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울'

feat. 수용 전념 치료(ACT)

by 오후세시




나는 픽사 영화를 너무나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꼽자면, 당연컨데 '인사이드 아웃'과 '업'은 나의 인생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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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몇 번을 봐도 띵작...


'인사이드 아웃'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감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 가진 감정 어떤 것 하나라도 쓸모없는 것이 없으며, 이유가 있다는 것이 감명 깊다. 슬픈 감정을 배제할 때 우리는 쉽게 우울하고, 감정에 둔마 된 상태가 되기 쉽다. 그래서 내 감정을 잘 느끼고, 잘 흘려보내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수용 전념 치료에서는 이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업'은 아내를 사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이다. 할아버지가 스카우트 출신 소년과 함께 탐험을 하는데, 여기서 탐험하는 장소와 탐험의 내용은 주로 아내와 함께 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상실을 잘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방식으로 애도하는 과정을 이야기에 잘 녹여내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며 우리는 '상실'에 대해서 이해하고, 남겨진 이가 어떻게 이를 다뤄내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소울'.

코로나 19로 전 세계에서 극장으로 개봉한 나라는 드물다고 들었다.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희망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했고, 얼마 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소울.jpg 아직 안 보신 분은 꼭 보시길! [출처: 네이버영화]


영화의 내용은 자세하게 다루지 않겠지만, 내용과 관련해서 수용 전념 치료에 관해서 줄 수 있는 교훈(내가 느낀 점)을 주관적으로 다룰 것이다. 때문에 스포를 원치 않으신 분은 이 밑으로 읽지 않으시면 되겠다.


먼저 [네이버 영화]에서 제시된 줄거리를 살펴보자.


movie_image (3).jpg 재즈 피아노가 삶인 '조', [출처: 네이버 영화]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면?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 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movie_image (1).jpg '조'와 '22호' [출처: 네이버 영화]


이렇게 시작된 영화에서 '조'는 재즈 피아노가 곧 삶인 모습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안정적으로 밴드를 가르치는 것보다 원하는 재즈카페에서 피아노 세션으로 일하기를 원하고 바란다. 그렇게 원하다가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니 얼마나 억울하고 돌아가고 싶을까.


그 곳에서 만난 '22호'는 태어나기 전의 영혼으로써,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22호'에게, 피아노를 치며 전율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낀 '조'는 이를 알려주고 싶어 한다.


[스포 주의!!]

이후 '22호'는 '조'의 몸에 들어가게 되는데 살랑이는 바람, 나무에서 떨어지는 단풍 씨앗, 코 깊숙이 풍기는 빵 냄새, 황홀한 피자의 맛 등을 느끼며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조'에게 이야기한다.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이런 것이라고. 걷고, 마시고, 먹고, 느끼는 것이라고.


하지만 '조'는 단순히 그런 것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고 화를 낸다. 피아노와 재즈 음악이 삶이자 목표인 그는 '22호'를 이해하지 못하고, 삶의 목표는 네가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후 '조'는 그토록 바라던 재즈 바 무대에서 피아노 세션으로 박수를 받고 내려온 뒤, 아이러니하게도 허전함을 느낀다. 그리고 재즈 밴드의 리더에게 "나는 평생 이것만을 바라면서 살아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라고 묻는다. 리더는 "내일 저녁에 또 무대를 서는 거지"라고 답한다.


그리고 곧 주인공은 삶은 목적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금 살아있는 것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깨닫고, 22호를 찾아 나선다. 22호를 만나 자신이 '삶은 단순히 먹고 걷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사과하기 위해서이다.


자 여기까지의 내용만 보면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활자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수용'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용 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수용'을 살펴보자.


act.png ACT, 수용 전념 치료 [출처: 내 블로그]


수용전념치료 이론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어려우므로, '수용'의 개념과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가치와 목적 구별하기'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우리가 흔히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들은 일종의 현상에서 오는 판단일 경우가 높다.

예를 들면, 한 어린아이가 500원을 받았다. 받고 나서 "이렇게나 큰 돈을 받아도 괜찮을까?"라고 생각한다.

