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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리 마을회관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김왕식









백우리 마을회관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가을이 지나고 겨울 문턱에 선 백우리 마을. 고된 노동 끝에 마을회관으로 모여드는 할머니들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논밭을 돌보느라 허리가 굽도록 일하던 손길들이 잠시 쉬어가는 이곳은, 단순한 쉼터가 아닌 소소한 행복이 꽃피는 공간이다.

따끈한 온돌방에 앉아 고스톱 패를 쥔 손, 이야기를 나누는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옛이야기는 누군가의 기억을 불러내고, “우리 강아지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요즘 이야기는 또 다른 미소를 낳는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 대화 속에는 깊은 우정과 시간의 흔적이 스며 있다.

“고! 스톱!” 외치는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지고, 장난스러운 농담이 오가는 사이, 그들 얼굴의 주름마다 밝은 빛이 번진다. 주름진 이마와 굽은 허리 사이에서도 소녀 시절의 천진함과 순수한 기쁨이 반짝인다. 젊음은 몸을 떠났어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김장을 마친 햇김치에 파를 송송 썰어 돼지고기 뚝뚝 잘라 넣고 팔팔 끓인 김치찌개, 막 지은 뜨끈한 밥으로 푸짐한 음식을 차린다. 마을회관 안은 웃음과 함께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차고, 따뜻한 정이 밥상 위에서 넘쳐흐른다.

이곳 마을회관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니다. 여기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머무는 곳,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쉼표가 되는 곳이다. 웃음소리와 정겨운 대화, 음식 냄새가 뒤섞여 만들어내는 이 풍경은 백우리만의 소중한 자산이다.

문 밖에서는 찬바람이 불어도, 이곳에서는 한겨울에도 봄날의 온기가 피어난다. 방 안 가득 메운 웃음소리는 마치 백우리의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생명수처럼 넘실댄다. 그 소리는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따뜻한 고향 이야기로 전해질 것이다.

백우리 마을회관, 이곳에 피어난 웃음꽃은 오늘도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히 감싼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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