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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Dec 13. 2023

중국의 대 미국 인식·전략

   

불량·위선의 권력일수록 그 어휘는 기만적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 작가 헤밍웨이 말이다. 그는 주로 전쟁의 고통·현장을 경험하며 진실을 쓰고자 했다. 미중 패권전쟁은 총성 없는 열전, 신냉전이다. 설전의 지속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선할 수 없다. 미중 양국 중 누가 더 불량하고 위선적일까. 그들 말.말.말들의 진정성·정당성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손자병법』의 나라, 9,500만 공산당원들이 빚어내는 중국의 대외 전략·언술은 치밀하고 전략적이다. 미국과 달리 발표하는 ‘국가안보’나 ‘미국’ 전략보고서가 따로 없다. 인치(人治) 전통이 남아있는 중국의 그것은 최고지도자 시진핑의 주요 계기 시의 보고·연설 등을 야 한다. 다투지 않고서는 서로를 잘 알 수 없다(不打不相識). 미국과 중국은 6년째 전쟁 중이다.     

 

중국의 관련 정세 인식     


중국은 현 정세가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도 시(時)·세(勢)가 자국 편에 있다고 본다. 전쟁 발발 이후 5년 동안 미국의 집중 공세를 잘 방어하면 이긴다고 생각한다. 패권전쟁 관련 중국의 인식·판단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지금은 위기(危機·機會)가 공존하는 세기의 대변화’ 시기      


우선, 중국은 외부 환경이 위험하다고 본다. 국가안보가 복잡하고 험준한 형세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억제·포위·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중국을 겨냥할 것이다. 중국의 국력이 증가하면 할수록 미중관계는 적대적으로 격화된다. 미국과의 신냉전이 서구·비서구 간의 문명충돌 양상으로 가는 형세도 걱정이다. 모두 중국에 전례 없는 위험·시련들이다.  

    

대내적으로도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시진핑은 지난 12월 6일과 8일, 한 경제좌담회와 당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경제가 결정적 단계에 있다.”  “①정세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고, ②국제정치경제 환경에 불리한 요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③국내적으로는 주기적이고 구조적인 모순이 얽혀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중국경제의 저성장과 청년실업률 급증, 부동산 리스크 등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2022년 말부터 적극 추진한 ‘공동부유’ 전략, 즉 ‘안정 속 발전’을 주 내용으로 하는 신발전이념을 ‘발전 속 안정’으로 재조정했다. 중국 정부의 1년 만의 전략적 거시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에서 중국은 100년 만에 맞는 큰 변화의 시기(百年未有之大變局)에 주목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와 시대, 역사는 전례없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국운 상승기에 있다. 이런 변화는 지난 백 년 동안 없었던 것이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과 국제질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오늘날을 ‘세기의 대변혁’ 시대로 규정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중국의 경제 도약과 국제 지위 상승, 중국 주도의 질서가 가능한 ‘전략적 기회’이다. 국제질서도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이 부상하고, 서구 선진국들이 쇠락하고 있어 유리한 형국이다.     

 

전쟁은 존망의 기로에서 제2‘30년 대장정  

   

2019년 5월 20일, 시진핑은 마오쩌둥의 홍군이 대장정을 시작한 장시성 ‘위두(于都)’의 기념탑 앞에서 출사표(出師表)를 던졌다. 중공의 제2의 대장정을 결심했다. 시진핑의 중국은 국공내전 시 마오쩌뚱의 홍군처럼 미국의 전방위 공격으로 존망의 기로에 섰다. 시진핑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8,400km 대장정의 정신’을 상기했다. 세계 최강의 중국을 만들기 위해 30년 투쟁을 시작하자고 다짐했다.      


시진핑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맞이한 각종 전쟁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다.”  "중대한 위기의식을 견지하고 투쟁하자.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전략적 자신감을 세우고, 필승의 믿음을 굳게 하며, 자신의 우세와 유리한 조건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마지노선'과 '극한'을 고려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높은 풍랑과 거칠고 사나운 파도와 같은 시련에 대비해야 한다.”고 장정의 정신을 고취했다.     


2023년 말 현재 미중 패권전쟁은 가치·규범과 질서 지배권을 둘러싼 대결로 가고 있다. 체제·이념이 대립하는 신냉전의 문명충돌 양상이다. 서로에게 굴복이 있을 수 없는 미중 패권전쟁은 30년(2018~2049년) 간 지속될 제2의 대장정이다.    

