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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치 Nov 08. 2023

미국의 쇠락, 패권 균열

- 전쟁의 배경(1)



미중 패권전쟁은 G1·G2 간의 서열 다툼이다.


미국이 약해지고 중국이 강해지면서 일어나는 구조적 현상이다. 강대국의 힘의 변화는 기존 질서를 흔들고, 지각을 변동시킨다. 역사를 반전시키면서 역사의 이동을 촉진한다. 미중 패권전쟁 이해의 첫걸음은 미국의 쇠락과 중국의 굴기를 직시하는 것이다.     


역사를 주도하는 패권 제국의 흥망성쇠는 역사학자들의 중요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 그들이 발견한 자연의 이치는 3개로 요약된다. ‘①제국화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해 절대 몰락한다. ② 패권 제국의 대외 부정의는 대내적으로 국민의 혼을 타락시켜 국가 파멸을 가져온다. ③패권 질서는 권력의 상대적·절대적 쇠퇴에 따라 붕괴, 신질서를 추구하는 국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로마 제국, 15세기 이후 서구 패권 제국들은 모두 이런 자연의 이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스 역사가 투퀴디데스는 『역사』에서 서구 최초의 지적문명을 연 아테네가 왜 그렇게 로 가는 전쟁을 했는가를 기록했다. 그는 아테네의 강성이 가져온 제국화와 제국의 오만·독재, 무절제가 저지른 대외 부정의를 거론했다. 당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도 '제국의 대외적인 부도덕 행위나 무자비함이 어느 정도 정당화 될지라도, 대내적으로 시민들의 영혼을 타락시켜 국가가 몰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못된 짓을 일삼는 패권 제국, 그 국민들의 혼과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강성하면 침략하고 약탈했던 서구 제국의 DNA는 변하지 않는다. 역사의 운율·패턴은 반복된다. 미국 패권 제국에서도 대외 부정의가 미국의 영광을 더럽혔다. 미국과 미국 패권의 쇠락을 야기한 주원인이 되었다. 대외 부정의가 낳은 내부의 각종 기저질환, 즉 국민 혼의 타락과 부패가 미국을 락의 길로 내몰았던 것이다.  


미국의 패권 장악     


미국은 유럽의 구질서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 건설한 신세계였다. 풍부한 자연 자원에 우수한 이민자들의 노동력과 재능, 소명의식은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은 약 100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으로 촉발된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1단계): 미국은 전쟁을 통해 태어나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신대륙 이주민들은 전쟁 등을 통해 원주민 인디언들을 잔인하게 제거했다. 전쟁을 통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했다.19세기 중반에는 전쟁을 통해 멕시코 영토였던 북미대륙 서부를 차지했다.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필리핀 등 태평양 섬들을 식민지로 획득했다. 1910년에는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된다. 이후 1935년까지 카리브해와 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면서 패권의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계속 발전했다. 20세기 초 미국은 전 세계 경제력의 1/4을 차지하고 있었다.      


(2단계): 미국 패권은 유럽 열강의 주도권 경쟁 과정에서 탄생했다.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1,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패권을 차지한다. 미국은 두차례의 전쟁으로 진이 빠진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물려받았다. ‘미국의 세기’는 1945년에 시작되었다. 2차 대전이 끝났을 때 강대국 중 피폐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 뿐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력은 세계의 절반을 차지했다.


(3단계): 전후에 미국은 유럽의 제국주의 유산을 거부하는 등 선한 패권을 추구했다. 

미국은 전후 처리 과정에서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해 세계 각 지역에 식민지를 운영하던 유럽의 제국주의가 무너지게 했다. 서방의 영향권이 축소되자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로 확대되었다. 미국은 자국 주도로 UN과 IMF, WTO, GATT 등을 설립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했다. 미국의 세계 패권 기반은 6.25 한국전쟁을 통해 구축되었다.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침략자로 낙인찍어 대소 봉쇄전략(NSC- 68)을 구체화했다. 전후 국방비를 4배나 증대시켜 자유진영 단결, 해외 미군기지 건설 등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완성했다. 미국은 점차 단순한 패권국이 아닌 세계질서의 설계자이자 운영자가 되어갔다.


