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꾸준한 노력은 성공으로 이어질까?

[오늘의 심리학 #100 특별편]


 반디심리연구소에서 기획하고 형아쌤이 진행한 [오늘의 심리학]이 100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분절성이라는 개념을 알고 계신가요? 생각해보면 연속적이어서 끊을 수 없는 것을 일정한 사회적 약속에 의해 끊어서 생각하는 것을 뜻합니다. 예로 시간, 계절, 숫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초, 분, 시간 등 모두 어떠한 사회적 약속을 맺고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죠. 계절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임의 분할하는 건 인간입니다. 숫자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100편을 맞이하며 기뻐하고 의미를 새기는 것도 언어의 분절성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99까진 일반적이다가 100만 특별 대우하는 건 결국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의미 형성이죠. 기념일도, 생일도, 국경일도 허황에 지나지 않습니다.


 허나 이건 너무 인간미 없잖아요.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 기념하는 행위가 인위적이든, 작위적이든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를 준다면 충분히 향유해도 괜찮습니다. 삶이란 일상의 연속입니다. 현실 속에서 사는 시간 틈틈이 결혼 기념일용 꽃다발, 생일 축하용 케이크, 고인을 기리는 제삿날 등 특별한 판타지를 끼우며 사는 건 인간이 인간이기에 가능한 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100편을 특별하게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준비했는데요. 이번 100편은 해외 저널 번역 후 형아쌤의 소견을 썼던 형식이 아닌 제가 직접 저널을 써보려고 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시작해보죠.





꾸준한 노력은 성공으로 이어질까?

 노력만으로 안 되는 시기라는 인식은 사실일까?

 Posted Jan 27, 2020 반디심리연구소 형아쌤



© maksimshutov, 출처 Unsplash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는 근면성실을 강조한다. 따뜻할 때 즐기지 않고 땀 흘리고 있는 개미를 향해 조롱을 하던 베짱이는 추운 겨울이 되자 비축해둔 음식이 없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다. 필자가 읽은 동화책에선 개미가 베짱이를 따뜻한 집안으로 들여오고 베짱이는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며 끝났는데, 혹자는 결국 베짱이가 죽는 결말의 책을 읽은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 어쨌든 노력하지 않은 자는 위기에 처했을 때 문제가 생긴다는 교훈이다.


 가톨릭에서 규정한 죄의 근원이면서 동시에 죄인 7가지(7죄종) 중에도 나태가 포함되어 있다. 꾸준한 노력과 준비는 예로부터 추앙받고 요구되는 미덕이었다. 당연히 베짱이보단 개미처럼 살아야겠구나 생각하며 살았다. 이 생각에 의심도 없었다.




 그러나 요즘은 시선이 달라졌다. 개미를 미련하게 보고 베짱이처럼 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미가 비축해둔 음식으로 추운 겨울 좁은 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베짱이는 일약 스타덤에 올라 호화로운 집에서 살고 있는 동화 비틀기가 있을 정도다. 필자의 직업 상 학생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다. 착하게 또는 열심히 살아봤자 바보일 뿐이고, 돈이나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돈이 없다면 절약보단 현재를 즐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를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YOLO족의 출현, 일만큼 일상 생활도 중요하므로 밸런스를 맞추자는 워라밸, 근면함과 성실함 나아가 인내와 숙고를 얘기하면 꼰대 취급 당하며 비난 받는 분위기,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유튜버가 희망 장래 1위로 올라온 현상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베짱이가 추앙 받는 시대다.




 다만 필자는 이런 현상에서 씁쓸함을 느낀다. 베짱이가 추앙받은 이유가 베짱이 개인이 가진 끼와 능력을 주목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체 얼마나 개미처럼 살아야 편한 날이 오는 건데?', '아무리 개미처럼 죽어라 일해도 가진 놈들은 더 잘 살고 나는 올라갈 수 없잖아!', '개미처럼 사는 건 병신같은 거야.' 개미처럼 살아봤자 나아지는 건 없더라는 깊은 우울감과 무기력 때문이기에 그렇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66



 2019년 발표했던 '이상 심리학 저널'의 한 연구에서 10대 우울증이 2009년에서 2017년 사이에 6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자살, 자살 미수 등의 심리적 고통 역시 상승 추세를 보였다. 과학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해지고 있는데도 우울증이 늘어나는 건 무엇때문일까? 필자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76