  

시간게임·맷집게임에서 우리가 이긴다    


미국은 사활을 걸고 중국의 부상 저지와 굴복·붕괴를 추구할 것이다. 중국에는 큰 고통·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상당한 비용·고통을 지불해야 한다. 국제적 리더십 손상도 불가피하다. 미국의 중국 공격이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해 주지 않는다. 미국은 덩치가 커진 중국을 힘으로 무너뜨릴 수 없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하기 어려운 형국에서 시간은 중국 편이다. 긴 역사를 가진 중국인들은 차원이 다른 시간 개념과 인내력, 맷집을 가지고 있다. 핵전쟁 걱정 없는 외부 환경은 중국에 유리하고, 중국의 발전 잠재력은 크며, 중국 시스템은 위기에 강하고 큰 일에 힘을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인들의 고양된 민족주의적 자부심은 반드시 이긴다는 숙명론이 돼 있다.     


중국지도자들은 중국이 날로 세계무대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역사가 중국 편이라는 것은 시간(時)과 대세(勢)가 중국 쪽에 있다는 것이다. 동승서강(東昇西降: 동방은 상승, 서방은 하강)이라는 역사적 흐름·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대장정 초입인 5년은 중국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의 건설’을 시작하는  ‘전략적 시기’이다. 중국은 이 시기에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판단     


중국 지도부에는 ①미국이 쇠퇴하고 있다. ②자국의 부상 과정에서 미국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 ③‘피할 수 없는 충돌’에 철저하게 대비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미국은 건곤일척(乾坤一擲) 상대     


미국과 중국은 신중국 수립 1년 후 한반도에서 싸웠다. 이후 미국은 30년 동안 자국이 주도하는 세계체제에서 중국을 소외시킨 채 ‘죽의 장막’에 가두었다. 중국의 40년 경제성장은 중국이 미국의 대소 전략과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한 대가이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 GDP의 70%가 넘게 굴기한 지금 미국은 중국에게 천하를 걸고 한판 승부를 가려야 할 ‘건곤일척'의 상대이다.   

  

사실 중국은 처음부터 역사와 문화, 이념이 다른 미국을 신뢰한 적이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 중국은 미국 등 서구 세계가 겉으로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자국 내의 티베트와 신장, 홍콩의 독립운동을 은밀히 지원한다고 우려한다. 중국을 악마화하거나 내부 분열로 치명상을 입게 해 ‘대서양 동맹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못하게 낙오시키려 한다고 본다.


중국이 또다시 서구 제국에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과 싸워 이기는 길밖에 없다. 2022년 10월 27일 시진핑은 새로 구성된 제20기 정치국 상무위원회 첫 일정으로 혁명의 성지인 산시성 옌안을 찾았다. 시진핑은 불굴의 ‘옌안 정신’에 기초한 ‘자력갱생’과 ‘고난분투’를 역설했다.       


패권·강권정치를 일삼는 악당     


일찍이 중국 개혁·개방의 총 설계자 덩샤오핑은 미국 등 서구의 위선을 이렇게 말했다. “서구인들이 주장하는 인권이나 자유, 민주주의는 강하고 부유한 나라들의 이해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들은 자기네들의 힘을 이용해 약한 나라를 괴롭히고, 패권을 추구하며, 힘의 정치를 한다.”는 것이었다. 숨은 의도를 갖고 있는 서구를 항상 경계하라는 지침이었다.     


2017년 이후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가치·국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재편하려는 무법자로 보고 있다. 중국이 기술 혁신의 우월한 고지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유세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하며, 서태평양을 중국의 내해로 편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강권정치, 냉전적 사고로 자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국가 발전권을 침해하는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또 미국은 민주를 명목으로 소집단을 만들고, 인권을 구실로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며, 다자주의의 깃발을 들고 일방주의를 밀어붙이는 나라로 본다. 미국은 중국에게 독재·민주 이분법으로 매카시즘을 조장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나라다. 중국은 미국의 각종 요구·규제를 결국 사회주의를 포기하라, 주권을 내놓으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인다. 사실 중국은 40여 년 동안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천안문’을 활짝 열어본 적이 없다.  

   

미국은 쇠망의 길에 접어들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타락해, 절대 몰락한다. 이건 자연의 이치이다. 돌이켜보면 탈냉전 이후 10여 년 동안 극에 달한 미국은 이후 내리막 길에서 조심하지 않았다. 오만·탐욕이 지배한 테러와의 10년 전쟁 등에서 출혈이 심해 재기하기 어려운 병자가 되었다. 심각한 기저질환에 걸린 미국이 사실상 파탄상태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미국은 현재 구조적인 지병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불평등·양극화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전쟁에서 중국을 때리면 때릴수록 ‘더 나은 재건’은 커녕 중국의 결기를 더해주고 있다. 동맹들과 중국 투자 미국 기업들의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각 지역의 옛 친구들이 미국을 떠나 중국 편으로 가는 현실은 곤혹스럽다. 갈수록 내리막이 급해지고 있다.


