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공주 한덕수와 여의도 금붕어 떼①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라는 이 막장 드라마를 도대체 어떻게 서술해야 이 글을 읽는 사람을 속 시원하게 해줄 수 있을까. 빈약한 내 어휘력과 문장력으로는 도저히 저 날고 기는 무뢰배들의 만행을 표현도 못 하겠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려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의 만행 은 전 국민이 봤으니 새삼 덧붙일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욕하는 사람들조차도 대선에만 관심이 있는지,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사람이 이 엄중한 시기에 어떻게 자신이 출마하기 위해 대대행도 아니고 대대대행에게 최고 통수권을 맡길 생각을 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짚지 않았던 것 같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민의힘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이 워낙 급하게 막장으로 진행되다 보니 금새 사라졌다.)
이미 무대에서 내려간 사람을 언급하는 게 당사자에게는 잔인한 일이겠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입으로만 ‘나라와 국민’을 운운하고 오직 ‘영달과 이득’에 눈이 먼 전직 국무총리의 기이한 판단력과 행동을 어딘가에는 남겨놔야 할 것 같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거의 사라져가고 있던 2025년 5월 7일 오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다음 날인 8일 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김문수 후보=“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려면 진작에 (대통령 권한대행에서) 사표를 내고 당에서 경선해야 했지 않나.”
한덕수 전 총리= “그때는 나라가 어려워서 사표를 내지 못했다.”
위 대화는 김 후보 측 인사가 전한 것인데,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김 후보로서는 당연히 물어볼 수밖에 없는 질문이라 내용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국민의힘은 전달인 4월 14, 15일 양일간 대선후보 경선 등록을 받았다. 한 전 국무총리는 5월 1일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사퇴하고, 다음 날 제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인지, 신이 도와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불과 보름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분이 보기에 자신이 국정을 책임지지 않아도 될 만큼 나라의 어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어느 정도나 안정된 상태냐면, 대대행도 아니고 ‘대대대행’이 맡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다. 보름 만에 이렇게 만들다니, 요술 공주 세리인가? <② 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