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10월,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은 가을이라 잠깐 빗줄기가 주춤한 사이에 밭일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아침밥 수저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밭으로 달려갈 판국이에요.
시원한 가을 바람이 흐르는 땀을 식혀주지만 그 전에 빗방울처럼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어쩌지 못해 옷소매로 쓱쓱 훔쳐 두기도 합니다.
저만치 혹독한 겨울이 어슬렁 거리니 눈앞에 머문 가을날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철모르고 내리던 삼월에 쏟아지던 눈송이를 기억하시는지요.
계절이 꼬박 꼬박 제 갈 길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가끔 엇박자를 튕겨대는 날도 색다른 정취를 불러옵니다.
봄여름에 가을까지 뿌리를 내리고 동그란 얼굴을 빼꼼하게 내미는 토끼풀의 모양새는 계절을 깜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봄과 가을, 아름다운 두 계절을 사이에 두고 끈적한 여름과 시려운 겨울이 맴을 돕니다.
유독 추위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에게는 기나긴 여름조차도 환영의 마음이 살짝 들 수도 있고요.
게다가 막상 겨울이 다가오면 첫눈이 왔다고 호들갑스런 마음이 불쑥 드는 걸 보니 겨울도 힘든 계절일뿐 싫기만한 계절은 아닌가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촉촉한 감성이 살아나고 맑은 햇살아래 서면 눈부신 세상이 더욱 고와서 그또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움이야 이루말할 것도 없고요.
각자의 미덕으로 빛나는 계절의 정취는 세월이 흘러갈수록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깊어갑니다.
서로 견줄수 없는 향기로 말이지요.
눈뜨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참새들의 '찍찝 짭짭 소란스런 모습입니다.
벌써 몇년 째, 지붕 틈새에 참새가 제 뜻대로 집을 지어놓은 통에 한지붕을 함께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돌풍이나 태풍으로 잠잠한 날이거나 얼음찬 겨울날이 아니면 참새들은 연신 명랑한 목소리를 짧게 내지르면서 지붕과 덤불 사이를 하루 종일 쉴 틈없이 오고갑니다.
참새는 조그마한 몸뚱이에 걸맞는 가볍고 가벼운 궁둥이로 지금 이순간에도 이곳저곳 바삐 날아다니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어디선가 날아왔는 지 참깨씨앗 하나가 마당 모서리 틈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났습니다.
흙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땅, 그곳에 어찌 터를 잡고 싹을 틔울 수 있었는지 두고 두고 보아도 도무지 아리송하고 신기할 노릇입니다.
핑크빛 감도는 어여쁜 꽃 한송이가 햇살아래 곱게 피어있으니 무심코 지나갈 수 없어서 꼭 그자리에서 물끄러미 서서 눈맞춤을 하곤 합니다.
톡톡 방문을 살며시 두드리는 것처럼요.
여린 꽃이 떨어져내리고 그 자리에 참깨 씨앗이 야무지게 들어찰 때까지 곁에서 지켜볼 참입니다.
물론 응원의 눈길을 담뿍 담고서요.
오퍼센트, 『아름다운 것들』 자작시☆
푸릇푸릇 젊은이 모습도, 어정어정 어르신의 모습도 아니지요.
어중간하게 이쪽 저쪽 두 세상 사이를 한발 한발 걸어가보는 참입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가을의 아름다움을 찬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계시지요.
단지 몸이 아니라 마음의 청춘을 가슴 가득히 품고서 말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