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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Dec 06. 2023

미국의 대 중국 인식·전략

- 상대방에 대한 인식·전략

미국은 중국을 잘 모른다.

싸움에서 이긴 적이 없다. 


1940년대 후반 전면적인 국공내전(1945~1949년)에서 미국이 지원한 국민당 군은 중공군에게 패배했다. 신중국 수립 1년 후 미중 양국 간의 국제전이 된 6·25 한국전쟁은 무승부로 끝났다. 미국은 중공군이 참전할 리 없다고 압록강까지 밀어붙이다 호된 1.4후퇴를 당했다. 2010년 이후 G1과 G2 간의 13년 체제경쟁에서도 미국이 이겼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을 잘 모르고 접근해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서구적 시각과 오만, 이념·진영의 논리와 예외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후 중국이 미국처럼 시장화·민주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무지가 낳은 환상이었다. 그런 기대를 한 중국 전문가는 없었다.


과거 연장인 오늘날의 패권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보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싸우고 있을까? 적확한 전략과 승리는 정확한 정세 판단에서 나올 것인데, 이번에는 다를까.  

  

□ 미국의 패권 관련 정세 인식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인식·전략의 대강은 최상위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 담겨 있다. 구체적인 은 미국 정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중국전략보고서’나 대통령·국무장관 등 최고위 인사들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패권전쟁과 관련 미국은 아래와 같이 정세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역사의 변곡점에 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지구촌의 지각변동은 역사의 분기점·분수령이다. 이 시점에서 미국에 중국과의 전쟁은 중국식 귄위주의 독재와 서구식 민주주의 간의 전쟁이다. 전쟁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국과의 전쟁은 소련과의 '냉전'보다 그 규모가 훨씬 크고 치열한 '신냉전'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테러와 전쟁하느라 때를 놓치고, 군사비를 과다 지출해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역사가 500년 만에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변곡점이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미국 내외 여러 유력기관들 대부분은 2025년경 미국이 세계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2030년경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으로서는 2030년 안에 중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끝장이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힘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의 기간은 미국에 사활이 걸린 ‘결정적인 10년(decisive decade)’ 또는 ‘위험한 구간(danger zone)’이다. 미국은 초초하다. 군사력 이외에 중국을 압도할 능력이 없어서다. 중국과 전쟁하며 내부의 산적한 구조적 문제들도 해결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버겁다.      


동맹과 함께할 수밖에...


미국이 중국과의 극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 장점인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의 4분의 1이다. 동맹·우방국들을 합하면 50%가 넘는다. 미국과 동맹·우방이 조하면 18%에 불과한 중국을 이길 수 있다. 가치에 기반한 동맹을 기술·생산 동맹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깃발만 들면 모두 모이는 시대가 아니다. 동맹들의 지지·협력을 구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에 대한 인식     


미국은 괘씸하고, 위험하며, 도전하는 중국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에 중국은 배은망덕한 괴물 프랑켄슈타인   

  

2020년 7월, 미중 전쟁이 무역·기술전쟁에서 신냉전 양상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미 국무징관 폼페이오는 '닉슨도서관' 연설에서 소설 속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빗대어 중국이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했다. 1980년 이후 미국의 협력과 서방의 시장·기술·자본으로 커온 중국이 이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중국인들에게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인 시진핑과 공산당 체제의 교체"를 주문했다. 미국은 지난 40여 년 동안 괴물을 키워 온 셈이었다.     


가장 위험한 도전은 시진핑의 공산당 체제    

 

패권전쟁 시작 1년 전인 2017년, 미국의 ‘국가안전전략보고서’는 중국이 4가지 미국 국익(안보·번영·평화·영향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중국을 자국의 경쟁자·수정주의자·도전자로 규정한 것은 패권전쟁의 ‘신호탄’이었다. 2020년 ‘중국전략보고서’는 중국의 굴기를 ‘우리의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표현, 중국과의 경쟁이 서로 다른 체제·이념 간의 대립, 즉 신냉전임을 확인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1월 말,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보고서’는 시진핑 체제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 보고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하에서 전체주의로 변해가는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시 주석을 집중 겨냥, 중국 최고지도자를 교체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에서 적장을 죽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었다.      


2022년의 ‘중국전략보고서’는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중국 포위 전략의 종합판·비전이었다. 여기서 미국은 중국을 미국의 이익·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그 힘을 가진 세계 유일 국가로 규정했다. 중국을 미국의 가장 위험한 경쟁자, 중대한 지정학적 시험이자 도전으로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패권 의지와 능력이 있는 나라다.     


미국은 중국을 사실상 적(敵), 신뢰할 수 없는 경쟁자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이 패권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먼저 아시아지역의 패권을, 궁극적으로는 세계 패권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불신과 우려는 미래전의 관건인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 디지털 기술을 과시한 중국 항조우 2023아시안게임 개막식 한 장면 >


2022년도부터는 중국이 주도하는 협력기구인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참여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프리카·중동·중남미 지역에서 중국 돈(china money)의 영향력도 심상치 않다. 지구촌에 서구 문명국(30%)과 비서구 문명국(70%)으로 갈리는 추세가 확연해지고 있다. 악화일로인 국내 사정은 미국의 두려움과 조바심을 더하면서 중국과의 전쟁이 악화되고  있다.   

    

대 중국 목표·전략     


미국의 전쟁 목표는 중국의 도전을 강력한 힘으로 억제, 자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와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주변국들과 함께 중국을 봉쇄, 중국이 아시아지역 패권국이 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당면한 ‘결정적 10년’의 과제는 세력전이를 가져올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몽('중국식 현대화')을 실현해 가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그 체제의 변경·해체다. 미국은 1949년 신중국 수립 이후 시대 상황에 따라 방식의 변화가 있었을 뿐 지속적으로 공산당 정권과 체제의 붕괴를 추구해 왔다.    


