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n 25. 2024

이상의 시 '거울'을 문학평론가 청람 평하다

이상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거울



                       시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닭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상의 시 '거울'을 평하다



이상은 기인이다.
기발한 착상도 그러려니와
형식 또한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형식은 시행의 기하학적 배열과 붙여쓰기다.
그의 시 '오감도'나 '운동'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이 '거울'은 양호한 편이다.

이상의 시 '거울'은 그 자체로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이다.
이 시는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아와 자아의 반영, 그리고 그 사이의 불일치와 소통의 단절을 다룬다.

첫 행에서 "거울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라고 시작하며, 거울 속의 세계는 소리가 없는, 즉 침묵의 세계임을 강조한다. 이 침묵은 현실 세계와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우리로 하여금 내면의 고요함을 상상하게 한다.
이는 소리 없는 공간에서 느끼는 고독과 고요함을 상징하며,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표현한다.

다음 행,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개나 있소"는 거울 속 자아가 현실의 자아와 소통하지 못함을 나타낸다.
거울 속 자아는 귀가 있으나 소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우리가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한다. 이는 자기 성찰과 이해의 한계를 상징한다.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요"라는 부분에서, 거울 속의 자아가 현실의 자아와 반대됨을 명확히 한다.
거울 속의 자아는 왼손잡이로, 이는 현실의 자아와의 차이점과 함께 그가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악수를 모른다는 것은, 소통의 부재와 연결된다. 이는 자아와 자아 사이의 거리를 강조한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 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라도 했겠소"라는 구절에서는, 거울이 없었다면 거울 속의 자아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거울은 우리에게 자아를 비추어주지만, 동시에 그 자아와의 물리적 접촉을 막는다. 이는 우리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완전한 자기 이해는 불가능함을 상징한다.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에서, 화자는 현재 거울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거울 속의 자아는 항상 존재한다고 한다. 이는 자아의 고유성과 지속성을 의미하며, 우리가 거울을 통해 자아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자아는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에서, 거울 속 자아가 현실의 자아와 반대되지만 닮아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자아의 이중성과 복합성을 상징하며, 자기 성찰의 한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거울 속 자아를 통해 자신을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기 이해의 불완전성을 느끼게 된다.

이상의 시 '거울'은 거울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자아의 복합성과 소통의 한계를 탁월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시인은 거울 속 자아와의 소통 부재를 통해 자기 성찰의 어려움을 표현하며, 이는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거울 속 자아와의 차이점과 닮음을 통해 자아의 이중성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내면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반적으로 이상의 '거울'은 자아 성찰의 어려움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독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거울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아의 복합성과 소통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이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앞으로 이상의 시에서 이러한 자아 성찰의 과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을 통해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독자는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며, 자아의 복합성과 그 이해의 어려움을 공감하게 된다. 이상의 시 '거울'은 그러한 점에서 매우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ㅡ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김수영의 시 '풀'을 청람 평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