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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Dec 27. 2023

미중 화폐·금융 전쟁

- 왜 달러가 세계를 지배하나?


왜 우리 돈으로는 무역할 수 없는가. 

지폐가 필요 없는 디지털 시대에 왜 종이돈 달러화를 써야하나. 

우크라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를 국제결제망(SWIFT) 등에서 배제하자 제기된 국제사회 일각의 의문이다. 미국 달러화가 특권을 누리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징후다.     


기축통화를 둘러싼 미중 간의 화폐·금융전쟁은 패권전쟁의 관건이다. 기축통화의 운명이 발행국의 패권과 운명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핵심은 미국의 달러패권 유지, 이를 흔들어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중국 간의 전쟁이다.     


 흔들리는 미국 달러 패권     


현재의 달러 가치는 미국의 힘이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1971년 달러의 금본위제 포기 후 1973년 모든 석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케 해 국제통화의 지위를 지켰다. 미국은 역사상 최초의 금융제국이다. 미국의 시대가 갔는데도 미국이 큰소리칠 수 있는 힘은 이를 뒷받침하는 달러 패권에 있다.     


달러 패권의 두 축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와 페트로 달러다. 페트로 달러는 군사력과 전쟁이 뒷받침해 왔다. 미국은 엄청난 돈을 낭비하면서 전쟁을 계속했다. 전비를 낭비하며 달러 패권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인 이유는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달러 때문이었다. 원유 가격은 전쟁 전 배럴당 38달러에서 전쟁 후 149달러로 올랐다.   

   

그동안 미국은 산유국과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달러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국제 석유 거래가 달러로만 결제되어야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쟁으로 인한 산유국의 원유 생산 감소는 석유 가격 상승을 가져온다. 석유 가격 상승은 특히 비산유국들의 달러 수요를 증가시킨다. 미국은 어려움에 처한 그 나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양새로 달러를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돈벌이다.  

  

미국이 '페트로 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유국들이 달러를 야 한다. 1999년 EU 화폐인 유로화의 공식 출범 이후 자국의 석유 판매를 유로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선언한 나라는 곧 미국의 적이 되었다. 역린을 건드린 이라크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무력공격을 받거나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체제에서 배제되었다.      


달러 패권의 트리핀 딜레마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 절대 권력인 국제화폐 권력도 절대 부패한다. 힘에 기초한 달러 패권에는 이익만 있는  아니다. 이면에는 ‘달러의 저주’라고 불리는 2개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이익이 무한정 계속될 수 없다는 ‘트리핀의 딜레마’가 그것이다.     


하나는 달라화의 타락이 초래하는 '불평등' 문제다. 1971년부터 금본위제가 폐지되면서 미 달러화는 타락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땀이 필요한 제조업 중심의 실물경제에서 인간의 탐욕이 이끄는 가상경제로 갈아탄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미국 경제의 중심은 디트로이트의 제조업 공장들 대신 뉴욕의 금융가(Wall Street)가 되었다. 제조업의 실적 악화와 해외 이전, 노동자 실직 등 제조업 공동화는 미국내 부의 불균형·불평등과 정치의 양극화·분열을 초래했다. 달러 패권의 혜택은 주로 금융권·대기업에 한정되었다. 비용은 제조업체·노동자들이 부담했다.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러스트벨트 실직자들의 분노가 결정했다.  

   

다른 하나는 무역적자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다. 트리핀 교수는 기축통화 발행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허용하지 않고 국제 유동성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 경제가 위축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패권을 유지하는 수단은 무역수지 적자를 통해 세계경제에 달러의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적자를 줄이려 달러 공급을 중단하면 세계무역은 혼란에 빠지거나 위축된다. 거꾸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경기침체는 물론 유동성 과잉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 기축통화의 신뢰가 저하된다. 답이 없는 것이다. 영국도 이 딜레마를 견디지 못해 결국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미국에 기축통화(=패권) 지위를 내주었다.  

