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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심리치료에 회의적인 이유.

[오늘의 심리학 #166.]


 심리치료는 발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놀라운 확산세를 보였어요.

 대중적인 관심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서점에 가면 인문심리 코너가 따로 비치되어 있잖아요. 크몽 등 재능 기부 플랫폼에도 이용자가 많습니다. 유명한 사람은 수천 건의 평점이 쌓여있어요. 

 전문 영역으로의 발달도 진행 중입니다. 이제 지역마다 정신보건센터, 청소년상담센터를 찾아볼 수 있어요. 신경정신과에 가는 게 '미쳐서'가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서' 로 인식이 변했습니다. 방송에서 신경증을 고백하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예전에 비해 발전했습니다. 넓어졌어요. 그러나 질문이 더 남아있습니다. 


 이게 '올바른 길'인가? 


 워싱턴 주립대의 인류학자 Kristen Syme 과 Edward Hagen은 이렇게 말합니다. 

 "심리학은 현재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어떤 근거인 지 들어보죠.


- 심리적인 문제에 따라 분류, 치료하는 모델이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데 어떤 기여도 하지 못 했다.

- 생물학과 비교해볼 때, 생물학 이론의 발전은 실제 질환의 유병률, 치료 기술을 발전시켰다.
- '정신적 문제를 질병으로 구성하는 시도'를 만드는 시도는 제약 회사의 '화학 불균형' 모델에 의해 변질되었다.

-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이 우울증 감소에 도움을 주지만,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 한다.
- 세로토닌이 고갈되어도 우울증이 아닌 사람은 우울증을 앓지 않는다.

- 향정신성의약품의 효능이 제한적이다.
- 대부분의 약품이 별로 효과적이지 않지만 편향된 연구와 광고에 의해 과장되어 왔다.
- '분류, 치료 모델'의 실패는 DSM에 의존해 온 진단 체계의 실패로 귀결된다.
- 생물학적 현실이 아니라 비슷한 증상의 군집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치료의 개념은 명확합니다. '아픈 사람'이 있고, '그 원인'을 밝혀내어 '치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픈 사람인지는 모르겠네요. 어쩌면 아픈 사람이 있어야 하기에 질병을 만들고 그에 걸맞는 치료법을 '생산'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ADHD 라는 병명을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없던 증상이 현재 나타나서 'ADHD' 라는 병이 생겼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엔 그저 '시끄럽고 주의산만한 아이' 여서 밤 늦게까지 개울가에서 놀던 아이들이었어요. ADHD 개념이 생기며 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서 약을 처방할 근거가 생긴 겁니다.


 네, 약을 먹입니다. 왜냐하면 ADHD 아동의 주의산만함이 사회적으로 부정적이니까요. 주의산만한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불편하지 않아요. 그걸 '조절'해야 한다며 처방하는 건 이 아이의 사회성을 바라는 누군가의 의지입니다.


 이를 위한 '원인'을 찾아내야 하기에 연구자들은 '뇌 화학 불균형' 모델을 채택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의 화학 물질 분비와 다르다. 균형이 맞지 않으니 다른 반응이 나온다. 균형을 맞추면 정상적인 사람과 비슷한 반응을 하도록 만들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 그 다음 단계는 '정상'과 '이상'의 구분입니다. 국제적 기준은 DSM 모델입니다. 이를 토대로 진단하여 그의 이상함에 이름을 붙입니다. 


 그 사람의 뇌에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지 알 수 있나요? 분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그래서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관찰하고, 비슷한 군집끼리 묶습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이 행동을 하면 이 이름을 붙이도록 하자.
치료는 화학적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하자.


 접근법의 오류가 보이시나요?

 A를 보고 A 해결을 하지 않아요. A를 유추할 수 있는 A'를 보고 A 해결을 합니다.

 만약에 A'가 아니라 B였다면? C였다면? 치료는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본 저널은 이런 점을 꼬집고 있어요. 화학적 균형을 맞춘다고 같아지는 것도 아니며, 애초에 그 방법이 잘못 되었다고요.


- 두 인류학자는 러트거스 대학의 심리학자 Jerome Wakefield의 유해장애 모델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 이 모델에서 정신질환의 정의는 '생물학적인 기능장애가 있지만 사회적으로 괜찮거나, 생물학적으로 장애가 없어도 사회적으로 해롭다면 그건 질병이 아니다.' 고 얘기한다.

- '해롭다'는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 판단'을 의미한다.
- '역기능'은 '진화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실패 특성'을 의미한다.

- 이 모델에 따르면 심리적인 문제를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 첫 번째 범주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기억, 인지적 결손 증상
- 두 번째 범주는 현재의 환경과 과거 환경의 차이
- 세 번째 범주는 유전자 기반 발달 장애 정신 질환(강박장애 등)
- 네 번째 범주는 사회적이지 않으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반응(우울증, 불안장애, PTSD 등)

- 이 모델에 따르면 다수의 심리적 어려움은 '뇌 화학 조작'이 아니라 '역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해장애 모델은 화학 불균형 모델에 비해 '맥락'을 봅니다.

