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밖을 쳐다보라고!
발 동동거리며 창밖을 보았어요
희뿌연 공기 너머로
우수수수수
여기 이곳에도
첫눈이 흩날려요
당장 달려 나가야지요
언제 사라질지 몰라요
담장 아래도
탱자나무 아래도
온통 하얀 눈밭이에요
피려다 놀란 동백이
허허 무슨 일이야 너털웃음 날리며
얼음 땡 잠시 술래 합니다
얼어 터질 듯한 탱자도
노란 속살 드러내며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섰어요
30분 정도 내렸어요
밖으로 나갈 때 멈추지 않아
다행이에요
그나마 꽃잎 위에 걸터앉아
털리지 않은 게 또 다행이에요
수원 있는 그리운 이에게
반가운 첫눈 인사 보냈어요
하긴 그곳은
반갑지 않은 눈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첫눈 맞는 이의 자세는
이래야 한다는 걸
첫눈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시 바람이 강하게 부네요
첫눈은 이미 그쳐
따사로운 햇살 속에 녹아들고
만들어 둔 눈사람은
아마 아직 그대로 있을 거예요
순식간에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기는 첫눈이에요
첫눈이 온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