    

추락하는 달러 위상과 국가 신용     


2023년,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들인 피치와 무디스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과 국가부채 급증(2024년까지 GDP의 130%),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행정 시스템이 조정의 이유였다. 최근 월가에서도 엄청난 재정적자(2023년 GDP의 20%)가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금 값의 고공 행진도 투자자들이 더 이상 달러화를 안전자산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달러와 미국의 위상·신용 하락에는 달러 무기화의 역풍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과도한 대 중국·러시아 제재는 부메랑이자 양날의 검이다.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미국 달러화의 무기화·정치화가 오히려 러시아와 같은 운명을 피하면서 자국의 경제이익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가중시켰다. 국제사회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의 비중을 줄이거나, 국제 무역거래에서 유로화·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무역결제·가치저장 수단으로써의 달러화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 중국 공세     


그동안 미국은 패권의 위기를 주로 ‘달러의 무기화’로 돌파했다. 1980년대에는 ‘플라자 합의’라는 환율 규제를 통해 자국을 추격해 온 독일·일본을 잡았다. 2020년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공격했다. 미중 패권전쟁이 고조되면서 미국은 중국을 망가뜨릴 수 있는 화폐·금융 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023년 10월, 미국은 자국 기업의 중국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기존의 금융 제재를 보완하는 것으로 금융분야 디커플링의 일환이었다. 앞으로 미국은 중국에 금리 자유화와 외환시장 자유화 등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은 달러가치 유지 방안으로 약달러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을 잡은 무기였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유도할 수도 있다.  

  

중국의 화폐·금융력 굴기     


미국의 공세에 대한 대응     


미국의 대 중국 위협은 군사적·지정학적 공격보다 화폐·금융분야 공격이 더 용이하고 결정적이다. 미국은 해외 자본·기술로 성장하는 중국에 국제자본의 이탈을 조장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 달러 패권의 무기화와 해지펀드의 공작, 중국 주변 군사갈등 유발 등의 방법으로 중국을 괴롭힐 수 있다. 이에 지난 40여 년 동안 중국의 최우선 외교정책 방침은 ‘평화롭고 안정적인 주변환경 유지’였다.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일도 중요다.     


최근 미국의 공세 강화가 예상되면서 중국이 대응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미국 국채 보유고를 축소하고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고는 7,781억 달러로 전월(8,054억 달러) 대비 273억 달러 감소했다. 대신 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2년 11월, 38개월 만에 다시 금을 매입하기 시작해 올해 9월까지 243t을 사들였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2,192t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중 1위다. 중국의 총 외화보유액은 2023년 8월 말 기준 3조1,610억 달러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 배제 가능성에 대비한 중국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달러 의존도를 확 줄이는 이다. 중국은 먼저 위안화의 원유 거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 등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브릭스판 스위프트’ 구축을 위한 논의도 주도하고 있다. 브릭스는 인구 30억 명, 전 세계 GDP의 25%, 무역의 20%, 외환보유고의 35%를 점하고 있다. 서방에 맞설 독립적인 경제권 구축 능력이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 달러 패권 도전     


중국은 달러 패권이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위안화의 국제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중국의 대외결제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초로 달러화를 추월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통계에는 2023년 4월 현재 위안화 결제 비중은 48%, 같은 기간 달러 비중은 47%였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이란·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는 이미 중국과 석유 거래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대금의 루블 결제로 페트로 달러를 흔들고 있다. 중국·러시아 간 무역거래는 달러 대신 각기 자국 화폐인 위안화와 루블화를 사용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사우디·이집트는 위안화로 중국산 무기를 거래하고, 사우디는 무역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한다. 중남미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도 위안화의 사용에 동참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가 미국 달러화나 국제통화기금(IMF) 의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아시아통화기금’ 설립을 제안했다.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위안화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룰라 대통령은 2023년 4월, “미국 달러 위주의 세계무역질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 소재 신개발은행(NDB) 본부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반문하며 중국의 ‘탈달러’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었다.

     

“나는 매일 밤 모든 국가가 왜 달러로 거래해야 하는지 자문해 본다. 금본위제 폐기 이후 달러가 국제사회의 화폐라고 누가 결정했는가? 우리는 왜 자국 통화에 기반한 무역을 할 수 없는가? 누가 우리의 통화는 힘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 가치가 없다고 결정했는가?”      


한편,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가 빨라진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 간 결제시스템(CIPS)’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20개 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17개 국가와 위안화 청산·결제를 협의하는 등 위안화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판다본드’와 일대일로 투자 전용기금인 '실크로드 기금'에 위안화 투자가 가능하다.

