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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데드 Apr 13. 2022

연가시

연가시는 유선형동물 문에 속한 선 형태의 벌레다. 존재만으로도 공포를 일으키는 기생충으로, 영화 <연가시>에 소개되었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존재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 절지동물과 그 외의 곤충만 조종할 수 있다. 척추동물에게는 그저 단백질 공급원이다.

연가시는 가장 먼저, 연못이나 풀이 많은 물속에 작은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면서 내장안에서 알로 잠복한다. 수서생물과 잠자리 수채가 물고기를 잡아먹으면, 그들이 성충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잠자리가 사마귀, 여치를 비롯한 곤충에게 잡아먹혀 '최종 숙주'로 이동하면, 그때부터 내장 안에서 급속도로 성장한다. 성장한 연가시는 숙주를 조종하여 근처의 물로 유인한다. 내장이 비어버린 사마귀는 물에서 그대로 죽고, 연가시는 유유히 다른 짝과 번식한다. 이때 수백만에서 최대 2,00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철선충, 소위 '철사 벌레'로 불린다.


나는 연가시다. 갈색여치의 배에 머물고 있다.

날벌레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서 생활하기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뙤약볕이 내리쬔다.

고향으로 갈 때가 왔구나.

이 숙주는 열사병에 걸렸는지

좀체 말을 안 듣는다.  


살아와서 얻은 것이, 고작

갈증과 무더움인가.

물소리가 들린다. 이 근처야.

거의 다 왔다, 숙주야. 


시원한 일렁임. 아주 자유롭다.

알에서부터 느꼈던 고향이구나.

한낱 철때기가 아닌, 나. 

그래, 연가시였구나.




사진 출처 :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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