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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Nov 22. 2023

미중 간 국력차 감소, 중국의 도전

- 전쟁의 주원인(1)

  

2018년 7월, 미국과 중국은 상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의 총성이 울렸다. 미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800여 개 중국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즉시 농산물·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무역전쟁은 미중 패권전쟁의 서막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미중 양국은 정치외교·경제·군사안보 등 전방위 분야에서 전쟁 중이다. 미중 간의 전쟁은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나?     


역사의 연구는 사실 또는 사건의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은 한 가지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실정에서 방법은 멀리 되돌아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4개 원인론’을 빌리는 것이다.      


그는 사건의 진실은 결과를 초래하는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 즉 작동인(作動因)과 그 사건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인(目的因)을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빌려 미중 패권전쟁의 원인을 규명할 때 현실적으로 타당한 방법은 전쟁의 발발 주체(who)와 그 주체가 의도한 목적(why)을 밝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How) 발생했는가를 밝히면 보다 선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폭탄 투하로 시작된 미중 패권전쟁은 전적으로 미국이 먼저 전쟁을 선포·주도하고 있다. 2018년, 미국은 무역적자· 대침체·미국병 악화 등으로 미중 양국의 국력·기술 격차가 감소, 미국 내 두려움과 공포가 증대하고 있었다. 이런 실정에서 미국의 당면 전쟁 목적은 대중국 수입의존도 축소, 중국의 기술추격 차단 등을 통해 중국의 더 이상의 부상·도전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의 도전 의지와 능력을 굴복·좌절시키는 것이었다.  

 

미중 패권전쟁의 작동인     


무역전쟁을 시작할 때 미국 정부가 발표한 가장 큰 전쟁 이유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17년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2,758억 달러였다.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지원과 산업정책으로 인한 불공정한 무역 관행, 지적 재산권 침해, 미국 기술의 중국으로의 강제 이전 혐의도 강조되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표명 이유와 달리 미국이 전쟁을 시작한 데에는 다른 실질적인 이유, 즉 작동인들이 있었다. ①양국의 국력·기술 격차가 미국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좁혀지고, ②미국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커진 현실이 그것이다. ③미국 내 제반 사정이 악화 일로인 상황에서 그 책임을 외부에 전가하기 위한 미국 정치권의 방략도 주원인의 하나였다.

 

(1원인): 양국 국력·기술 격차 감소(전략경쟁)     


미중 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중 간의 국력의 차이가 크게 감소한 것이다. 미중 간의 힘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이른바 극한적인 ‘전략경쟁’이 시작되다. 미국은 구조적 문제인 힘의 분포 변화와 함께 첨단 기술에서 중국의 추격에 밀리면 죽는다고 생각,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다.      


덩치가 너무 커져버린 중국     


중국은 1980년대 이후 미국과의 협력관계 속에서 불균형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서도 미국의 지원에 의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중국의 눈부신 발전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미국 제조업은 거의 모두 중국 등으로 이전되었다. 미국은 별걱정 없이 중국이 자국의 하청공장이 돼 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 시장을 놓칠 수도 없었다. 중국의 시장화.민주화 과정에서 중국공산당 정권의 급변(붕괴) 가능성도 기대했다. 미국은 20년 동안 중국의 급성장을 좌시하며 2001년부터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에 국력을 쏟아부었다. 그 사이에 중국은 빠르게 세계의 공장·시장이 되어갔다.      


중국은 인건비만 따먹는 바보가 아니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나갔다. 중국의 GDP는 2015년 견제 한계선인 미국의 60% (11조/18.2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은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 봉쇄하기 어렵게 되었다. 중국의 덩치가 커져 버렸고, 미국 내 제조업이 공동화돼 중국 상품 없이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 미국은 중국에게 국제질서의 일정 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했다. 1990년대 초 제기된 중국위협론이 중국역할론·중국책임론으로 변한 것이다.  

    

중국의 국력은 미국이 저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말 현재 중국 GDP는 미국 GDP의 70% 넘었다. 전쟁이 5년 지났지만 미국이 겨냥한 중국의 타격은 미미했다. 성장세도 멈추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에 21세기 미국 최대의 지정학적인 시험·위험이 되었다.      


