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막걸리 한 잔 하시러 오시이소

지짐 구벘어요

by 어린왕자


아부지,

토요일은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수업 마치고 텃밭으로 가는데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은 상태라
배가 너무 고팠거든요
달문아재 딸내미가
모자 덮어쓰고 상추를 솎아내고 있더만요


아직 태양이 강한 지라
일하다 지칠 거 같아
흙 묻은 손을 털고 시원한 메밀 국수 한 그릇 하고 왔지요
그래도 태양은 넉넉하고 그늘은 없고
땀은 바가지로 흘러 안경 낀 눈이 더 아팠습니다
땅은 메말라 쑥갓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정구지도 삐쭉
고개만 내밀고 있더군요


새벽에 오빠가
자두 한 박스를 갖다 주면서
밭에 물 주고 갈까? 하는 걸
오후에 갈 거라 안 주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때 주고 가라 할 걸
말라비틀어진 땅을 보며
잠시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당신 닮아 부지런한 오빠가
지 동생 편하라고 한 말인데
나는 오빠 힘들까봐 배려한 말인데

며칠 물 모자란 흙은 애가 타고 있었네요




토요일 캐 온 정구지랑 방아를 넣고
지짐을 구웠어요
찌그러진 주전자 들고
얼른 막걸리 한 통 받아올 테니 들어와 계시이소

막걸리 한 잔 하시고

남은 잔은 허리춤에 끼고 가셔서

푸른 하늘 구름 한 점 잡아놓고
부채 흔들어가며 어무이랑 나눠 드시이소
조만간 문어 삶아 놓을 테니
제가 부르면 또 오시구요.


짧은 세월을 이고 간 만큼
아부지, 삶이 요새는

걸쭉한 누룩내에 묻혀 향기로 번져납니다.

아버지 가신 그 나이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보고싶네요 아부지,

우리 한 잔 하입시더.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