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지하철에서 사랑을 보았다

by 사과이모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다. 눈물이 많은 것이 늘 못마땅하다. 설명할 길이 없다. 도대체 이 장면에서 어떤 포인트에서 눈물이 난 거냐고 물으면 설명하기도 애매하다. 몰라, 그냥 눈물이 났어, 하면서 애꿎은 내 눈물을 탓한다.


지하철 안,

맞은편은 8자리. 5명이 앉아있다. 한 아저씨는 핸드폰에 영혼을 팔아버린 쩍벌남. 1.5인분 정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붕어빵 찍어놓은 듯이 똑같이 생긴 귀여운 형제가 올라탄다. 초등학교 고학년처럼 보이는 형아가 두 명 자리에 잽싸게 앉는다. 뒤따르던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몸집이 작은 동생이 형아의 옆자리에 앉으려는데, 쩍벌남이 0.5인분을 차지하고 미동도 하지 않고 레이저를 쏘고 있다. 동생이 그 앞에서 머뭇머뭇... 자리에 앉아있던 형아가 동생을 확 잡아끌어서 자기 옆자리에 앉힌다. 쩍벌남 약간 움찔하며 움직임. 형아는 동생을 앉히고는 어깨동무하듯 한쪽 팔로 동생을 감싸 안고 있다. 동생은 형 쪽으로 몸을 기울여 가만 앉아있다. 열차가 떠난다. 형아는 바깥을 향해 손을 흔든다. 누군가 밖에 서 있었나 보다. 문득, 눈시울이 붉어졌다. 형아가 든든했을 작은 아이의 마음과 동생을 챙기는 형아의 따뜻한 마음과 그들을 지켜보며 손 흔드는 바깥에 누군가의 마음이 한순간에 느껴졌다고 할까.


이렇게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이 궁상맞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렇게 설명 한다한들 이때 이 순간의 내 가슴을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고도 내 눈물에 대해 설명할 방법을 찾아본다. 심플하게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사랑을 보았다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이렇게 말하면 굳이 구구절절 어느 포인트에서 눈물이 났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아... 그렇구나 할지도 모르니까.


유독 눈물이 많은 사람을 만나거든,

그렇게 마음이 여려서 세상 어떻게 살겠냐고,

감수성 대마왕이라고,

주책맞다고 뭐라 하지 말고,


그냥, '사랑을 보았구나' 생각해주시길.

사랑을 잘 느끼는 따뜻한 사람이구나, 생각해주시길.


그리하여,

오늘 나의 글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와 같다.


"오늘 나는 지하철에서 사랑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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