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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사대제 Jan 12. 2024

꾸리 앗 딘(Coree ad-Din) 09

제 4 장  그린존(Green Zone) 01

표지 사진 출처: 암살자의 문 / Wikipedia, <Assassin's Gate>





제 4 장  그린존(Green Zone) 01



바그다드 국제공항은 미군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그린존(Green Zone)과 더불어 바그다드 내에서 미군의 경비가 가장 철저한 지역이다. 바그다드 국제공항은 바그다드의 관문으로 인근에 주둔한 미군의 군수품 보급과 병력 이동의 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미군이 많은 공을 들여 철저히 방비하고 있는 곳이다. 


근처 활주로에서 거대한 몸체의 CH-47 치누크 헬기들이 뜨고 내림을 반복하느라 무척 시끄러웠다. 키르쿠크에서부터 동행해 온 병사들은 소속에 따라 바그다드 공항에서 각자 주둔지로 갈라져 이동하느라 뿔뿔이 흩어졌다. 


한국 해병대 일행도 공항에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일명 ‘두돈반’이라 불리는 국산 수송용 트럭으로 옮겨 타고 바그다드 주재 대한민국대사관으로 향했다. 트럭 헤드라이트 옆에 달려있는 작은 태극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공항로를 따라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빠져나온 트럭 행렬은 까디시야(Qadisiyyah) 고속도로로 갈아타고는 그린존까지 막힘없이 내달렸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도로에 차는 거의 없었다. 트럭 옆으로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바그다드 시내의 전경은 약간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대도시인 것만은 분명한데, 실제 사람들이 사는 곳 같지 않고 영화 촬영을 위해 임시로 지은 세트장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긴 했지만 도심엔 도무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적막하기만 했다. 


게다가 도시 전체가 황색 일변도여서 무척 누추해 보였다. 모래먼지 탓인지 하늘과 땅, 건물에서 나무 이파리까지 모든 것이 누런 빛깔이었다. 하다못해 도시를 S자로 굽이쳐 흐르는 티그리스 강에도 누런 흙탕물이 흘렀다. 마치 퇴락해 버린 고대 도시 유적을 보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 바그다드 시내의 전경, 출처: 현지에서 본인이 직접 촬영


텅 빈 고속도로를 쾌속 질주한 트럭 행렬은 불과 30여 분만에 그린존 입구에 도착했다. 


미군 에이브람스 전차 두 대가 버티고 서서 경비를 서는 서쪽 검문소를 통과해 그린존에 들어서니 저속으로 10분 거리에 한국 대사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찾아온 새 식구들을 환영하기 위함인지 대사 이하 거의 모든 직원들이 대사관 입구 철문 앞까지 마중 나와 현우 일행을 환영해 주었다. 염 중위는 먼저 대사에게 착임보고를 하고 전임자인 백현섭 중위에게 수인사를 건넸다. 해병답게 기수부터 확인한 후 백 중위가 선임이라는 걸 알고는 말투를 바꿔 깍듯이 존대를 했다. 백 중위는 여독을 풀어야 할 테니 오늘은 편히 쉬고 내일부터 인수인계를 하자고 말했다. 


바그다드 도착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제 4 장  그린존(Green Zone) 0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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