 이 사람의 신경전달물질이 정상 수치냐 이상 수치냐가 아니라, 이 사람의 인지 수준, 자라온 환경, 집단 무의식, 현재 처한 환경 등을 봅니다.

 같은 우울이라 해도 다릅니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적절한 우울 감정이 있습니다. 

 매일 같이 학대 받는 아이가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울증이 없으니 잘 하고 있는 건가요? 정상인가요?


 그래서 유해장애 모델을 이해하기 위해선 내담자의 인생이, 내담자 주변 환경이, 전반적인 문화적 흐름이 어떤 지를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심리학만 안다고, 뇌 과학만 안다고 알 수 없습니다.


 심리치료를 한다는 말의 무게를 기억하세요. 인생 전반에 통달한 사람이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사회, 경제, 정치, 과학, 수학, 인문, 철학, 교육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당신을 안다고요? 이해한다고요? 치료해준다고요?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 지 생각해야 합니다.


 보고나서 충격으로 머리가 띵했던 Ted 영상을 주요 내용과 함께 공유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RthzIOEf30&feature=youtu.be


 우리는 절망적이게도 폭력적인 종족이다. 그러나 놀랍도록 이타적이고 자애롭기도 하다. 어떻게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 그 사이의 모호한 행동의 생리를 이해해야 하는가?
 
 ● 행동의 운동적 측면을 이해해야함. 뇌 -> 척추 -> 근육
 ● 그럼 행동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행동이어도 해석이 달라지는 것은 왜 그럴까? 행동에서의 문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 모든 행동은 여러 단계의 동기를 가진다.
 ● 총을 가진 이가 자신을 공격하는 행동을 하는 이에게 총을 쏜다. 그러나 알고보니 상대가 꺼내려는 것은 핸드폰이었다. 이 행동을 일으킨 요인은 무엇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뇌의 작용. 편도체라는 뇌의 영역(폭력과 공포를 담당)이 활성화
    <몇 초, 몇 분 전> 편도체의 활동성은? 시위와 폭력 상황 속에서 이미 흥분 상태였을 수도, 또는 뇌의 전두피질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배가 고팠다면? 상대가 다른 인종이었다면?
    <몇 시간에서 몇 일 가량 전>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증가 -> 평범한 얼굴도 공격적인 얼굴로 인식
    <몇 주에서 몇 달 가량 전의 일> 신경가소성. 뇌가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변화할 수 있음. 트라우마 상황 속에 노출되었다면?
    <몇 년 전>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의 환경과 경험으로 인해 전두피질이 형성됨.
    <어린 시절과 태아기> 뇌 형성은? 후생적 변화를 형성 -> 특정 유전자를 영구 활성화 시키거나 아예 꺼버리기도 함.
    <태아 시절(유전자 집합체)> 유전자는 다른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ex) MAO-A 유전자를 가지면 PD(반사회적) 성향이 커진다. 어린 시절 폭력에 노출되었을 경우에 한정해서.
    <몇 세기를 거슬러> 어떤 환경에 노출 되었고 생존에는 무엇이 필요했나?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수 백만년 전> 유전자는 종을 어떻게 나누고 진화시켰나.
 
 ● 한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는 이렇게 일 초 전부터 수백만년전까지를 모두 감안해야한다. 무척 복잡하다. 아주 조심스러운 접근을 해야 한다.
 ● 생명활동의 모든 부분은 상황이 달라지면 변화가 가능하다. 상황을 바꾸는 한 사람이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최선의 행동으로 최악의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인간은 변화할 수 있다.


 심리치료를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깊은 관심으로 내담자를 궁금해하기.',  '내담자의 마음에 청진기를 대고 듣기', '내담자에게 조건 걸지 않고 함께 견뎌주지' 뿐입니다. 이 이상은 능력 외입니다. 신이 아니라면 모를까.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3가지를 충실히 하면 내담자는 기필코 안정됩니다. 그 기간이 길다, 짧다의 차이일 뿐 반드시 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 참고 자료


1. 성격 검사 추천해드릴게요. 당신이 결과를 믿지 않는다면

 - 대중적으로 유명한 성격 검사들이 있죠.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지 알려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10

 

2. 온라인 심리상담, 효과 있을까?

 - 온라인 심리 상담이 뜨고 있습니다. 과연 효과도 있을까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87


3. 심리 상담을 받아도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나요?

 - 큰 맘 먹고 간 심리 상담. 별로 효과가 없어보인다면? 이 글 읽어보세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68


4. 심리 치료를 받기 망설이는 당신의 이유 있는 거부

 - 심리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텐데도 불구하고 거부하는 이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https://brunch.co.kr/@3fbaksghkrk/263




* 출처 자료


Is Psychology Broken?

Why aren’t we making progress against mental illness?

Posted Jun 15, 2020 Noam Shpancer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insight-therapy/202006/is-psychology-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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