미국의 영광: 역사상 최고의 패권국     


미국은 이상주의와 물질주의가 어우러진 천조국이었다. 1960년경 미국은 유럽을 대신해 모든 국가가 열망하는 국제사회의 모범이 되었다. 근대화와 개척정신을 상징하며 이민자들이 꿈(아메리칸드림)을 펼칠 수 있는 나라였다.      


미국은 기회의 땅, 문명과 부의 상징이었다. 세계경제의 엔진이자 민주정치의 모범국으로 국제사회의 방향타였다. 할리우드 영화와 TV 드리마, 코카콜라, 청바지 같은 소비재는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문화적 영향력이었다. 미국 대학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학생들을 유치해 노벨상을 휩쓸었다. 미국은 세계 최초의 공용어인 영어로 자국의 영향력과 매력을 확산시켰다.      


미국의 패권은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전쟁과 공작, 첨단 과학기술의 군사화로 유지되었다. 지금도 미국은 세계 각 지역에 700개 이상의 미군기지와 84만여 명이 일하는 정보공동체(NSC, CIA, NSA 등)를 운영하고 있다.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지속했다. 세계 각 지역에서 문화적 매력과 은밀한 공작, 유연한 외교와 노골적 무력행사, 막대한 원조와 집요한 이익 추구를 조합해 패권의 포부를 실현했다.      


1991년 냉전의 종식과 함께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다. 도전을 불허하는, 가장 빛나는 나라였다. 미국은 식민지가 아닌 동맹과 미군기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무소불위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더 이상 오를 수도, 오를 필요도 없었다. 정상에서는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길만 있었다.      


몰락의 단초: 단극 패권의 오만·예외주의     


미국은 자국의 패권은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와 다르다고 자부했다. 해외 침략과 약탈을 일삼은 과거와 달리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착한 패권’ 임을 강조했다. 이는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패권 역시 점차 독선과 오만, 탐욕이 지배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자국이 유발한 베트남전(1960-1975)의 실패와 세계적인 불경기 여파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패권에 손상을 입었다. 미국의 금이 고갈되고, 경기침체와 베트남전 비용 증가로 달러까지 고갈되었다. 더 버틸 수 없었다. 1971년 8월, 미국은 달러-금 태환 약속(브레턴우주 체제)을 파기했다. 이때부터 미국의 패권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패권이 아니었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니라 탐욕적인 이윤을 추구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제국으로 변했다.     


미국은 선한 패권을 포기하고 자국의 금융시스템 안에 모든 인류를 가둬놓는 달러 패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달러와 금의 연동이 파기되자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게 되었다. 지폐에 불과한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자 미국은 수지맞는 장사를 한다. 1971년 8월 15일 이후에는 실물경제를 포기하고 가상경제로 옮겨갔다. 미국은 국채 발행과 위기조성 등을 통해 해외의 달러를 미국으로 불러오는 금융제국이 된다. 미국은 세계 금융시스템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징후는 베트남 전쟁 말기인 1973년부터 나타났다. 1980년대 말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1989~1991년 동구 공산권과 구소련의 붕괴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승리였다.      


소련이 무너졌을 때 미국 전략가들 대부분은 승리의 자축연을 열고 열광했다. 역사를 잊고 망각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단극패권 시대에서 ‘역사의 종언’이 선언되었다. 미국은 모든 나라가 미국의 각본에 따라, 미국이 짜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시장에 기초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만해도 중국의 존재는 당장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단극패권은 동맹체계와 신자유주의·세계화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었다.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환상과 오만·탐욕, 팽창주의는 미국 패권의 일방주의와 예외주의를 낳았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미국 패권 예외주의들이 생산되었다. 세계의 미국화와 천년왕국을 희망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민족주의와 세력균형, 강대국의 흥망성쇠 역사를 부정하는 논리였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세계화가 민주주의로, 민주주의가 평화를 이끌 것이라는 환상은 미국의 각 지역·국가 문제에 대한 개입을 정당화했다.


경쟁국 없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단극 패권국이 된 미국의 영광은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자신 있게 그런 포부를 펼쳤다.


- “... 미국은 21세기 초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로 홀로 서게 될 것이다.”(재선 클린턴 대통령 취임사, 1997.1.20.)