 네이저지에 게재된 2019년 기사에 따르면 직업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고 해도, 그것이 더 이상 음식, 건강, 안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충분한 자금을 얻을 기회가 된다면 대체로 긍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즉, 근면성실의 이유는 맘 졸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안정성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거라는 희망이, 지금의 노력이 미래에 열매가 될 거라는 확신이 현재의 고생을 견디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나아지는 건 없이 하루하루 노력만 해야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을 불안하게 살 것이 선명해질수록 우린 동기를 잃게 된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89


 죽기 무서워서 연명하는 삶은 깊은 우울감을 가져온다. 거기에 Mark Setton D.Phil. 교수가 말한 '전통적인 사회 구조와 공동체의 침식',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 '식생활의 변화', '선진국의 교육 전쟁' 등이 폭풍을 이루며 점점 명확해졌다. 개미처럼 사는 건 병신이라고.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미의 근면성실함은 옳다. 꾸준한 노력은 사람을 발전시킨다. 다양한 기회를 열어주고 생각하지 못 한 가능성을 만든다. 지금부터 할 얘기가 혹 베짱이에 대한 비난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가 가진 장점을 맘껏 발휘하자는 이야기니까.



 *



© delphinmedia, 출처 Pixabay


 필자가 학술지 및 논문을 검색하고 번역하는 일을 시작한 건 대학원 석사 과정이었다. 석사는 졸업을 위해 논문 작성이 필수였고, 이를 위해 매 주 5~10편의 논문을 번역해야 했다. 수능 영어 4등급 이후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았기에 번역 일은 괴롭고 힘든 일이었다. 남들보다 곱절의 시간이 걸렸고, 결과물은 허술했다. 살인적인 과제 스케줄을 버티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2년 간 심리학 관련 논문지를 해석하자 번역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또한 영어 사전과 심리학에서 통용되는 개념이 다른 어휘에 관해선 감을 잡았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정도의 변화였으나 대대적으론 미비했다. 여전히 내 번역은 허술했고, 다른 동기들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나는 허술한 논문, 허술한 번역 실력을 손에 쥐고 그렇게 졸업하였다. 영어는 다시 놓았다.




 반디심리연구소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표로써의 역량 증진, 이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 필요해졌다.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며 심리학 관련 블로그, SNS 등을 살펴보았다. 서늘한 여름밤의 심리학 등 공감 코드와 만화를 접목시켜 대중적인 접근을 효과적으로 하는 분도 보였고, 심리학 초심자, 대중들에게 학술적으로 필요한 심리학 지식을 전달하는 체계적인 노력을 해오시는 누다심 같은 분도 있었다. 심리 상담의 오해를 풀기 위한 설명을 써놓은 수많은 블로그, 상담 이론에 대한 즐비한 자료 등을 살펴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도 하나의 현상이고 수요인데 최근의 동향을 알려주는 곳은 별로 없네?


  전공자에겐 최신 정보를, 대중에겐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뜨끈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고민해보니 Psychologytoday 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심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게재하는 저널이자 블로그였는데 이를 번역해서 소개하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영어를 못 했다. 그러나 번역 프로그램이 대략의 번역을 해주면, 번역기가 하지 못 하는 심리학적인 해석은 내가 추가로 하면 됐다. 2년간 심리학 관련 논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생각한 것보다 꽤 간단했고, 그렇게 쌓아온 것이 이제 100번째 글을 맞이할 정도까지 되었다.





 소정의 목적만큼의 관심을 받고 있느냐? 물으면 대답은 아니오다. 블로그 방문자 수, 게시글마다 표시되는 조회수, 공감 하트의 수, 댓글의 양 모두 매우 저조하다. 가끔씩 '나 대체 혼자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자조가 드는 순간도 당연히 있다. 


 과연 나는 미련한 걸까? 100화까지 오면서도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 하는 컨텐츠를 계속 하면서 시간 낭비하고 있는 사람일까?



그러나 회차를 쌓아갈수록 브런치 채널엔 구독자가 늘어난다. 댓글을 꾸준히 달아주는 고정 독자층도 생기고, 좋은 컨텐츠라며 응원하는 댓글도 간혹 보인다. 100회차 동안 쌓은 내 가치관과 생각에 동조하며 개인 상담을 요청해오는 이들도 생겼으며, 무엇보다 상담자로써 내 역량이 늘어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1,2회만 하고 반응 없다고 접었다면 느낄 수 없었을 경험이다. 