저물고 있는 미국을 다시 뜨는 해로 만드는 방법은 없다. 미국이 보호무역, 기업보조금 지원,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계획 강화 등 경제 제도와 정책을 중국식으로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2023년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바이든에게 중국식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보다 더 좋다고 자신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에서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미국식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책임성의 측면에서 중국모델이 미국모델보다 좋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전쟁 목표·전략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정치보고’에서 시진핑은 3기 체제의 국가대전략을 선보였다. 중국 건국 100년인 2049년 무렵 G1 강국을 달성한다는 로드맵과 2035년까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계획을 제시했다. 폐막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은 ①중국 특색의 ‘정체성의 정치’를 강화하고, ②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며, ③산업과 핵심기술의 자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중국의 전략의 대강은 ①강한 나라를 만들어, ②미국의 포화를 뚫고, ③중국식 현대화와 전쟁에서의 부전승(不戰勝)을 거두는 것이다. 당면해서는 미국이 중국을 규제할 수 없도록 과학기술의 자립자강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당하지 않는 강한 나라     


중국은 과거 100년의 치욕과 최근 미국의 위협적인 공세, 지구촌의 반중정서 등이 자국의 '힘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서방의 중국에 대해 편견의 원인을 자국의 민주화와 인권 문제가 아니라 아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서방으로부터 응당한 존중을 받고, 자국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하는 첩경은 힘으로 서방을 압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제압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커진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자국을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2021년 창당 100주년 행사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미국을 겨냥, 중화민족이 당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외부 세력(미국)의 내정 간섭은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면서 이제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전쟁에서도 미국에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 맞짱의 자세로 전환했다. 중국은 미국과 평등하고, 상호이익이 되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원한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압박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양국 관계에서 미국이 우월적 입장을 취하는 것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어떤 경우에도 미국에 압력에 굴복해 중국의 길을 결코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다.  

 

중국식 현대화’ 달성     


'중국몽', 즉  ‘중국식 현대화’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천명한 향후 수십 년의 국가 청사진이다. 공산당이 중국을 이끌고 단결시켜 성취해야 할 지상목표이다. 시진핑의 '신시대 사상'의 핵심은 대내외적으로 당을 중심으로 단결, 국내외 도전 과제들을 극복해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이 되는 꿈(중국몽)을 실현하는 것이다.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는 경제·군사·외교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강대국을 뜻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심화되고 있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독립적인 혁신에 바탕을 둔 자립자강의 길을 가고 있다. 2035년까지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금세기 중엽(1949년경)에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전에서 부전승      


미국에 비해 국력이 부족한 중국의 대미 전략은 우선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다. ①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효과적으로 응전하면서 국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②미국의 동맹·파트너 규합 노력을 약화시키며, ③자국에 우호적인 파트너 국가들을 확대시켜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의  ‘제2의 대장정’에서 장기적 안목을 갖고, 당장 눈앞의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의 갈 길을 간다는 전략이다. 시간이 자국의 편에 있는 만큼 장기간의 투쟁을 통해 상대를 무너뜨린다. 착실히 국력을 키우며, 먼저 미국을 도발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자국 핵심이익 도전에는 강력 대응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포화를 뚫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손자병법』상의 ‘부전승’이다.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며 충돌을 피하는 것이 상수다. 중국은 시종 패권·확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지나친 두려움·공포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중국의 최종 목표는 크게 싸우지 않고 ‘중국식 현대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 대외: 우방·협력국 확대      


이상과 같은 대 미국 전략과 함께 중국에는 자국에 유리한 국제환경, 우군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강대국도 전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다. 모든 나라와 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없다. 패권경쟁의 핵심은 누가 양질의 우방국을 더 많이 확보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대외정책 방침은 우선 유엔과 브릭스, SCO 등 중요한 국제·지역 조직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신흥시장국 및 개발도상국과 협력해 국제질서와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고립을 최소화하고 우군 확보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은 자국 견제에 적극 개입하지 않도록 중화시키며, 아시아를 근거지로 삼아 성장을 지속하면서 미국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동맹이 없는 중국에 다자주의적 협력은 중요하다.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 등 자국이 주도하는 협의체의 세력 확장으로 미국의 나토 확장과 IPEF 등을 통한 대중국 포위망 강화에 맞서고자 한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중동과 중남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개도국들과는 ‘중국방안’과 민생과 직결되는 ‘작지만 아름다운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중국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있다. 중국의 경제·사회 활력을 한층 더 발산하며 중국과 협력을 원하는 나라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발전을 명분으로 세력을 규합하고 자국의 목소리와 영향력을 확대해 미국 중심의 대중국 포위망에 대항한다. 장점인 차이나 머니와 디지털 기술 이익도 최대한 활용한다. 중국은 개도국들에게 “경제가 엉망인 미국이 네게 뭘 줄 수 있느냐? 중국은 발전의 기회를 준다. 우리는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라고 설득한다.  