전략적인 큰 그림     


미중 패권전쟁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큰 그림은 ①국제사회의 규칙은 미국이 만든다. ②중국의 미래 과학기술·산업 발전을 저지한다. 다만, ③세계 차원의 비핵화·기후변화·보건 이슈는 중국과 협력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중국을 꺾기 위한 미국의 4대 원칙은 ①인종·경제 불평등 등 미국 내부문제 해결·정비 ②중국에 대항하는 동맹과 우방 규합 ③인공지능(AI)·반도체·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경쟁력 제고 ④중국에 대한 분명하고 일관된 목소리·행동이다.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축은 ‘탈 중국’을 통한 중국의 고립화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들을 중심으로 경제·기술·이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자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과 경제 축을 만들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중 전략의 핵심은 ‘21세기형 봉쇄전략’이다. EU, G7, 일본·한국 등 동맹·파트너들과 함께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압도적 힘으로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막으면서 첨단기술 동맹을 통해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다. 동맹·우방들과 연합해 1980년대의 구소련과 달리 힘이 커 버거운 상대인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다.      


각 분야별 정책기조     


(정치 군사적으로) 미국은 중국이 감히 덤비지 못하게 거칠게 대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되, 중국을 강자의 입장에서 다룬다는 이다. Quad·AUKS, 한미일 안보공조 등 소다자 안보망을 구축해 중국을 촘촘하게 봉쇄한다. 중국에 부담인 인권·가치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군사적 압박을 병행,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다. 특히 신장·홍콩 문제 등으로 중국의 이미지를 최대한 손상(악마화)시켜 중국을 ‘힘이 커지면 안 될 나라’로 각인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틈이 나면 중국을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게 흔드는 일도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는) 칩 4(반도체 동맹)·IPEF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새판을 짠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중국을 ‘멀리 하기(수출통제)와 미국을 ‘더 빨리 뛰게 하기(국가의 기업 지원)’ 전략을 강화한다. 핵심 기술은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미국의 '마당 안에 있게 하고, 담장은 높인다'. 가치 동맹의 기술·생산 동맹화를 적극 추진, 앞으로도 첨단기술 통제 및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해 나간다.


(대외적으로) 핵심은 차적(次敵)인 러시아가 힘을 쓰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인도가 중국 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에 보다 적극 대응해 개발도상국 국가들을 관리해 나가는 일도 중요해졌다. 2021년 G7 정상회의는 중국의 일대일로, 특히 디지털 실크로드에 대항하는 맞불로 개도국들을 위한 ‘더 나은 세계 재건(B3W)’에 합의했다. G7이 중국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인프라 대체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2023년에는 미국 주도로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에너지 수송로 연결 및 디지털 연결 구상이 출범했다.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흡인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상황에서 미국의 긴급 대안 제시다. 문제는 지금 미국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돈이 없다. 15년전인 2009년,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자국에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 말미에 미국식 발전 모델인 "워싱턴컨센서스는 끝났다."고 선언했었다.

  

관건은 무너진 내부 재건과 경쟁력 제고

 

중국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필사적 노력은 자국 시스템의 기능부전과 미국병의 확산에 따른 불안·공포의 또 다른 표현이다. 미국의 두려움과 불안의 원천은 중국이 아니다. 국내 문제에 있다. 전쟁의 최종 승부처는 국가 경쟁력, 미중 경쟁의 핵심은 미중 간의 전반적인 체제경쟁인 것이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내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바이든 정부는 출범초부터 ‘더 나은 재건(BuildBackBetter), 즉 무너진 정치·사회·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되 전보다 더 게 짓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너진 중산층 재건을 위한 대내외 정책 추진은 ‘최우선 순위의 지도 원칙’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내외 정책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것은 미국 내 중산층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더 빨리 달리는(The U.S. runs faster)’ 경제 전략도 중국과의 경쟁보다 미국 사회의 역량 제고에 힘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바이든 정부는 자국 중심의 첨단산업 및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과 공급사슬 재편,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공공 인프라 건설에서도 중국산 제품을 퇴출하고 미국산 기자재만을 사용해 도로·다리·고속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함께 특히 ‘미국혁신경쟁법’은 2025년까지 반도체· 인공지능·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에 2,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다.  

    

미중 간의 무력충돌 방지도 중요     


현대식 패권전쟁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렇더라도 전쟁 같은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것은 승리 못지않게 중요하다.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의 우발적 충돌이나 제3국 간의 충돌은 공멸하는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단절하는 신냉전이나 무력충돌 시에 지구촌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미국의 기본 전략은 중국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규칙대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은 경쟁은 하되 갈등·대결은 피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새로운 접근 프레임으로 관계 단절(디커플링) 보다 압박 강도가 약한 디리스킹(de-risking)을 강조하는 것도 중국발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타이완에서 공멸로 가는 군사적 충돌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군사대화 채널을 구축·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면전 아닌 국지적 대리전이 가능한 한반도가 더 위험하다. 73년 전 미국은 6·25 한국전쟁을 자유진영의 단결과 패권기반 확충의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오늘날 미국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민주진영과 우방을 규합해 흔들리는 패권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다.


역사는 반복된다. 동아시아 한반도에서 고조되고 있는 긴장은 제2의 6.25로 비화될 수 있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지 않으면 또다시 엄청난 희생을 당할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서부 전선의 개성-파주 축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서울의 한국군 지휘부는 모두 술에 취해 잠자고 있었다. 지난 11월 14일, 한국에서는 전례없던 6.25 참전 17개국 국방장관·대표 회의가 열려 '유엔군 연합사령부 재활성화' 문제를 논의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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