- “... 미국은 세계의 본보기가 되도록 신의 선택을 받았다. 역사의 부름을 받았다.”(부시 대통령 주장, 2000.8.28.)      


미국의 힘·이념이 예외적으로 보편적이고, 안정적이며, 영속적이라는 사고는 단극 패권이 초래한 오만의 극치였다.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이자 군사 제국주의의 목적을 가지지 않은 최초의 제국이었던 미국은 2001년 9월 11일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은 위험한 군사 제국주의로 변해 갔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해 절대 몰락한다는 역사의 법칙을 잊은 것이었다.    

  

만약 미국이 당시의 단극패권 기회를 자국과 세계를 위해 선용했더라면 아메리칸드림은 더욱 빛나고, 세계는 보다 평화롭게 번영하며, 미국인들의 꿈인 ‘언덕 위의 집’도 아름답게 지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제국의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문명의 찬란한 꽃을 피운 최전성기의 아테네 제국이 에게해를 지배하는데 만족했다면...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패권전쟁 없이 그리스의 문명에 더욱더 큰 첨탑을 여러 개 쌓을 수 있었다.    

  

역사는 가정할 수 없는 것. 미국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질서가 유지되는 이른바 ‘팍스아메리카나’는 탈냉전 후 약 10년(1991년~2001년)쯤 이어졌다. 최전성기를 누리던 그즈음, 미국이 제집 안방에서 도전에 직면한 게 바로 2001년의 9·11 테러다. 미국의 몰락을 촉진한 것은 20여 년 동안의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여기에 오만과 탐욕이 부른 ‘신자유주의·세계화’ 패권 전략은 내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대침체를 가져와 미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 패권의 몰락도 촉진했다.      


미국의 제국화·세계화, 대외 부정의     


미국은 1991년 유일 초강대국이 된 후 새로운 국제질서를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견제세력이 없어진 미국은  자국의 이미지대로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패권적 힘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자유주의를 확산시키는 정책을 자유롭게 추구했다. 오만이 부른 오판· 탐욕이었다. 합리성과 정당성, 현실성이 없는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대부분 실패한다. 미국 마음대로 제3세계 국민들의 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경제면에서, 실체가 세계의 미국화인 미국의  세계화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이론적 무기는 신자유주의, 세계적인 금융자유화, 국제금융 질서에 맞는 회계기준과 개방이었다. 세계의 시장화 방식, 즉 미국의 경제패권 행사 틀은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였다. 그들은 1990년대에 중남미와 아시아, 동유럽 등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에서 당사국에게 엄격한 긴축재정과 민영화를 강요했다. 한국의 외환은행 매각과 같이 국공유 재산을 저렴하게 미국과 유럽 투자자에게 팔라는 것이었다. 보다 세련된 현대식 약탈이었다. 결국 워싱턴컨센서스는 그 이름과 달리 미국 탐욕주의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정치면에서 미국은 세상을 자신의 모습대로 다시 만들고자 했다. 미국 패권의 정치적 단면인 ‘세계의 민주화’는 먼저 1990년대에 코소보 독립과 천안문 사건 이후의 중국 제재 등으로 시도되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에는 중동에 대한 ‘독재정권 전복’과 ‘강제 민주화’로 확대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으로 현실화되었다. 2003년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고, 2011년에는 리비아의 카다피를 제거했다. 모두 대실패로 끝났다. 점령의 수렁화와 내전화, 수천만 명의 난민 발생, 정세 불안정과 빈곤이 일상이 되었다. 냉전 이후 미국의 패권 전략은 치졸하고 무리하게 운영한 결과, 세계로부터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군사면에서 미국은 문명화나 민주화. 시장화를 핑계로 다른 민족의 삶에 개입하고 수탈한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군사적 개입이나 무력으로 권위주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무력침공이 여의치 않으면 경제제재와 함께 배후를 조종해 쿠데타나 내전으로 권력을 전복했다. 이런 부정의한 시도·전략도 한국에서의 부분적인 성공과 달리 대부분은 실패했다. 민주주의 증진에 오명을 씌우고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특히 ‘불량 국가’를 제거하려는 미국의 전쟁은 미국을 ‘불량 슈퍼파워’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전쟁은 다시 일어나고 계속되었다. 강고한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군사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은 긴장과 전쟁 없이 존립할 수 없었.