중국은 2021-2025년 (5년)을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삼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2021-2030년 (10년)을 ‘가장 위험한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이 말하는 ‘위험 시기’에는 10년 내에 중국의 첨단 군사력이 미국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중국은 ‘기회’, 미국은 ‘위험’ 시기를 상정하고 있는 것은 향후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내에 전쟁의 승부가 갈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악할만한 중국의 첨단기술 혁신     


21세기 첨단기술의 발전은 안보·패권의 정의를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핵(核)과 같이 군용으로 사용되는 일부 기술이 안보와 연결되었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분야의 첨단기술 개발이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5G,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항공우주,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은 모두 민군·경제안보 겸용이다.      


2018년 무역전쟁 시작과 함께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 ‘화웨이’ 제재에 착수했다.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는 캐나다에서 구속되었다. 미국의 두려움은 미중 양국의 국력 차이의 축소보다 안보·패권을 좌우할 첨단기술에서 비롯되었다. 2017년 미국이 파악한 중국의 첨단기술 혁신 능력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그동안 AI·양자기술·우주개발 등 중국의 첨단기술 능력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군사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꿀 무인전투기술, 극초음속 비행체 등 주요 기술에서는 미국을 이미 추월했거나 대등해졌다. 뒤처지는 몇몇 분야도 앞으로 2년 내, 즉 ‘중국제조 2025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자 한다.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로 볼 때 경제성장률은 주춤하지만 여전히 높고, 국내총생산은 지속 성장 중이며, 특히 첨단기술 관련 R&D 등 학술적 성과는 단연 세계 1위다.      


미중관계는 미국이 과거 자국을 추격하던 일본을 무릎 꿇게 했던 때와 상황 많이 다르다. 미국은 초조하고, 중국은 긴장한다. 미국은 예리한 창을 겨누고, 중국은 방패를 들고 우회 전략을 모색한다.

  

(2원인): 중국의 국가전략 변화(전략적 불신 증대)     


미국은 왜 다방면에서 중국을 쉴 새 없이 공격하고 있는가? 

굴기한 중국의 야심 찬 도전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발 세계금융위기 발발 직후 중국의 비공개 평가기관 ‘따공(大公)’은 처음으로 쇠락한 미국의 실태를 파악·보고했다. 당시 파산상태에 이른 미국을 확인한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중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로부터 5년 후 국가 부주석에서 주석이 된 시진핑은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하고, 공세적인 대미국 전략과 외교를 추구해 나갔다.      


2013년 6월, 시진핑은 집권 후 첫 미국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형대국관계론’을 제안했다. 미중 양국이 싸우지 말고, 핵심이익을 존중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자는 것이었다. 태평양은 넓기 때문에 양국이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패권을 공유하자는 제안도 했다. 돈·권력은 나눠 갖는 것이 어려운데도...     


이후 중국의 부활을 꿈꾸는 중국몽'과 대내외 전략의 재정비를 꾀하는 ' 미국 우선주의'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시진핑 주석은 2013년에 중국몽·강군몽·신형대국관계론을, 2014년에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를, 2015년에는 제조업 강국을 겨냥한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미중관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패권전쟁 주도 배경에는 국력 격차의 축소와 함께 2012년 시진핑 등장 이후 중국이 발표한 아래 <표-1>의 대전략들이 있다. 시진핑 시기 중국에서는 크게 3가지 변화가 있었다. ①중국의 장기 발전목표 수정, ②중국방안· 중국담론 제기, ③대외전략 수정이 그것이다.      


<-1> 미국을 자극한 중국의 대전략 변화 

* 출처: 관련 자료들을 정리함.


중국이 제시한 일련의 새로운 대전략들은 미국의 경계심에 불을 지르고, 두려움과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2015년 중국의 GDP가 미국의 60% 수준을 넘어서자 미국은 치밀하게 중국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의 저명한 관변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용역 프로젝트 결과를 정리해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으로 발간했다. 그가 이 책에서 제기한 ‘투퀴디데스 함정론’은 미국의 공공외교, 프레임 전쟁의 일환이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 걸쳐 미국의 생각이 정리되었다. 미중 무역전쟁 시작 직전인 2017년 말, 미국의 ‘대중국 전략보고서’ 등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수정주의자·도전자로 표현했다. 미국이 중국을 지역(아시아)·국제질서, 미국의 이익·가치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한 것이었다. 미국의 대 중국 정책 변화는 예정된 전쟁의 선전포고였다.     

