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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Nov 15. 2023

중국의 부상, 대국 굴기

- 전쟁의 배경(2)


“중화민족은 일어섰다. 부유해지고, 강해졌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 과정에 들어섰다.”“중화민족이 억압·굴욕 당하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2021년 7월 1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 깨어난 사자의 질주   

  

생각건대,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가진 14억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검증되고 단련된 유능한 지도자들의 통치하에 일치단결,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서방의 황화론이나 잠자는 사자론, 중국 위협론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세계가 진동할 수밖에 없다.


물어보나 마나였다. 옛부터 때가 되면 잠자는 사자가 일어나 포효(咆哮)할 것임은 다 알고 있었다.      


250여 년 전, 프랑스 아미오 선교사가 번역한 '손자병법' (『Art de la guerre』)을 읽은 나폴레옹은 중국의 역사와 잠재력을 평가하고,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지 말라. 그들이 깨어나 포효하면 세계는 그들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중국위협론’이 소환되었다. 중국이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후 시장경제의 첫발을 뗀 1992년, 미국의 중국 전문가 먼로의 경고는 구체적이었다. 그는 “중국의 안정된 정치체제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경제적 효율성, 중화 민족주의의 발흥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흔들어 현상을 변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후 그 유명한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후쿠야마는 2011년 1월 17일 자 파이넨샬 타임지 기고문(“Democracy in America has less then ever to teach China”)에서 미국의 침체와 중국의 상승세를 거론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중국인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식 체제가 우수함을 증명했다. 이는 미국식 자유주의가 더 이상 지배적 원리가 아닌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고 썼다.

© Financial Times     


2013년, 싱가포르 수상이자 최고의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리콴유는 “중국이 세계의 균형을 뒤흔드는 정도를 말하자면, 세계가 새로운 균형을 찾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중국이 덩치 큰 행위자에 불과한 척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중국은 역사상 가장 큰 행위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위 4명의 인사들은 모두 ‘고수’들임이 분명했다. 이들의 중국 미래 예측은 모두 적중했다. 40여 년 전 잠에서 깨어난 사자는 어느새 국제사회의 큰 행위자로 변모해 세상을 흔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부터 패권을 둘러싸고 전쟁 같은 경쟁을 하고 있다.      


일어나, 부유해지고, 강해졌다.     


100년 치욕과 혼동의 역사 속에서 건립된 중국공산당 정권, 중화인민공화국은 3단계를 거치며 성장해 왔다.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대국으로 굴기한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다.   

  

(1단계): 일어서기: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건설 30(1950~1980)

 

30년 ‘대장정’이라는 간고한 투쟁을 통해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을 수립한 마오쩌둥은 천안문에 올라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은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사자는 반수면 상태에서 30년을 허비했다. 비범한 천재 전략가였던 마오는 공산주의라는 ‘이념과 열정’으로 ‘영원한 혁명’을 추구했다.

     

마오의 환상은 중국을 극심한 혼란과 위기로 몰았다. 6·25 한국전쟁 후 적이 된 미국·소련과의 협력이 힘들게 되자 대중을 동원한 이상주의적 발전 방식을 추구한 것이다. 마오는 1958년 대약진운동, 1966년 문화대혁명을 통해 중국의 유산을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군중노선으로 자력갱생코자 했다.     


그 과정에서도 마오는 소련 공산당으로부터의 독립과 중국적인 혁명노선을 모색, 마오쩌둥 체제와 사상을 확립할 수 있었다. 건국 1년 후 한국전쟁에 참전해 세계 최강 미국에 거둔 ‘무승부의 승리’는 세계에 신중국의 존재를 확인해 주었다. 마오 시기의 중국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핵폭탄·수소폭탄·인공위성을 일컫는 ‘양탄일성(兩彈一星)’을 갖춘 국가로 일어섰다.
 