대외적 면에서, 대외 부정의가 강화될수록 각종 대내적인 문제도 쌓여갔다. 21세기 들어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지원했다. 일하기 싫은 미국인들은 중국을 자국의 하청공장으로 만들려고 했다. 이후 10년 동안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 560만 개가 사라졌다. 최상위 계층 10%을 제외한 미국인 대다수의 평균 실질소득은 1972년보다 적어졌다. 서비스업과 금융, 첨단기술, 부동산 중심의 산업 구조 하에서 민주주의의 바탕인 백인 중산층이 무너졌다. 대외적으로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불안정도 커졌다. 패권을 구성하는 두 측면 중 동의·리더쉽이 약화되고, 지배·강압이 강화되었다. 미국 패권의 이념적·사회적 토대는 침식되고, 미국이 필요에 따라 유엔 등 다자제도를 무시하고 우회하면서 국제질서의 정치적·제도적 토대도 약화되었다.


미국은 9.11 테러 사건 이후 10년의 중동전쟁에서 전쟁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했다. 7조 5,000만 달러였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에도 군비는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패권 부담으로 인한 쌍둥이 적자와 부채의 누적은 미국을 쇠락과 몰락의 길로 몰고 갔다.     


사실상  ‘세계의 미국화’를 추구한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전략은 세계의 민주화·시장화를 통해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억만장자들에게 권력과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특화된 미국의 기업과 자본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 열매가 고르게 분배될 수 없었다. 미국에 ‘1:99 사회’라는 불평등 문제가 급부상했다. 정치의 분열과 양극화도 심화되었다. 자본과 시장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가 커질 무렵에 위기가 닥쳤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미중관계에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다. 미국 경제는 하강 국면으로 내닫고, 중국 경제는 미국의 대침체를 딛고 급성장했다.      


세계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대가 이미 최고점을 지났다는 결론·경고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은 많지 않았다. 중국의 급부상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미국에는 여전히 제국의 예외주의와 오만·오판이 지배하고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패권국 미국이 약속한 지구촌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의와 평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쟁과 가난, 폭력과 갈등이 세계를 불행과 혼돈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동안의 미국 패권이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미국 패권의 실패에는 미국의 예외주의와 미국의 군사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미국의 국익·국민보다는 주로 대기업을 비롯한 파워엘리트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해 왔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시장 확장이나 지배 집단의 경제이익을 위해 사용되었다. 혹자들이 미국을 기업국가, 자본 민주주의 국가라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61년 1월 17일, 군 출신으로 전쟁의 비극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군산복합체의 위협에 경종을 울리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 잘못된 권력이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존재한다.” 군산복합체가 미국의 자유 민주주의 절차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문제는 여전히 '방 안의 코끼리'라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 패권의 역사에서 부끄러운 베트남전은 패권 하락의 시작이었다. 미국의 무모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미국 패권 하락의 분기점이 되었다. 세계금융위기는 미국의 몰락 징후였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드러난 미국의 민낯·치부는 미국의 몰락을 확인해 주었다. 미국식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네오콘 식의 오만·탐욕, 권력욕이 미국의 국력과 미국 패권의 쇠퇴를 초래한 것이다.      


□ 쿠오바디스 아메리카?      


지난 50여 년 동안의 패권 운용 실패는 결국 미국의 쇠락과 미국 패권의 몰락을 가져왔다. 쇠락하는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답은 제1권에서 상세하게 논의한 '미국병'에서 연유하는 아래의 사건·사실에 있다.   


총기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2023년 10월 25일, 미국 메인주 루이스턴의 볼링장·식당에서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다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성명에서 "미국인들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끊임없는 총기사고는 고질병인 미국의 역사와 제도, 현실의 문제이다. 미국인들은 불안한 사회에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총기를 소지해야 다. 미국인들이 소유한 총기 수는 인구수(약 3억 3,000만) 보다 많은 약 4억 정이다.  


