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사람을 문다. 물린 사람이 개를 떼어놓으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 단단히 악문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 개가 보이지 않아서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돌아온다. 그 사람은 지쳐간다. 개 때문에 생활이 무너지고, 정신이 망가진다.
병원에 가서 개를 상세히 묘사한다. 의사는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요즘 개에 물린 사람이 너무 많다며 개를 잠재울 약을 처방한다. 아무 효과를 보지 못해서 다시 병원에 간다. 의사는 다른 약을 처방한다. 역시 아무 효과가 없다. 의사는 다시 다른 약을 처방한다.
그동안 개는 점점 미쳐 날뛴다. 그 사람은 맑은 눈빛을 잃어간다. 어느 날 개가 속삭인다. “너는 왜 안 죽어?” 그 사람은 “곧 죽을 거야.”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왜 죽어? 너나 죽어. 이 개새끼야” 소리친다.
그렇게 서로 물고 물린 채 살아가던 어느 날, 개를 죽이고 싶은 마음에 질식한다. 의사가 말하길, 그 개는 잘 죽지 않으니 죽기를 바라지 말고 조심스럽게 돌보라고 한다. 어둠만 먹으며 자란 개를 어르고 달래서 약을 먹이고, 햇빛 좋은 날 같이 산책한다. 발광하는 개를 바라보며, 개는 어디까지나 개, 나는 누가 뭐라 해도 나, 개와 자신을 분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어느 순간부터 개는 물지도 않고, 구석에서 얌전히 잠만 잔다.
그 사람은 한여름에도 긴 옷을 입고 개에 물린 상처를 가리고 산다. 개를 언급하는 것도 꺼린다. 나는 묻는다. “요즘은 개물림이 흔하잖아요. 그냥 밝혀도 되지 않나요? 왜 꽁꽁 숨기시는 거죠?” 그 사람이 말한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까, 말해봐야 약점만 잡히니까, 털어놓고 싶지 않아요. 편견은 여전합니다.” 나는 다시 묻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는데 억울하지 않으세요?” 그 사람이 말한다. “경이로운 세계를 극적으로 맞이하려고 준비 운동을 길게 하는 거죠.”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람이 걸려온 전화를 받다가 갑자기 화를 낸다. “더는 못 참겠다. 주절주절 얘기하지 마라. 지금까지 듣는 척했을 뿐이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라. 아니면 백지에 휘갈기거나. 산에 가서 소리를 꽥 지르던가. 나를 붙잡고 울지 마라.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는 거냐. 나는 고요한 게 좋다. 네가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어디 가서 나를 안다고 하지 마라. 네 목숨은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누구랑 통화하신 건가요?” 내가 묻자 그 사람이 답한다. “우리 집 개는 말을 할 줄 압니다. 개소리가 들리면 더 세게 짖어야 합니다. 절대 끌려 다니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