(2단계): 부유해지기: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30(1981~2011)


잠자는 병든 사자를 병상에서 일어나게 한 이는 덩샤오핑이라는 ‘작은 거인’이었다. 마오쩌둥 시대의 대실패는 역설적으로 덩샤오핑 개혁·개방의 성공을 낳았다. 마오쩌둥이 기적처럼 일궈낸 통일·독립과 그 이후 20년 동안의 비현실적인 실험의 실패는 역설적으로 신중국 성공의 어머니·원동력이 되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비현실적이고 독창적인 실패를 발판으로 현실적이고 독창적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추진했다. 덩은 독재자의 출현을 막고자 ‘집단지도체제’와 국가주석 임기 10년을 제도화했다. 중국의 ‘후진성’을 인정하고 선진국에 기술 습득 열망을 보였다. 머리를 숙이고, 힘을 감추는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실용외교를 추진했다.     


1992년 1월, 그의 남방지역 방문 시 발표한 ‘남순강화’는 이후 중국의 국정방향을 이끄는 확고한 지표였다. 그는 “개방·개혁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생활을 개선시키지 않으면, 공산당의 앞날에는 죽음의 외길밖에 없다.”  “현실이야말로 진리를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새로운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덩샤오핑은 중국의 지도자들이 150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 덩이 이끈 구조적 변용은 2,000여 년 전 중화제국 출현 이래 가장 근본적인 변화였다. 인류 역사상 덩 치하의 중국처럼 전쟁이나 폭력적 혁명 또는 경제적 혼란을 겪지 않고, 철저하고 완벽하게 변화에 성공한 나라는 없었다. 덩의 개방 확대와 개혁의 심화는 ‘심원한 혁명', ‘제2의 혁명'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경제 자유주의와 국가 자본주의를 결합, 경제성장과 기술혁신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동구권의 체제전환 실패와 달리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로 순조롭게 전환했다. 역사상 가장 빠르고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2009년, 유엔은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공헌도가 50%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차이메리카'라는 미간의 상호 의존·협력 속에서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곧 13억 거대 시장으로 변모해 갔다. 세계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은 세계 경제의 막강한 영향력이었다. 2012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는 '거대한 전환: 새로운 모델의 형성'이었다. 중국의 부상을 가져온 경제발전 모델(중국모델)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2년도 말 현재 경제규모 세계 2위 (GDP 8.3억 달러), 외환보유액 세계 1위(3.3조 달러), 무역규모 세계 1위(3.9조 달러), 무역흑자 세계 1위(2012년 2,300억 달러)였다. 대표적인 산업생산력 지표인 철강에서는 1996년, 자동차에서는 2009년 미국을 능가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3단계: 강해지는 시기: 시진핑의 신시대 (2012~)


부상한 중국이 대국굴기를 추구하기 시작한 때는 시진핑 정부 출범부터다. 2013년 3월 17일,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은 그의 첫 연설에서 ‘중국의 꿈(中國夢)’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길’과 ‘중국정신’, ‘중국의 힘’을 강조했다.      


2014년 3월 27일, 시진핑 주석은 프랑스 파리 중불수교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드디어 사자가 잠에서 깨어났다고 선언했다. "나폴레옹이 말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습니다. 이 사자는 평화적이고, 온순하고, 문명적입니다.” 벌써 유럽에서 확산 중이던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새로운 사자론이었다.    

  

21세기 초, 개혁·개방 40년 만에 ‘세계 최대 아닌 최고’로 성장한 중국 시장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시장이 아니라 중국 업체의 시장으로 변모했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고 제품들 간의 경연장이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세계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시대다.     


2021년 7월 1일, 중국공산당이 창당한 지 100년이 되었다. 중국이 이룬 경제 성과는 놀라운 것이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2위(구매력/PPP 기준 세계 1위), 외환보유고 1위, 해외 직접투자 1위, 수출액 1위이다. 이런 성과는 100년 중 30년(1921 ~1950년)은 전쟁, 30년 (1951~1980년)은 계획경제로 보냈기에 사실상 개혁·개방 후 40년(1981~ 2020년) 만에 거둔 것이다.   

   

현재 세계 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는 그동안 매 7년마다 두 배로 성장해 왔다. 그 속도는 미국의 3배였다. 지금 중국은 미국이 4년 걸리는 다리 보수를 40여 시간에 완성한다. 2018년 전기차 상하이 공장 설립을 결정한 테슬라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딱 1년 만에 공장 준공부터 양산 허가까지 마무리했다. 2022년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전기차 71만 대를 생산했다. 2022년 말 현재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702만 대, 미국은 1,002만 대, 일본은 783만 대였다.


