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홍현희와 이효리가 말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홍현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눈으로도 따스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걸까. 그들을 바라보는 나 역시 뭉클해졌다. 이상한 일이다. '괜찮아?'하고 묻지도 않았는데...'많이 힘들지'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효리의 눈에 발이 달려서 상대의 눈으로 달려가 그 말을, 그 마음을 전한 걸까. 우리 눈에만 안 보이는 거지 눈에도 발이 달린 걸까.
마음공부 인연으로 만난 분과 마주 보았다. 서로의 지금 가슴, 느껴지는 감정을 나누는 시간. 몇 마디 나누다가 어느 순간 그와 나 둘 다 아무 말이 없어졌다. 두 번째 만남이었고 서로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4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보였던 분. 고요한 침묵의 대치상태. 말없이 서로를 묵연히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눈을 이렇게 오래도록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어에 그리 바쁘다고 한 존재를 가만히 바라볼 시간이 없었던가... 기껏해야 10초, 20초 정도면 되는 것을. 진지하게 상대만 바라보니 주변은 배경으로 물러나고 이 세상에 오롯이 상대만 존재하고 있는 듯 고요해졌다.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고 들려지고 느껴졌다. 그의 눈빛에서 언뜻 '슬픔'이 비추어졌다. 가만히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음이 느껴졌다. 내 눈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구나.. 내 몸이 아니라 내 눈이 그러고 있구나...
나를 응시하던 그의 눈빛이 은은하게 흔들렸다.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 소리 내어 말했다.
'좀... 슬퍼 보여요.'
놀란 듯한 표정의 그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였다. 한 사람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는 시간은 과연 몇 초일까. 1초, 2초, 3초.. 영원 같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슬로모션처럼 흐르는 듯 밀밀하게 만져졌다. 그 찰나의 순간, 그의 가슴에서 슬픔의 파도가 넘실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초가 더 흐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고맙다고 말했다. 무엇이 고마운지 묻지는 않았다. 내 가슴이 이미 아는 것 같았다. 말로 듣지 않는 편이 더 좋아 보였다. 내 가슴이 느꼈다면, 말은 필요치 않다. 말은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자들이 어쩔 수 없이 쓰는 서글픈 도구일 뿐. 지금 내 가슴에서 느껴지는 이것이 지금 나에게 온 선물이니, 지금의 가슴을 느껴줄 일이다.
그날은 오후 내내 가슴에 작은 울림이 이어졌다. 며칠이 지나고도 가끔 그 침묵의 대화가 떠올랐다. 고요함 속에 피어오른 한송이 꽃 같았던 시간. 내 안의 슬픔 덕분에 그의 슬픔이 쉬이 보였구나, 알아진다. 그러니 내 안의 슬픔은 참으로 귀한 존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