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사대제 Jan 10. 2024

꾸리 앗 딘(Coree ad-Din) 08

제 3 장  아르빌에서 바그다드로 02

표지 사진 출처: 바그다드의 일출 / 현지에서 본인이 직접 촬영





제 3 장  아르빌에서 바그다드로 02



새벽 3시경 일곱 대의 라이노가 부대를 빠져나와 바그다드를 향해 출발했다. 


공중에선 AH-64 아파치 헬기 두 대가 저공비행하며 라이노 행렬을 엄호하고 있었다. 창문에 장갑판을 내리 덮었기 때문에 바깥이 내다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바깥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달리 할 일도 없고 해서 현우는 좌석 등받이에 기대 잠을 청했으나 자리가 불편해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갑자기 망치로 장갑판을 세게 내리치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음이 몇 차례 연속적으로 울렸다. 일순 호송버스 안엔 긴장감이 흘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현우가 운전병에게 무슨 일인지 물으니 반군 저격병들이 가끔 호송버스 행렬을 발견하면 이렇게 위협사격을 가한다며 버스 속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운전병은 자주 겪는 일이어서 심드렁한 태도였지만 처음으로 직접 총격을 받아본 현우는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확실히 이곳은 전쟁터였다. 현우는 전투 헬멧과 방탄복의 매무새를 고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옆 좌석에 앉은 염 중위가 겁내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다. 염 중위는 아르빌을 떠나 온 이래 틈만 나면 미군들 앞에서 대한민국 해병의 기개를 보여야 한다며 한순간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부하들을 다그쳤다. 해병이라는 자부심이 머리끝까지 차 있는 인물이었다. 


다시 두 시간여를 더 달렸을까, 운전병이 다른 차들과 무전을 주고받더니 호송버스를 길가에 대고 멈춰 섰다. 운전병이 15분간 휴식 시간을 갖겠다며 운전석에서 일어나 버스 문을 열고 문 쪽으로 향했다. 


버스 문 계단을 통해 이제 막 버스 바깥으로 내려서려는 운전병을 다급하게 붙잡고 위험하지 않겠냐고 물으니 운전병은 손가락으로 버스 밖을 가리키며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다. 근처에 이슬람 사원이 있는지 새벽 동틀 녘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이슬람교에서 하루 다섯 번 기도시간을 알리기 위해 외치는 육성(肉聲) 시보(時報)를 일컫는다.)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반군들은 모두 무슬림이기에 기도 시간에는 결코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군 운전병과의 대화 내용을 염 중위에게 통역하니 염 중위도 그럼 우리도 내려서 잠시 몸이나 풀자고 했다. 염 중위의 명령에 따라 현우와 해병들은 모두 호송 버스에서 내려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밤새 잠 못 이루고 긴장한 탓에 현우도 몸이 찌뿌드드해서 양손을 깍지 끼어 머리 위로 추켜올리고 허리를 크게 뒤로 젖혀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이른 아침 사막에 떠오르는 태양, 일출의 모습이었다. 키르쿠크를 떠나온 지 두어 시간, 어느새 주변 풍경은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사막의 모습으로 바꿔있었다. 처음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하늘과 지평선의 구분마저 불분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녘 하늘에서 서서히 붉은 기운이 번지면서 여명이 밝아오더니 어느 순간 바늘처럼 날카로운 빛줄기를 쏟아내며 태양이 그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죽음과 같은 밤의 어둠이 물러가고 생명력 넘치는 아침이 밝아오는 순간이었다. 직접 보기 전까지는 사막의 일출이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운지 미처 몰랐다. 장엄한 사막의 일출에 매료돼 동녘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현우는 재출발을 알리는 지휘관의 외침에 서둘러 타고 있던 호송버스로 되돌아갔다. 


한미 병사들이 전원 탑승을 마치자 호송버스 행렬은 다시 바그다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바그다드가 가까워 올수록 호송버스 행렬은 속도를 높였다. 혹시 있을지 모를 반군의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리창을 덮고 있는 장갑판 때문에 바깥이 내다보이지 않아 도통 어디쯤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짧은 휴식 시간을 끝으로 한 시간가량 고속 질주하던 호송버스 행렬은 서서히 속도를 줄여가더니 어느 순간 멈춰 섰다. 바깥에서는 요란한 항공기 엔진 소음이 들려왔다. 호송버스 행렬이 마침내 최종 목적지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것이다. 


바그다드 국제공항 / 출처: 영화 <Green Zone>(2010) 중 스틸 사진





<제 4 장 그린존(Green Zone) 01에서 계속>

이전 07화 꾸리 앗 딘(Coree ad-Din) 07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