 수능 끝나자마자 매주 월요일 연재를 자처하며 꾸준히 올렸던 만화 유쾌한 친구들도, 묵묵히 꾸준함으로 하는 무과금 게임들도, 오늘의 심리학도, 블로그 활동 내용도, 그 외 내가 꾸준함이 쌓이면 언젠가 빛이 될 거야라는 믿음으로 하고 있는 다양한 묵묵함들까지. 당장에 그 어떤 피드백도 없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만큼 쌓이니 생기는 변화들이다. 쌓인 양만큼 누군가에게 노출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필자를 알아본 이들에게 '이 사람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이렇게나 많네.' 하며 알릴 정보가 누적되었다. 그러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개미는 바보가 아니라고.




 *



© geralt, 출처 Pixabay


 필자는 인류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라 믿는다. 네비게이션의 발전으로 지도를 읽지 못 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핸드폰의 발전으로 연락처를 기억하지 못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나, 이를 두뇌의 쇠퇴라 할 수 없다. 요즘 시대에 필요로 하는 새로운 능력으로 대체하여 발전할 뿐이다. 신경심리학을 배우다보면 당연히 신경계를 배우게 된다. 신경계의 기본 단위는 뉴런이다. 그리고 이런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 길을 시냅스라고 한다.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각각의 뉴런을 고도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각개 분야가 높은 성장을 이룬 지금 필요한 건 바로 시냅스다. 정보와 정보의 콜라보. 기존에 있던 것들을 이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것.


 2020년의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 시냅스를 개척하는 능력이다. 그러려면 당신이 겪은 그 어떤 경험도 독립적인 뉴런이 된다. 이 뉴런을 시냅스시키려면 다양한 경험들은 열린 마음으로 이어야 한다.




 살다보면 언젠가 나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보는 순간이 온다. 진지해지는 때인데 흔히 좌절, 실패 등으로 나의 한계를 만났을 때 온다. 그 순간 내 수중에 가진 것이 없다면 일어설 수 없다. 과거만 보겠지. 왜 넘어졌을까? 나도 옆 사람처럼 길이 조금만 평탄했다면 넘어지지 않았을텐데. 내가 넘어진 건 부모 탓이야, 친구 탓이야, 사회와 국가의 탓이야. 그러나 수중에 다양한 것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진지함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한다. 그리고 일어서서 나아간다. 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은 예전의 걸음보다 훨씬 성숙하고 굳건하다. 우린 그것을 성장이라 부른다.




 당신의 손에는 얼마나 많은 아이템이 있는가? 아이템을 모으려 노력한 적이 있는가? 처음부터 없다고, 아니면 내 능력과 환경으론 잡을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진 않았는가 생각해보자.




 https://brunch.co.kr/@3fbaksghkrk/240



  오늘의 심리학 100화는 나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증명하였다. 그래서 무척 기쁘고 자축 중이다. 묵묵히 쌓아 1,000화가 되면 100화때는 생각도 못 했을만큼 커다란 변화와 성장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당신의 방향이 있다면 그 방향으로의 무언가를, 방향을 찾지 않았다면 굳이 그런 거 생각 말고 그 어떤 것이라도 일단 해봤으면 좋겠다.




 첫째, 어떤 거라도 괜찮으니 처음부터 성공할 생각 버리고

 둘째, 남들의 인정보단 스스로의 소소한 변화에 초점을 기울이고

 셋째, 주변의 비난엔 뻔뻔하게 비판엔 겸허하게 의견을 조율하며

 넷째, 의무가 아닌 의미를 찾기 위해 끊임 없이 내적으로 동기를 잃지 않으며!



 사회에 만연한 '무기력증'에 무척 마음이 아프다. 나를 찾기 위한 고민조차 쓸데없는 고민으로 치부해버리는 바쁜 세상이 만든 끔찍한 혼종이다. 이를 떨쳐낼 수 있는 노력이 반디심리연구소의 모토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나의 근면성실함이 본보기가 될 수 있어야겠지. 그러니 나는 여전히 '베짱이처럼 내가 가진 능력과 끼'를 '개미처럼 꾸준히 쌓아'가겠다.



 조만간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할 생각이다. 이것 역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마찬가지다. 해보자! 경험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햇빛을 쬐면 우울증이 줄어들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