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너의 이름은 꽃
22화
실행
신고
라이킷
29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어린왕자
Dec 04. 2024
불국사의 가을은
아직은 날리면 안 돼요
불국사의 가을은 아직 옅다
붉으락푸르락 흩날리는 낙엽 바람에도
짙은 가을이 내려앉지 않았다
일주문을 지나 마주한 가을 숲에
덩그러니 물러나 있는 가을 햇살
가을 햇살 한줄기에 아직 녹음이 번진다
옅은 단풍 앞에 다가오는 가을은
굉한 기계음에 정신없이 날리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다소곳하다
아저씨 가을을 쓸어가지 마세요
아직은 놓아두세요
다보탑 석가탑이 자리를 보전하며
새로움을 맞이하려 부산스럽다
함께 가을을 이고 있는
노스님의 불경소리는
기와 담장을 넘어 돌산을 쌓고 말았다
짙은 가을은 아직 멀고
차가운 겨울 공기는
슬며시 어깨를 비집고 들어온다
우리 발 밑에 가을을 담자
쓸어 모아 성을 쌓고 가을을 묶어둔다
빠져나가지 못하게
흩날리지 못하게
아저씨 가을을 흩뿌리지 마세요
아직 불국사의 가을을
날리면 안 돼요
ㅡㅡㅡㅡㅡㅡ
ㅡㅡ11월의 마지막 날, 불국사의 가을은 예쁜 단풍이 들었지만 군데군데 아직은 푸르다. 9시가 되니 일주문을 열어준다. 한바탕 단체 관광객들이 앞다퉈 들어가고 나면 아저씨 두 분이 가을을 휘리릭 흩날려 버린다. 아쉽다. 완전한 가을도 느끼지 못했는데 가을을 쓸어 담고 있다니. 올해는 불국사 단풍에 감탄을 더할 수 없다. 어쩌랴, 그의 잘못이 아닌 걸.
keyword
가을
불국사
Brunch Book
수요일
연재
연재
너의 이름은 꽃
20
나의 정원은
21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
22
불국사의 가을은
23
늦가을의 산사
24
겨울 산사에 꽃이 피다
전체 목차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