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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May 07. 2024

남미 여행의 시작 페루

페루 리마에서 새해를 맞다

페루의 수도 리마

 오래 손꼽아 기다려온 여행이다.


 드디어 남미! 그러나 긴장!

이런 여행이다.


 여행책의 사진을 보며, 아주 먼 나라의 역사 등을 읽으며 맘 설레던 땅이다.

긴 여행 날짜, 먼 거리의 비행, 고산병, 치안 및 각종 질병 등의 이름으로 이 여행은 많은 긴장을 한다.

별일 없이 무사히 잘 다녀오기만 하면 성공이라 생각하는 여행이다.

여행 중 얻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큰 덤일 것이라고 믿는 여행이다.

21명의 일행과 가이드가 있는 패키지 반, 자유여행 반인 여행이다.

어떤 것은 편하게, 어떤 것은 자유롭게, 이런 야무진 일정을 계획하는 여행이다.


 2017.12.30 3시 30분 인천 출발, 오전 9시 30분  LA도착, 비행시간 약 11시간.

 영화 두 편 보고 밥 두 번 먹고 책 좀 보고 조금 자는 등 하면서 11시간 지낸다. 제일 큰 비행기라 한다. 생각을 단단히 했더니 견딜 만했다.

 그리고 오후 1시발 페루 리마행 Latam비행기 타기.  넓은 공항을 헤집으며 각자 알아서 발권하며 갈아타야 한다. 넋 놓고 있던 일행 부부를 만나지 않았다면, 막판인 시간에 그 부부는 어떻게 됐을까...


 리마에 밤 12시 도착, 비행시간 약 9시간.

 라탐비행기의 밥은 맛이 없고 차갑다. 졸린데 찬바람이 나오니 가져온 옷을 다 꺼내 입는다. 자리 여유가 많아 그나마 널찍하게 간다. 좀 심심하다.

 페루에서는 시차상 시간을 다시 되돌려서 30일 밤 12시가 된다.

시간은 천천히 가지 않을 게다. 여행의 시간이 늘 그렇듯 한 달간의 여정은 금방 갈 것이다.

 

 2017. 12.31. 페루의 리마


 남미의 시작점인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구도시와 신도시를 돌아본다.

산프란시스코 성당, 리마대성당, 대통령궁, 산마르틴 광장에서 다시 아르마스광장까지. 아르마스 광장은 스페니시들에 의해 만들어진 광장이다. 유럽 분위기가 짙다. 관광객이 많고 설치 예술가들의 공연 등으로 거리가 활기차다. 곤한 몸에도 내 마음은 이미 여행 모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느낀다. 들썩인다.


 대성당 앞에는 프란시스코 교황의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곧 이 나라를 방문한다는 환영의 플래카드이다. 난 저 사람을 보면 반갑다. 우리나라에 왔을 때 그가 탄 '소울' 차가 지나가는 것을 내 차가 멈춰 선 신호등 앞에서 봤다. 그의 언행이 예수님 닮은 성직자 같단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우리의 페루 방문을 환영하는 거라 믿고 사진 한 컷 찰칵!

 해는 무지 따갑지만 습하지 않아 지낼 만하다.

마침 일요일이라 성당에서는 미사를 본다. 잠시 참여하기로.

예식은 경건하기도 하고 형식의 극대화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가톨릭 신자였으면 어떻게 느꼈을까.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이 뭐라 뭐라 하니까 앞, 옆에 있는 신자들끼리 껴안는다. 우리도 얼떨결에 페루인들과 포옹한다. 서로 축복하고 위로하는 시간인가 보다. 우리도 그들도 웃음을 가득 담고 진심으로 껴안아준다.


  줄을 서 있는 광장 앞 식당에서 기다리다 점심을 먹는다.  음식에 따라 먹는 방식이 좀 다른데 어떻게 먹는지 모르지만 대충 남들 먹는 것 보고 비슷하게 먹고 나온다.

도시에서는 자유롭게 지내며 점심, 저녁을 각자 해결하는 여행이다. 여기서도 씨에스타가 필요하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 잠시 자기로 하다.

  

 신시가지로 일행들과 함께 나간다. 바로 앞이 망망대해 태평양이다. 바닷가를 걷고, 사랑의 공원, 그리고 라르코 거리를 걷다. 아시안 푸드로 들어가 깔끔하게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걸어오다. 일행들은 대부분 같이 다니는데, 우리는 따로 다닌다. 그게 편하고 자유롭다. 아직 페루라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31일 밤 11시. 이 해를 보낸다.

카운트다운이 되면서 숙소 밖에서는 끊임없이 폭죽이 터진다. 엄청나게 터진다. 불꽃놀이다. 해변에서 보면 예뻤겠다.


 시간은 정말 흐르는 것일까?

한 해의 마지막 날이 가고,  해가 바뀌고 첫날이 오고 이런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시간은 가는 것도 아니고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찰나인 것이 아닐까.

시끄러운 세상의 야단법석에 끼지 못하고  홀로 작은 방에서 골몰하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굳이 시간을 분별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애써 위로했던 그 시절의 어느 날이, 이 먼 나라의 화려한 의식을 보며 떠오르는 것은 뭔가.


 그와 맥주 한 잔 하고 하루 늦은 2017년 이 해를 보낸다.

해외에서 우리끼리 해를 보내고 한해를 맞는 것은 처음인 듯, 새롭구나.

아이들에게,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낸다.

아, 우리는 참 복 받은 멋진 이 순간을 보내는 거다. 감사한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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