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자, 김종직의 집터를 가다
추원재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숙자( 1839~1456) 선생이 터를 잡고 그의 아들 김종직 선생이 평생을 보낸 집터다. 경남 밀양시 추원재길 58 부북면 제대리에 위치해 있다.
작년 가을, 밀양에 있는 예림서원을 갔다가 바쁜 일정으로 김종직 생가를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오늘은 한여름 배롱꽃이 예쁜 밀양의 혜산서원을 들렀다가 김종직 생가를 다시 가 볼 요량으로 태양빛을 뚫고 나섰다.
사실 어제 도서관 강의로 조선 전기 '사림파'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다. 사림파의 계보를 설명하면서 김종직 선생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그의 아버지 김숙자 선생 얘기를 하니 아이들의 속삭임이 들렸다. 김숙자 선생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얕게나마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름을 듣더니 웃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선생님, 저 이 사람 알아요." 한다.
반갑다. 어찌 알꼬?
제법 똑똑한 걸.
"밀양에 살아요." 한다.
우와~ 너는 천재다.
"그런데 얘들아, 이 분 여자 아니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많고 공부를 좀 한다 하는 아이들도 아직은 김숙자 선생에 대해 모를 텐데 의외였다.
"야, 너 가 봤구나."
"어딜요?"
"김종직 생가."
" 안 가 봤는데요."
엥? 뭐지?
사실은 이랬다.
사림파의 계보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 아이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보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나보다 먼저 알은체를 하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밀양에 살고 계시다는 그 아이의 할머니 이름으로 동명이인이었던 것이다. 포복절도할 판이었다. 옆에 있는 아이들이 일제히 웃으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아~~ 그래서 미리 웃고 있었구나.
나는 할머니 이름이란 답이 나올 거라곤 전혀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또 내게 웃음보따리를 선사한다. 아무렴 어떠랴.
그래서 그 아이가 김종직 선생에 대해 알고 김숙자 선생에 대해 알고 조선 전기 사림파에 대해 조금이라도 사실적인 이해를 한다면 또한 족하지 않은가.
추원재는 문이 닫혔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입구에서부터 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안내판 앞에도 풀이 자라 들어갈 수가 없다.
추원재 대문이 닫혀 있어 옆 담장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너무 멀게 나온다.
길을 걷다 추원재 툇마루에 앉아 잠시 쉬어 가도 좋았을 텐데.
#추원재#김숙자#김종직#조선시대사림파#202408여름날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