또 50대 남성이 500원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뭐야 장난하는 거야? 날 무시하나?".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는 틀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다르다. 어떠한 사람에게 불안이 어떠한 사람에게는 흥미가 될 수 있듯 말이다(나는 수상레저를 무서워하고, 내 친구는 수상레저를 짜릿해한다). 이러한 이론을 '관계 틀 이론'이라고 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현상을 문제화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공부가 잘 안 되는 것, 부모님과 이야기가 잘 안 통하는 것, 좋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는 것 등은 현상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보고 쉽게 문제라는 틀을 만든다. '나는 뭘 해도 잘 안된다' '나는 의지가 없다'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왜 작은 것 하나에도 불안할까' 등등... 우리는 이렇게 문제를 만들고 나면, 그 문제에 스스로를 가두기가 쉬워지며 그럴수록 현재 나에게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집중할 것'을 많은 이론이 강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마음 챙김]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챙김에서는 개인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명상을 제시한다. 명상을 통해 우리가 우리의 틀을 가두고 있는 생각을 관찰하고 이 생각을 떠나보내는 연습을 한다.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시냇물의 조각배처럼 지금 떠오르는 이 생각은 내가 사고하는 '일부분'일 뿐이지 이 생각 자체가 곧 나는 아니라는 걸 알도록 연습한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사고하는 것은 곧 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부정적 감정에 취하기 쉽기 때문이다.


수용 전념 치료 또한 위와 같이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우울과 불안은 지금-여기에서 당장 일어난 현상보다, 일어날 것이라고 두려워하는 미래이거나 과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용 전념 치료는 이러한 맥락으로 가치와 목적을 구분한다.


삶에서 개인이 느끼는 '가치'는 존재하지만, '목적'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가치는 추상적이나, 목적은 도달해야할 선이 제시되어 있다. 나로 예를 들어 보겠다. '사람들에게 이로움이 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나의 가치라면, 목적은 '보다 전문적인 상담사로 인정 받고 싶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치는 영위하는 것으로써 현재 진행형으로 볼 수 있지만, 목적은 달성해야 하는 결과 중심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용전념치료에서는 가치와 목적을 구별하고, 가치에 전념해서 행동할 때 삶을 보다 가치롭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화로 돌아와 '조'는 자신의 삶에서 음악을 목적으로써 바라보다가 22호를 만난 뒤 가치로 바라보게 된다. 영화 초반에 '조'는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재즈 피아노는 나의 삶이자, 목표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인 재즈 피아노 무대를 서보고 나서 이상하게도 허무함을 느낀다. 그리고 곧 22호를 통해 살아가는 순간을 영위하고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말 그대로 미래를 바라보기 보다, 그 가치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movie_image (2).jpg 재즈 피아노로 무대에 설 수 있자 기뻐하는 '조'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목적을 쫓은 삶과 문제로 삼았던 내 현상들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지 못한채 명제를 만들어 가두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고, 조용히 이를 정리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남편에게 수용 전념 치료에서 이야기하는 '지금, 여기에 접촉할 것'과 '수용'의 개념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가치와 목적'의 다른 점을 설명하고, 내가 느낀 것을 나누었다. 남편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이 명제를 알고 나니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나와 같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보다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영화는 '지금, 여기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끝 마친다. 그리고 그 교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다. 현상을 현상 그대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가두지 않기 위해 지금-여기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우리 삶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


그러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소울'을 매우 추천하고 싶다.(이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 생각을 했는지.. 피트 닥터 감독에 환희하지 않을 수 없다... )


13_04_31__60065a4f2ec02[W680-].jpg 피트 닥터... 당신은 도대체... [출처: 시네 21]



글을 마치면서, 수용 전념 치료와 마음 챙김에 더욱 알아보고 싶은 이들은 내가 정리해놓은 글이나 추천하는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수용 전념 치료 이론 정리>

https://blog.naver.com/glory5076/221837096357


<수용 전념 치료 '개념적 나'와 '맥락적 나'>

https://brunch.co.kr/@3clock/4


<마음 챙김>

https://brunch.co.kr/@3clock/11


<정리한 글에 대한 출처가 된 책>

https://smartstore.naver.com/buk1004/products/5111325757?NaPm=ct%3Dkkdlujn4%7Cci%3D78ad76f042395706e624c43dfe36df0edd1055c0%7Ctr%3Dslsl%7Csn%3D459263%7Chk%3D1f33371d1e9bde1929036958d0ef385ba8144cc6


<읽어보면 좋은 수용 전념 치료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84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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