   

중국은 덕이 있으면 떠들지 않아도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그 힘과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패권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있다. 세계는 지금 지각변동 상황에서 국익을 쫓아 ‘각자도생’하며 ‘헤쳐 모여’하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세력전이도 그 형태와 폭, 시기에 대한 의견이 다를 뿐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 대내: 체제 정비, 경쟁력 강화     


세계 최강 미국과 전쟁 중인 중국에 국가안보는 민족 중흥의 근간이다. 사회안정은 국력의 전제조건이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부는 누가 내실을 더 단단하게 다지느냐, 누가 흔들리지 않고 전열을 유지·강화하느냐에 달려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해 2개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①내재적 역량을 고도화하고, ②대체할 수 없는 과학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국가안전을 보장하는 중대한 요소이기도 하다.      


국가체제 재정비·강화   

  

2023년 시작한 시진핑 집권 3기의 중국은 권력 집중을 통해 더 일사불란한 정책 결정·집행이 가능해졌다. 중국은 ‘중국몽’을 실현함에 있어 공산당의 굳건한 영도를 견지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를 개창한다는 방침이다. 내부 체제의 재정비·강화를 위한 기초 작업은 이미 끝났다.  

    

통일영도체제를 수립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7년 2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집중통일영도' 체제를 구축해 왔다. 첫해에는 후계자를 지목하는 이른바 ‘격대지정’을 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2022년 20차 당 대회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3 연임을 확정했다. 미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강력하고 지속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마오쩌둥은 25년(1949~1976), 덩샤오핑은 30년(1981~2012) 동안 통치했다. 중화제국 역사에서 황제의 재위 기간이 길수록 제국은 위세를 떨치고 태평성세를 구가한 경우가 많았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역이용해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자극, 내부 결집과 통합을 도모하며 시진핑 중심의 통일된 영도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다.      


신형거국체제를 구축했다.

2023년 3월, 시진핑 집권 3기 체제가 출범한 양회(전인대·정협 회의)에서는 ‘당·국가기구 개혁 방안'을 결정했다. 미국의 견제에 정면으로 승부하고, 국내의 ‘발전 속 안정’을 기하기 위해 ‘신형거국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요지는 국가안보의 핵심인 과학기술·금융 분야 국가기구 직능을 당 직속체제로 조정한 것이었다. 


기존 국무원 산하 금융 조직을 해체해 당 중앙금융위원회로 이관하고, 과학기술 자립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기술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금융 분야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였다. 통합된 국가전략 체계와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일체화의 일환이었다. 특히 과학기술 자립자강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조직적 역할을 총동원, 기업들이 혁신 주체로 거듭나도록 한 것이었다.   

  

국가안전능력을 강화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악화되면서 새로 출범한 시진핑 제3기 정부는 국가안전 문제를 보다 깊이 검토했다. 경제를 안보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소 여유가 생긴 에너지보다 식량을 국가안전 차원에서 인식·접근하고, 사회안정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공격에 버틸 수 있도록 특히 무역·화폐금융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동시에 홍색 공급망과 국내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을 규제할 수 없도록 과학기술 자립자강 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사활이 걸린 생존 문제다.     


국가의 경쟁력 제고     


중국 부상의 핵심 동력은 미래 디지털경제 시대의 성장 핵심동력이 될 첨단기술 분야의 과학기술 역량이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반도체 등 핵심기술 영역에서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악조건에서 핵심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이다. 30년 대장정의 지구전·진지전에서 미국과 맞짱을 뜨기 위해서는 내수를 키우고, 자립적인 공급망도 완성해야 한다. 미국이 만든 기술과 플랫폼, 규칙의 규제를 받지 않아도 살 수 있도록 '중국 고유의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최근 경제발전 이념을 기존의 ‘안정 속 발전’에서 ‘안정 속에서 발전하되, 발전으로 안정을 촉진한다(以進促穩)’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신형거국체제’를 가동하고, 민간 부문에서 개발한 신기술과 군부의 연구를 결합하는 ‘군민 융합’ 등 기술 자립을 위해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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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천 년 자국의 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성장했다. 시진핑의 ‘중국몽’과 ‘중국식 현대화’는 국가 차원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기필코 달성해야 할 꿈이다. 꿈이 실현되는 순간 시진핑은 신중국 거인들인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넘을 수 있다. 만약 미국의 견제를 뚫고 2049년 세계 최강의 G1이 된다면 시진핑은 역사상 제1 성군으로 평가받는 당 태종도 넘어설 수 있다. 현대의 G1은 당 태종이 이룬 중화세계의 태평성대(‘정관의 치’)와 비교할 수 없는 세계적 차원의 대국이기 때문이다. 점점 절대 권력이 되고 있는 혁명 1세대 시중쉰의 아들, 중국 시진핑의 원대한 포부와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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