    

2023년도에 일어난 큰 사건은  무엇보다  ‘페트로위안' 시동이 걸린 것이다. BP·머큐리아 등 글로벌 석유메이저 기업과 사우디가 위안화로 원유 거래를 시작한 것은 중국이 국제통화국으로 가는 관문을 뚫은 것이다. 사우디가 세계 경제의 불문율인 ‘페트로 달러’ 체제를 흔든 것은 사우디와 미중 역학 관계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페트로달러’ 체체는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하는 대가였다.  ‘페트로위안' 시동은 미국 대신 중국이 핵·미사일 개발 지원 등으로 사우디 안보를 돕는 대가다. 중국의 석유·가스 거래의 위안화 결제는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향후 예상되는 서방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우회로다.     


킹달러에 맞서는 디지털 위안화      


중국은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캐시리스 (Cashless)' 사회다. 중국인들은 디지털 위안화 (e-CNY)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현금처럼 사용한다. 2022년 말 현재 중국의 GDP 대비 디지털 경제 비중은 40%가 넘는다.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 위안화의 결재 비중도 높아가고 있다. 위안화의 디지털 화폐 (CBDC)로의 전환이 국제금융질서와 지정학적 경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 위안화의 특성     


국가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는 그 가치가 실물 화폐와 같다. 인터넷 상의 은행계좌가 아닌 독립된 블록체인 결제시스템을 통해 사용하기 때문에 간편하다. 달러 중심의 국제금융체계에서 자유롭다. 미국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디지털 위안화는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당찬 도전장, 절치부심의 결과물이다.

     

디지털 화폐의 큰 장점은 돈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돈의 관리·유통 비용이 필요 없다. 위ㆍ변조가 불가능하다. 거래의 익명성도 사라져 불법자금 등 지하경제가 차단된다. 조세저항 역시 불가능하다. 다만, 화폐가 디지털화 돼 서 권력기관이 개인의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사생활 문제는 상대적일 뿐이다. 어느 나라나 국가가 필요하면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시대다. 실물 화폐의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은 과거 전화기가 없어지고 핸드폰이 일반화된 것과 같이 장점이 많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 목표·전략     


중국은 현금 결제에서 카드 결제를 뛰어넘어 곧바로 모바일 결제 시대를 열었다. 2014년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한 후 여러 단계의 실험을 거쳐, 2020년부터 국내 온라인 결재를 시작했다. 2022년 4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시도했다. 근 10년 동안 준비해 온 것이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도입에 적극 나선 이유는 미국의 달러 패권이 불공정하고, 지나친 달러 의존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물 화폐 위안화로 ‘킹달러 ’에 도전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통화 수단인 디지털 화폐로 글로벌 통화시장의 표준·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목적은 금융부문의 국가 통제력 및 통화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 등 외부 경제로부터 오는 압력을 완화하고,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디지털 위안화는 정부가 데이터의 통제권을 갖는 국가 주도 운영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추진한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전략은 가능한 한 미국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지양하면서 추진하는 것이다. 자국이 세계 1위 무역대국이자 일대일로 주도국이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관련 대상국들과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높여가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보다 쉽게 도모할 수 있다. 중국은 특히 일대일로와 디지털 실크로드 협력국 등 자국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많이 가진 국가들과 함께 네트워크 연합을 확산해 가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기술적·지정학적 경쟁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사용과 국제화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이유는 정치·경제적 유인으로 디지털 위안화 진영에 기꺼이 참여할 국가군의 이익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경제제재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국가, 국가주의적 통제를 선호하는 국가, 향후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국가들에게는 수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결제 네트워크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 기술 표준과 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CBDC 개발에서 미국보다 근 10년 앞선 기술 선도국이다.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있고, 선발주자의 이점도 갖고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과 싱가포르는 디지털 금융·자본시장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인 여행객은 2023년 말부터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쓴다. 중동의 경제 강국 UAE와는 400만 달러의 CBDC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최근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한 첫 국제무역(1,400만 달러 귀금속 구매) 역사를 기록했다. 미국이 바빠졌다. 싱가포르와 UAE가 어떤 나리안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관련 부처에 CBDC 개발·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화폐·금융 전쟁 격화 가능성은 낮다     


누차 강조하는바, 우크라 전쟁 이후 달러가 역풍을 맞으며  달러화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중국 위안화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 달러화 특권 시대가 끝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의 주 관심사는 ①미국의 대 중국 화폐·금융 무기 사용 가능성이다. ②급부상하는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도 살펴볼 일이다.    

