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지상으로 올라가진 못 해도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이 찾아왔다.
오늘도 시작된 새벽 공기는 무겁고, 창문 밖은 여전히 햇빛이 들어오지 않 어두웠다.
<반지하에서 살아남기>처럼 반지하 생존 매뉴얼을 담아볼까 했지만 기가 막힌 꿀팁은 없었다.
제습기는 필수, 커피 찌꺼기를 현관에 두어서 벌레를 퇴치하라 정도?
그렇다고 <반지하 탈출기>처럼 지상으로 올라오는 성공스토리를 담아내기엔 아직 무한 존. 버. 기간이라 1보 후퇴한 상태로 2보 전진을 몇 년 뒤에 하게 될지 결말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글은 뭘까?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을 보면 주제도 확실하고, 특정 구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하여 그에 걸맞은 말투도 완성이 되는데 내가 쓴 이 투정 같은 글들의 결합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10화까지 와보니 지금까지 작성한 나의 글은 <반지하에서 쓰는 일기>가 딱 적절할 듯싶다. 슬프거나 기쁠 때 치솟은 감정을 중간으로 맞춰보고자 부단히도 노력한 일기.
생각해 보면 시간을 만든 것도, 요일을 만든 것도 다 인간이고
그 개념에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해하는 것도 다 인간이다.
상대적 가난이라는 개념도,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해야 한다는 목표도
모두 마음가짐에 따라 한없이 큰 문턱으로 느껴질 수도 그냥 자연현상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관념.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나의 인생이 아름답고 어메이징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포자기의 심정일수도 혹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지만 27년 동안 어설픈 인생을 겪어본 바로 깨달은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노력해도 안 되니 포기하겠다, 내 인생은 보잘것없다는 그런 생각이 아니라 인생을 요행에 기대고, 닥쳐올 불행을 피하려고 지레 겁먹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주눅 들고 자꾸만 한탄하는 것이 마치 복권 당첨이 안 됐다고 하루종일 울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펐다.
확실한 감정이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숱하게 많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지금 내가 힘들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파서 세상을 먼저 떠나야 했다는 사실도
갑자기 찾아온 시련에 경제적으로 크게 흔들려 홀로서기하는 현실도
친구도 직장도 있지만 마음 둘 곳 없이 헛헛한 이 감정도
모두 슬프고 외면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끝나기엔 아직 젊기에, 아빠가 주고 간 사랑의 온기가 남아있기에
로또가 되지 않았다고 하루종일 울고 있지 않는 것처럼
기적을 꿈꾸고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커다란 꿈을 꿀 것이다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가 오면 문 앞에 수많은 벌레들이 날 쳐다보고 있지만
주방 환풍기 필터는 고쳤다.
하나씩 천천히 좋아지고 있다.
날개가 돋지 않는다면 한 계단씩 땀 흠뻑 흘리며 올라가면 되지.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하는 거라고, 돌이켜보면 참 즐거웠다고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날까지 잘 살아보자.
<반지하에서 쓰는 일기> 10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