중국은 이제 미국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조업과 소비, 시장 규모 등 이미 여러 방면에서 미국을 능가했다. 중국의 혁신과 성장은 건설, 교통, 교육, 보건, 컴퓨터, 통신, 과학, 기술 혁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역사상 이렇게 큰 나라, 유럽연합(EU) 27개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고, 인구도 더 많은 나라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토록 큰 변화를 가져온 적이 없었다. 중국의 지난 40여 년 현대사는 인류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지극히 예외적인 시간이었다. 이 시간 속에 중국인들의 경험과 그들의 꿈, 그들의 미래가 있다.


2천년 중화제국의 기상은 국제관계의 지각변동과 천하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어떤 세계 문제도 중국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의 규모와 역사, 이의 세계적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에 실제적인 위협이자 도전하는 강대국이 되었다.     


이 같은 중국의 변화·발전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①14억 인구 중에서 선발되고 단련된 유능한 통치엘리트들이 당·국가를 이끌어가고, ②4회의 정권교체가 혼란·분열 없이 이루어졌으며, ③당내 민주화에 따라 활발한 토론을 거친 후 적확한 정책·전략이 결정· 집행되었다는 데 있다. ④국가·관리 자본주의로 이해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성, ⑤신자유주의·세계화 전략을 비롯한 미국의 오만·실책과 서방의 시장·기술·자본역이용하고, 수차례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도약한 '손자병법' 나라(중국)의 지혜도 급부상· 굴기의 원동력이었다.


□ 강해진 중국이 가는 길은...     


중국의 새로운 '대장정'은 세계 1등 국가가 되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하는 것이다. 마오쩌둥의 20세기 대장정 후 중국공산당군은 미국이 지원한 70만 국민당군과의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신중국을 건설했다. 시진핑의 21세기 대장정은 미중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집요한 제재·포화를 뚫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G1)’을 달성하는 것이다.


2021년, 의식주 문제를 해결한 '소강사회를  완성’해 첫 번째 백 년(당 창건 100주년)의 목표를 실현한 시진핑 정부는 중·장기 발전 구상을 제시했다. 2035년에는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두 번째 백 년인 2049년(건국 100주년)에는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이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굴기한 중국은 역사 경험에 기초해 자신만의 현대화의 길을 가고자 한다.


①중국은 5,000여 년의 문명사, 공산당 100년의 분투사, 70여 년 집권 경험에 기초해 ‘중국방안 (모델)’을 말한다. 이 방안은 중국의 성공에서 비롯된 ‘4개(중국의 길·이론·제도·문화)의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중국식 현대화’는 서구의 그것과 다른 중국만의 것이다. 중국의 역사·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도국을 비롯한 각국과 함께 모든 사람을 위한 공동 부유의 현대화, 전쟁이나 식민지를 추구하지 않는 현대화이다.

     

②중국은 G1이 되어서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최초의 국가가 되고자 한다. 중국의 길은 패권국이 아니다. 부흥이다. 영원히 패권을 잡지 않고, 확장하지 않으며, 세력권을 형성하지 않고, 군비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강성한 국가가 패권적이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법칙을 제일 먼저 깨뜨리는 나라는 자국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실사구시하는 중국, 침략·약탈의 DNA 가 없는 중국에게 패권은 잡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③무엇보다, 140여 년 동안 외부 세력에게 괴롭힘을 당한 중국은 절치부심, 외세에 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고자 한다. 시 주석은 당 창건 100주년 연설에서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 만약 외부 세력이 괴롭히면 14억 중국인민이 만든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중국은 패권이 아닌 정의롭고 공정한 국제질서를 세우고자 한다. 중국식 보편과 질서를 형성하고자 한다.


지난 2,500여 년의 세계사에서 매번 G1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강하고 위선적인 권력일수록 그 어휘는 기만적이었다. 그럼에도 일반화 된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세계인들의 정치적 각성은 세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중국 굴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일단 희망을 갖고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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