 

 (3원인): 미국의 두려움·공포, 조바심     


강대국 관계에서 불균형 성장에 따른 패권 경쟁과 세력전이, 그 과정에서 패권국이 갖는 두려움과 공포는 자연의 이치이다. 전쟁은 주로 두려움· 공포에서 비롯된다. 미국인들은 중국때문에 자국 제조업이 공동화 삶이 어렵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중국 때문에 세계에서 미국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본다.     


미중 간의 전쟁에는 미국인들의 이런 조바심과 분노,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베풀었던 경제협력과 특혜를 더 늦기 전에 거둬들여야 한다는 후회 있다.  

    

사실 중국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와 패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불안감은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특히  AI·양자컴퓨터·로보틱스 등과 같은 첨단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잃으면서 더 늦기 전에 저지하지 않으면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에 대응 수위를 높이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은 초당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위협적인 중국의 가치·규범 확장     


주목되는 것은 시진핑 주석 등장  중국이  ‘중국방안(중국의 지혜·방식)’을 통해 중국적 보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담론’에는 중국이 국제질서를 재구성하려꿈이, 중국 대외전략 핵심인 ‘인류문명공동체론과 ‘중국방안’, ‘신형국제관계’에는 중국 특색의 가치·규범의 세계화 의지가 담겨있다.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서구의 자유주의 가치에 대한 대안으로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 철학을 강조한다. 이른바 ‘담론전쟁’ 과정에서는 서구의 자유주의 가치와 구별되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와 핵심 사회주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중국의 역사, 전통적 철학사상과 융합된 사회주의를 의미한다. 서구의 발전 모델, 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치경제체제와 확연히 구별되는 중국식 발전경로, 중국식 정치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중국은 이 가치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자국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과감한 전략적 변화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강대국에 대한 열망, 100년 만에 맞는 중국을 둘러싼 국제질서와 환경의 급변작용했다.     

 

중국이 머리와 깃발을 드는 모습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와 근대 이후 서구적 가치에 대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처음으로 맞게 된 강대국이다. 체제와 이념이 다르고, 비서구 나라인 중국이 국 주도의 ‘규칙 기반 질서’를 바꾸려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 몽골 대제국의 황화론을 상기케 하는 엄청난 공포다. 


미중 패권전쟁의 목적인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할 때 당면 목적은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중국의 기술추격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무역전쟁과 기술전쟁 등을 통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늦추고, 양국 간의 국력 차이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급부상·굴기와 공세적인 대전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굴기의 저지와 봉쇄·붕괴 전략이다. 미국의 궁극적인 전쟁의 목적은 그럴듯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도전 의지와 능력을 굴복 또는 좌절시키는 데 있다. 미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자 한다. 특히 체제·이념전쟁 차원에서 위협의 기반인 중국공산당과 시진핑 정권을 시키고자 한다.    

  

미국 내부 사정과 책임전가 목적도 1 요인     


한편,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 내부적인 요인을 지나칠 수 없다. 국내의 정치적 요인이 그것이다. 전쟁은 정치의 한 수단이다. 대외 정치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 아니던가.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코헤인은 2016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주요한 도전은 국가 간의 관계라기보다 국내적인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국내 문제들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병폐가 확인된 대침체는 2016년 트럼프 부상의 구조적 원인이자 미중 패권전쟁의 기원이기도 하다. 전쟁이 시작된 2018년경, 미국인들은 구조적인 쇠락과 정치·사회의 갈등·분열을 경험하면서 공포·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굴기한 중국의 도전보다 국내의 무너지고 고장 난 정치·사회·행정 시스템, 미국병이 두려움의 큰 진원이었던 것이다. 이런 국내적인 긴장 상황에 여러 내외적인 요인들이 더해지며 미중 패권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실 미중 충돌은 파워게임의 산물이지만 전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부추긴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였다. 중국을 최대의 적으로 설정해 ‘중국 위협론’을 확산시켜 미국 내의 정치사회적 응집력을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다. 국내문제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시켜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무책임도 전쟁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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