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도 한패
나는 요즘 책벌레인 남편을 쫓아, 내 인생에는 없었던 소설도 읽는 중이다. 어렸을 적 나의 엄마도 책을 워낙 좋아했기에, 여러 책을 사주었지만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어린 왕자도 완독 하지 못했으니 말 다했지). 나의 책 취향은 확고한데, 우선은 일러스트나 사진이 자주 나와줘야 한다. 그리고 실화에 바탕된 것을 좋아한다(고 썼지만 복잡한 소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 뇌의 한계이다). 나는 소설을 잘 읽지 못하는데,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등장인물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서가 크다(나의 지능지수가 공개되는 기분인걸...). 아무튼 이러한 조건을 다 갖추는 에세이야 말로 내가 소화하기 쉬웠다. 그리고 자기 개발서를 매우 안 좋아하는데, 그 조건과 방법이 나에게 맞지 않을 때 오는 좌절을 그 책이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에 한 책에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성공하지 못한 사람과는 결혼도 하지 말라는 글귀를 보고, 충격을 먹었다(책의 의도는 그만큼 의지 있는 사람을 만나라였던 것 같음).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스스로의 확신은 그렇다 치고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기분이 싫었다.
그래서 자기 개발서를 잘 안 읽는데, 미라클 모닝에서 이야기하는 새벽을 깨우는 루틴은 매우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많은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유튜버는 'That Korean Girl 돌돌 콩'으로 <어쩌다 가방 끈이 길어졌습니다만>이란 책을 집필하셨다. 일기를 쓰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기록 덕후기에 이 영상을 보고 미라클 모닝을 해보자 마음먹었다.
(돌돌 콩의 유튜버 영상 '2년 반 동안 새벽 일기를 써봤다')
나는 영상을 참고하면서 나름대로 루틴을 만들어 보았다(실제 미라클 모닝에서 제시하는 루틴과 다름). MASTER라는 단어로 조합하여서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적었다. 명상은 마음 챙김을 접하면서 꾸준히 해보도록 했고, 확언의 말은 신념의 힘이 크다는 것을 얼마 전 경험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를 보면 알 수 있다. https://brunch.co.kr/@3clock/13
일기 쓰기, 훈련(상담에 도움이 될만한 논문이나 책을 읽고 있다), 식사(건강한 음식을 먹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독서를 넣어보았다. 벌써 세 달째 체험 중이고, 눈이 안 떠지는 것이 힘들 줄 알았으나 습관적으로 해보니 눈이 저절로 떠지는 이상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뭐 여전히 저절로 눈이 떠지긴 하지만 '아니야, 벌써 아침 일리 없어'라고 생각한다.
무튼 여기에는 없지만 아침 운동을 추가해서 간단히 15분-30분 동안 해보았는데, 아침 운동을 넣은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때는 석사 논문을 쓰기 전으로 돌아가, 한 특강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부터 몸을 격하게 움직이면 도파민이 나와 신체를 흥분하게 만드는 데 이는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뇌를 속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박사 논문을 써야 할 때 매일 아침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쯤에 나의 아침 기상시간은 항상 10시 아님 11시었다. 그리고 시험 및 자격증 준비와 석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아 그때 그 교수님이 속임수처럼 이야기한 거'가 문득 생각났고, 석사 논문을 쓸 당시에 활용해봤다. 결과는 거짓말처럼 교수님 말이 맞았다. 한 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집 주위를 산책하거나, 집에서 유튜브로 홈트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일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분도 상쾌한 것이 성취감이 높아졌다. 물론 나처럼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스스로의 모습을 뿌듯해하는 사람에게 맞는 방법이겠다. 내 남편은 야행성이라, 아침잠이 많고 저녁이나 밤에 생각이 더 잘된다고 했다.
사실 미라클 모닝 루틴을 시작하고 나서도 나는 종종 무력감에 빠지곤 했다. 일에 회의감도 느끼고, 비전에 갸우뚱하게 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버티는 것 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이 더욱 서럽기까지 했다. 아침의 루틴으로 잠깐 동안 도파민의 힘을 빌리고 다시 무력감을 곱씹을 때면, 12시가 되어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때 시계를 보면, 꼭 오후 세시 그쯤이더라(소름...) 이쯤 되니 내가 뭘 두려워하더라 헷갈렸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갈 미래가 두려운 건가, 그걸 두려워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두려운 건가. 마치 호랑이가 무서운 건지, 호랑이가 무서울 것 같아 무서운 건지 모르겠는 지경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하늘 위에 구름처럼 띄어놓고 흘러가는 대로 둬 버렸다. 그리고 지금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다(이게 뭐라고 애를 써야 할 정도냐). 나약한 나를 달래기 위해서는 아침 루틴 만한 게 없었다. 딱딱 정해져 있는 틀은 오히려 날 안심시켰고, 무력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도 나는 아침 운동을 했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고 할 것이다(땅끄 부부, 다노, 힙 으뜸, 유주 라이크 요가 등등). 오늘도 나이키 러닝 앱을 켜고, 집 근처 뒷 산을 러닝(근데 거의 걸었지 아마) 했다.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준비했다. 행복했다.
이게 뭐라고 행복하냐, 뭔가 모든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가끔은 알면서도 넘어가는 속임수가 있다. 주사를 맞기 전에 놀라지 않도록, 간호사 언니가 손으로 찰싹찰싹 때려주실 때 '그래 금방 끝나, 이건 주사다, 지금 들어갔다. 들어갔어' 속임수에 넘어간다. 치과에서도 "많이 아프면 손 드세요"라는 말에 손을 들어도 '이건 많이 안 아파요,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하면 '정말 이게 안 아픈 거 맞나요'하고 속임수에 애써 넘어가려 한다. (치과는 좀 너무하네)
마찬가지로 도파민인지 뭔지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지만 나를 이끌거라.
나는 오늘도 아침 운동 속임수에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