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잡곡밥, 두부김치, 멸치볶음, 김, 샤인머스캣
그런 날이 있다. 집순이지만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콧바람도 쐬고 싶은 날.
집순이에게는 그런 날이 적기 때문에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면 내심 반갑다.
이번주는 비가 많이 왔다. 전날까지 흐리고 비가 오다가 주말 아침에 일어나니 햇빛이 쨍쨍이다.
나는 비 오는 날 보다는 햇살이 가득한 날을 더 좋아한다. 햇빛이 쨍쨍하면 텐션이 더 올라간다. 집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든다. 원래 텐션이 높지 않은 편이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데 햇빛이 쨍쨍하면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걷고 싶어 진다. 물론 너무 강한 자외선이나 더운 건 싫어한다.
큰 창이 있는 카페서 커피를 마시며 햇빛도 좀 쬐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들어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며 동네 산책에 나섰다.
먼저 빵집에 들렀다. 사야 하는 식빵을 담고 빵을 둘러보고 있는데 학부모님께서 인사를 건네신다. 어색함에 쭈뼛쭈뼛 인사를 하고는 후다닥 가보고 싶었던 초밥칩을 찾아간다. 초밥집을 들어가니 얼굴이 낯설지 않은 아이가 인사를 건넨다. 예쁘장한 2학년 여학생이다. 어디서 알바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그곳이 초밥집이었나 보다.
초밥을 먹고 샀던 빵 중에 하나를 건넸다. 이 빵 좋아한다며 배시시 웃는 아이에게 월요일에 보자며 인사를 하고 카페로 가는 길. 건물에서 남학생이 걸어 나오다 알은체를 한다. 2학년 남학생이다. 학원을 다녀오는 길인모양이다. 밥은 먹었는지 물어보니 지금 집에 가서 먹는단다. 점심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를 하고 멀지 않은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 유리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책을 본다. 조금씩 날이 흐려지더니 다시 비가 내린다. 그러던 중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옆에 누군가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옆을 보니 키 큰 3학년 남학생이 있다. 어머니와 함께 음료를 사러 온 모양이다. 학생에게 인사를 하고 소리를 줄여 통화를 한다. 학생이 음료를 받고 나가는 길. 학교 선생님이라고 어머니께 나를 소개한다. 인사를 드리고 비 오는 창밖을 구경하고 있는데 1학년 여학생과 2학년 남학생이 데이트 중 멀리서 나를 봤나 보다. 멀리서도 나를 보며 꾸벅 인사를 한다. 힘껏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준다.
비가 조금 멎어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는 길 2학년 남학생과 처음 보는 남학생이 길 반대편에서 나를 보고는 어딜 가나고 묻는다. 집에 가는 중이라며 말을 하고 너희는 어디 가냐 물어보니 친구집에 놀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렇게 걷다가 편의점이 보여 인사를 하고 편의점으로 들어가 과자를 샀다.
과자를 쥐고 집으로 들어오며 생각한다. 이 돈 못 버는 동네 연예인 같은 삶은 역시 조금은 피곤하다. 그리고 내일은 나가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머릿속에 노래가 스쳐 지나간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사 먹는 밥도 좋지만 역시 집밥이 최고다.
멸치는 식용유를 두르고 볶는다. 식용유가 없다면 어떤 기름이든 좋다. 꼭 들어가야 하는 건 마늘과 단맛을 내는 물엿이나, 꿀이다.
나는 식감이 과자같이 바쟉바쟉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멸치를 식용유에 넣고 마늘과 함께 충분히 볶아주었다. 멸치볶음이 부드러운 식감이길 원한다면 볶을 때 물을 조금 넣어 삶듯이 볶거나. 볶기 전에 멸치를 물에 잠깐 불려둔다.
마늘과 멸치 식용유를 넣고 볶으면 마늘이 익으며 집에서 맡았던 익숙한 맛있는 냄새가 올라온다. 그럼 단맛을 내는 물엿을 한 바퀴 정도 넣어 버무려 준다. 맛을 보고 단맛을 더 넣고 싶다면 추가하자. 나는 꿀을 넣었다. 고추가 없어서 넣지 못했지만 청양고추가 있다면 식용유에 멸치를 볶을 때 숭덩숭덩 대충 잘라서 함께 볶아준다. 그러면 매콤 달달한 맛있는 멸치 볶음이 된다. 멸치볶음에 있는 고추는 맵지만 나름 매력 있는 맛이 난다.
내 입맛에는 멸치 자체의 짠기가 딱 알맞아 간장을 넣지 않았지만 싱겁게 느껴진다면 간장을 약간 넣어도 된다. 알쏭달쏭하면 요리하지 않은 마른 멸치를 하나 먹어보면 간을 알 수 있다.
멸치 볶음은 두고두고 오래 먹을 수 있고 도시락을 싸기에도 좋다. 밥과 함께 섞어 주먹밥을 만들면 별다른 것 없이 맛있는 멸치 볶음 주먹밥이 된다.
멸치를 볶은 프라이팬에 김치를 넣고 볶는다. 우리는 설거지 거리를 하나라도 줄여야 하니까.
김치가 많이 시어져서 모두 김치 볶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김치를 볶을 때 단맛을 넣어주면 신맛과 약간의 쓴맛은 잡아주고 감칠맛? 이 확 살아난다. 김치볶음밥이나 김치 볶음을 할 때 밖에서 파는 맛을 내고 싶다면 설탕을 약간 넣어 보자.
김치 볶음을 해놓으면 활용도가 높다. 고기를 넣어 볶을까 했지만 해동하기 귀찮아 참치캔을 넣었다. 저렇게 만들어 놓은 김치 볶음은 밥반찬으로도, 김치볶음밥에 활용해도, 김치찌개에 활용해도 좋다.
나는 두부 김치를 만들어 먹을 거라 볶은 김치를 반 정도 용기에 덜어두고 남은 김치에 참기름을 넣어 볶아주었다. 두부 김치의 김치 볶음에는 참기름이 들어가야 맛있다. 깨도 뿌리면 더 좋지만 자취생은 깨를 사놓기 힘드니 그냥 먹는다.
김치 볶음을 할 때는 저렇게 김치와 약간의 간장 설탕을 넣어 볶아줘도 충분하지만, 집에 남아있는 양파나 마늘을 약간 넣어 볶으면 더 맛이 좋다. 양파를 넣으면 양파의 단맛으로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샤인머스캣처럼 무르기 쉬운 과일은 소분하여 1/3정도는 냉동한다. 저렇게 먹으면 아이스크림 먹는 느낌도 나고 맛있다. 비싼 과일 물러서 버리지 말고 다 먹자.
다음번에는 남은 김치 볶음으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먹어야겠다.
모두 밥꼭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