전한 내 마음 정도는 살짝 네가 눈치채 줬으면.


계절 인사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에 다음 계절이 얼른 오길 기다리며... 네가 사는 동네에 왕창 비가 오거나 눈이 펑펑 오거나 태풍이라도 오라고 기도한 건 비밀. 그렇게라도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 내 마음은 안 비밀.


안부 전하며 사는 인생.

마음 전하며 사는 인생.

사랑한다, 말하기 부끄러워서 안부 전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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