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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겨울 12 ㅡ 한강

김왕식










서울의 겨울 12




한강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울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시는 한강 작가의 특유한 감수성과 철학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투영하면서, 자연과 사랑의 결합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시 속에서 "어느 날"과 "네가 온다면"이라는 반복적인 구조는 기다림과 기대의 정서를 강조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의 설렘을 드러낸다.
특히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라는 표현은 사랑이 가져오는 감정의 깊이와 변화의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은 또한 물과 호흡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네 호흡이 되어주지"와 같은 구절은 사랑이란 서로를 보듬고, 서로의 존재를 채우는 관계임을 나타낸다. 한편, "살얼음 흐른 내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함을 불러오는 사랑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강 작가의 문학적 철학은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조화를 깊이 탐구하는 데에 있다. 이 시 역시 인간의 감정이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하며 독자들에게 사랑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안에 깃든 연약함을 일깨운다.
시의 언어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정서와 이미지의 풍부함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한강의 시는 단순히 감정의 표출에 그치지 않고,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삶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독자로 단순한 낭만을 넘어선 더 깊은 성찰을 가능케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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