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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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 벽면에
풍경소리라는 이름 하에
씐 글귀다.
인상 깊어
몇 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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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은 자신이 지켜보고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목격자다. 우리가 하는 말, 우리가 저지르는 행동, 우리가 감추려 애쓰는 모든 마음까지도, 우리 자신은 알고 있다. 세상이 모른다고 해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미 나의 내부에서 인지되고, 기억되며,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거짓된 웃음 뒤에 숨은 위선, 선한 침묵 안에 담긴 용기, 그 모든 것은 타인의 시선 이전에 나 자신의 눈이 가장 먼저 보고 있다.
한 노승이 말했다.
“어둠 속에서 바늘 하나를 숨겨도, 하늘은 알고 땅은 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아는 이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내 삶의 가장 냉정한 관찰자이며, 가장 엄격한 증인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지만, 정작 자기 자신 앞에서 당당한 이는 드물다. 겉으로는 화려한 경력과 말끔한 이미지를 지녔어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나는 나를 속이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서히 무너진다.
반면, 세상은 몰라줘도, 자신의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 이들은 자신으로부터 위로받는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쳤을 때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삶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
작은 습관 하나, 눈에 띄지 않는 결정 하나도 결국은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이정표가 된다. 누군가를 향한 말 한마디, 나만 아는 사소한 행동 하나조차도 시간의 축적 속에서 나의 인격을 쌓는다.
그 모든 기록은 언젠가 무의식의 법정에서 증언으로 돌아온다. “그때 너는 그렇게 말했고, 그렇게 행동했다.” 타인은 그 장면을 잊을 수 있어도, 내 안의 나는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를 시작할 때, 거창한 목표보다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떳떳한가, 내 눈을 피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남이 칭찬하지 않아도, 보상받지 못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 가장 값진 성취다. 도둑질은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존엄을 훔치는 일이다. 남을 속인 것은 잠깐이지만, 자신을 속인 것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무게가 된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보다 더 무서운 시선을 늘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안의 나’이다. 그는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고, 어느 누구보다 진실을 꿰뚫어 본다. 그래서 묻는다.
“지금 너는 누구인가?”
삶이 정직해야 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내가 보고 있다. 그 단순한 진실 앞에, 우리는 겸허히 서야 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