미국인들의 마약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9월 24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대낮부터 마약 거래는 물론, 투약도 이뤄지는 탓에 주사기나 피 묻은 일회용 알코올 솜이 길거리에 널려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처벌보다 치료가 먼저'인 마약 정책은 처벌의 효과가 적고, 교정의 비용이 많이 드는 교도소가 만원이기 때문이다. 마약에 관용은 치안이 엉망이 되게 했다. 미국의 많은 도시, 특히 뉴욕과 LA, 샌프란시스코거리 곳곳에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과 수만 명집 없는 노숙자들이 널러 산다. 거리 질서가 엉망인 샌프란시스코의 스타박스 커피점 매장에는 의자가 없다. 왜냐고? 미국에는 약 60여만  명의 노숙자들이 있다. 최근 마약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150명이 넘는다.


③각지에서 절도·도둑질이 횡횡하고 있다.

서구를 대표하는 나라 영국과 미국에서 최근 특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절도·도둑질의 급속한 증가가 그것이다. 영국의 경우 1년 동안(2022년 3월~2023년 3월) 경찰에 신고된 절도 사건이 34만 2,343건이었다.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2023년 9월 26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소매유통업체 타깃은 "조직적인 도난 범죄로 인해 안전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4개 주에 걸쳐 9개의 주요 도시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월마트, 노드스트롬, 월그린 등 다른 소매업체들도 도난 범죄로 인해 일부 매장문을 닫아야 했다. 미국의 전국소매연맹은 2022년 도난·사기 등으로 인한 손실만 1,121억 달러(한화 약 151조 1,780억 원)라고 밝혔다. 도둑질 증가의 원인은 먹고살기 힘든 기층 증가, 마약, 폭력적인 도둑질에 대한 직원들의 소극적 대응 등이다. 미국정부의 사회복지 예산은 항상 전쟁 예산에 밀려 있다.


④미국 코스트코의 '골드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3년 9월 27일, CNBC 보도에 따르면 미국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 홀세일은 2023 회계연도 4분기 (6~8월) 매출 발표를 통해 최근 골드바의 인기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리처드 갈란티 코스트코 홀세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골드바는 가격과 상관없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골드바 수요가 많아 재고 확보 즉시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골드바를 올리면 보통 몇 시간 안에 다 팔려나간다."며 "회원당 구매 개수를 2개로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는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금이 '안전한 피난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골드바(금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산적한 대내외 문제로 인해 혁신할 겨를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국력의 발전은 기술 혁신에 달려있다. 미중 양국은 미래전에서 한방이 될 수 있는 반도체, AI로봇,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의 노력은 상상 이상이다. 2023년에 중국의 과학 R&D 역량은 미국을 넘어섰다. 질적으로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 글로벌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화웨이에 1위를 내준 것도 뼈아프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수록 자립자강을 위한 중국의 노력이 배가되며 성과를 내고 있다.   


⑥패권전쟁에서 이제 중국은 보다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미국이 쇠락하는 징후들이 많아지자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마이크론 제품 구매 금지를 비롯해 2023년 들어 미국 기업들에 실질적인 타격이 될 만한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7월 이후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11월 7일부터는 희토류 73종을 수출 보고 의무화 대상에 포함시시켜 중국에 ‘광물 무기화’ 카드가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중국 반독점 기관의 허가가 늦어지면서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업체 인수를 포기했다. 중국은 중앙 부처 및 공공기관 직원들에 ‘아이폰 사용 금지령’도 내렸다. 자국 전기차 기업에 중국산 부품만 사용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미국에 계속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중국의 맞짱 의지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자신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⑦무엇보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피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로 유지해 온 무디스는 2023년 11월 10일, 향후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신용평가 하향의 배경으로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는데 국가 고유의 신용 강점이 더는 이를 상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높아진 가운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리려는 효과적인 재정정책 조치가 없다. 특히 의회정치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채무 능력 약화를 늦추려는 행정부의 후속 재정 계획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사실 재정난으로 무너지는 정치·행정 시스템은 로마를 비롯한 모든 패권 제국의 말기 증상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여러 소식들은 미국이 쇠락하고, 중국이 굴기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미국의 타락한 성공 신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미국 이런 사실(fact)을 거부하고, 그 표현조차 제한하고자 한다. 미국의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저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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