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방지기의 머릿속

-무단 결근

by noodle

월요일이 무력하게 두번, 흘러갔습니다.

첫번째 월요일에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무슨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쓸 수 없다는 말이 몹시 무색해서, 쓸 수없었다는 변명 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변화,를 좋아하세요?

나는 변화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일은 때로 가슴 뛰지만, 갑작스러운 변화는 달갑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지난 월요일 어쩌면 나는 인생에 꽤나 큰 변화를 맞딱뜨리고 있었습니다. 20년간 몸담은 나의 회사가 사라졌고, 회사에서 합병에 관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브런치 발행일을 마음 한켠 신경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무언가를 끼적일 여력이 없는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같은 업종, 낯선 문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많은 감정이 뒤섞여 이틀간의 교육이 흘러갔습니다.

솔직히 교육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막연히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자신감 마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내 안 깊숙한 누군가는 여전히 두렵고 변화가 싫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의 월요일이 흘러갈 동안,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그 어떤 단어도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은 단어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라 쓸 수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라는 노래 가삿말이 인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노랫말이 참으로 잘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말을 걸어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은 예나 지금이나 자주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정돈,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돈된 삶, 깔끔하고 단정한 자세, 안정적인 모습, 확신에 찬 느낌. 그런 것들이 지금 내 안에는 없었습니다. 나는 정신사납고, 지저분하며, 오락가락하고 쉼없이 흔들거렸습니다.

그녀는 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런 글들을 써내려갔을까요?

그렇게 두 번의 월요일이 무력하게 지나가고,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정돈된 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지만, 조금은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시리게 차가운 공기와 함께 훅 불어왔습니다. 아니 사실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바닥으로 꺼져내려가는 몸뚱이를 일으켜 운동을 가고, 오랜만에 반가운 모임에 잠시나마 얼굴을 비추고, 고장난 CCTV를 해결하러 책방에 들르고, 일주일간의 수리로 나를 곤란하게 했던 차를 찾아오고, 읽고 싶었던 책을 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야할 일을 사부작 하나씩 지워내다보면, 또 새로운 월요일이 훌쩍 다가와 있겠지요.


그 월요일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바랍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8화책방 생존기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