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성 안의 질서
산과 나무, 잔디밭과 호수만큼 건물도 좋은 풍경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도대체 무엇이 감상하기 좋은 건축물인가'라는 지점이겠죠? 풍부한 감상을 위해,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여기서는 심리학자 폴 키드웰이 『헤드 스페이스』에서 말하는 '탐색 가능성'과 '복합성'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탐색 가능성'은 일부가 숨겨진 풍경의 특성입니다. 나무로 가려진 건물, 복도나 터널 끝에 보이는 풍경의 일부 등을 보면 우리가 호기심을 느껴 그만큼 풍경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복합성'은 건물의 입면을 두고 따지는 성질인데요. 건물 표면에 달린 장식, 창문과 문 주변 세부 요소가 개성을 가질 때 건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물론 더 복잡합니다. 독창성, 경이로움, 예측 불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요소들이 의미 있게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죠(복합적인 요소들이 나름의 질서를 가질 때 의미 있게 결합했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혼란스럽기만 할 겁니다). 건물이 다양한 외관을 가질 때도 복합성을 띤다고 하네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건물은 그 자체를 감상할 수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부분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건물 한 채, 나무와 건물, 하늘과 건물, 건물과 건물 등 자신이 좋아하는 배치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죠?
나무 사이에 숨은 다리는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사진 찍은 지점에 앉아 있으면 건물의 하단부와 계단만 볼 수 있습니다. 저 위에 있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게끔 만들죠. 벤치에서 바라본 장면인데, 종교시설이라는 점에서 연출이 잘 된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입니다. 벽돌 건물 여러 채가 공원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고, 차도에서 떨어진 앉을 자리가 많습니다. 낮은 건물 위주로 형성된 일대이기에 긴장감이 덜하고 시원한 느낌도 줍니다.
건물의 입면이 햇빛을 받는지, 그늘이 지는지, 주변 요소를 어떻게 반사해서 비추는지를 충분히 고려한다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합니다. 햇빛이 유리 벽에 부딪혀 콘크리트 벽에 도달하면 유리 건물은 영사기가 되고, 콘크리트 건물은 스크린이 됩니다(윗 사진). 반사광은 건물을 건물 안에 담아주기도 하죠(아래 왼쪽, 오른쪽 사진).
인간이 만든 선은 하늘과 맞닿을 때 더욱 돋보입니다.
강 건너 보이는 빌딩들이 W 모양을 띠고 있고 외관도, 색감도 다양합니다. 보는 맛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