 

미국의 화폐·금융 공격 가능성     


2023년 말 현재 첨단기술 분야에서 대 중국 투자 제한 이외에 화폐·금융 분야에서 미국의 공격은 미미하다. 기축통화국 미국은 군사분야 못지않게 화폐·금융력이 막강하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달러 무기를 언제든지 쓸 수 있다. 아직 때가 아나라고 판단한 탓일까?  예민한 큰 문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대 중국 화폐·금융 무기는 3가지 들 수 있다. ①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와 같이 중국 인접지역 불안정을 유발해 달러를 흡수하고 파는 방법, ②미국이 중국을 달러 기반 국제결제망(스위프트)에서 배제해 돈줄을 끊는 방법, ③해지펀드 등의 대규모 투자자본이 중국에서 철수케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3가지 방법은 모두 중국과의 경제관계 단절 또는 전면전(3차 대전)을 각오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중국의 맷집이 커져 미국의 승리를 장담할 수도 없다. 가파른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미국이 실수라도 하면 끝이다. 중국도 미국 국채의 대규모 매도 등의 공격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별 이득이 없어서다.     


중국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     


기축통화는 국제단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다.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압도적인 정치·군사·경제적 영향력, 충분한 금 보유, 개방된 금융시장, 안정된 국가신용도 등이 필요하다. 현재의 중국 상황은 어떤가? 답은 ‘아직 아니다’다. 미국의 공세를 막아내 중국의 위안화, 특히 디지털 위안화가 주요 결제·준비 통화가 될 가능성은 상당기간 동안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미국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 상의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2023년 11월 현재 4.61% 수준(달러 결제는 47%)이다. 다만, 최근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금년 1월, 2%에 미치지 못한 스위프트의 위안화 결제 비중은 10개월 만에 두배 이상(4.61%) 증가했다. 중국 자체의 '위안화 결제 시스템(CIPS)' 상의 결제액은 전년 대비 21% 급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커지고 있는 위안화 입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국제사회는 "왜 달러가 세계를 지배해야 하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 답을 갖고 있는 미국이 적절하게 설명·설득해야 한다. 위안화의 국제결제 급증에 대해 2023년 12월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 세계의 정치적 갈등이 결제시스템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더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쌓이고 있는 국가 부채·적자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달러화가 언제까지 미국의 패권 지위를 보장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패권은 국가채무 확대, 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몰락했다. 기축통화는 서서히 기울다 어느 순간에 급속히 몰락한다. 오늘날 미국 패권이 흔들리면서 달러 패권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매년 채무불이행(국가부도)을 걱정한다. 미국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달러 제국 미국은 곧 붕괴할 것이다.


미중 간의 새로운 국제화폐 전쟁은 시작되었다. 미국 제재의 힘은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나온다. 달러결제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디지털 위안은 미국 힘이 미치지 않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이다. 다른 한편으로 돈을 사용하지 않으면 전통적인 통화결제는 없어진다. 돈이 쓸모가 없어졌는데, 금 아닌 종이돈(페트로 달러) 위에 세워진 달러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화폐·금융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내우외환 (內憂外患)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불거진 제3의 ‘트리핀의 딜레마'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달러의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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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국은 힘을 앞세운 미국의 패권과 종이달러 패권을 달갑지 않게 여겼다. 중국은 자신들이 비난해 왔고, 남는 장사도 아닌 패권과 종이돈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위안화. 특히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사회에서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사용되며, 믿을 수 있는 국제화폐가 되기를 바란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가 성공하면 국제통화 질서를 재편할 것이다. 디지털 화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구식 전화기와 실물 화폐가 없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그 세상을 중국이 열어가고 있다. 중국 중심의 아시아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필자의 외로운 주장은 무엇보다 전 주에 살펴본 최첨단 기술과 이번 주에 길게 설명한 디지털 화폐 기술에서 중국의 혁신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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