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제나라 환공> 이야기
사람들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냥 한 말이야”,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와 같은 말로 자신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하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적인 관계에서는 말 한마디를 어겨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말 한마디가 중요합니다. 특히, 교사의 말 한마디는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교사는 말 한마디를 통해 학생의 인생에 영향을 주고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월간조선에서는 사회 명사(名士) 38人을 대상으로 「내 人生을 바꾼 교사의 말 한마디」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조사 결과는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동시에 교사의 역할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과 함께 보냅니다. 수업 시간, 학생 생활지도, 진로 상담 시간 등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학생들과 지내면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무심코 약속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는 무심코 한 약속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히, 선생님의 금연처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약속을 한 경우에는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약속한 금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학생들도 선생님의 말을 가볍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사마천 「사기」에는 많은 군주들이 나옵니다. 그중 성공한 군주들은 자신의 말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습니다. 제나라 환공桓公의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알아보겠습니다.
제나라 환공은 노나라를 쳐서 대승을 거두었다. 노나라 장공은 땅을 바치며 제나라와 화친을 청했다. 환공은 노나라의 화친을 받아들였다. 서로 만나 맹세를 맺을 때 노나라의 장수 조말이 비수를 들고 단 위에 올라가 환공을 위협했다. 제나라 환공이 당황하며 물었다.
“그대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가?”
조말이 대답했다.
“제나라는 강한 나라이고 노나라는 약한 나라입니다. 처음부터 제나라가 노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지나쳤습니다. 빼앗은 노나라의 땅을 돌려주시오!”
환공은 할 수 없이 조말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환공의 말이 끝나자 조말은 비수를 던지고 자신의 자리에 태연하게 돌아갔다. 환공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여 빼앗은 땅을 돌려준다고 말했으나 다시 생각해 보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말을 죽이고 땅도 돌려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관중이 정색하며 말했다.
“협박 때문에 허락하였더라도 약속을 깨고 그를 죽이는 것은 소소한 분풀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기시면 제후들이 주군을 믿지 않게 될 것이고 결국 천하의 지지를 잃게 될 것입니다.”
결국 환공은 노나라에 빼앗은 땅을 돌려주었다. 제후들이 이 소식을 듣고는 모두 제를 신뢰하며 의지하려고 했고 제나라는 더욱 강대해졌다.
-제 태공 세가-
제나라 환공이 즉위할 당시 주나라는 왕권이 약해져 제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나라를 대신해 중원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후들이 등장했습니다. 이 시기를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르며 주나라를 대신하여 여러 제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후의 우두머리를 패자覇者라고 불렀습니다.
제나라는 강태공姜太公이 세운 나라로 소금과 같은 자원이 풍부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인물이 없어 강대국으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환공이 군주가 된 후 제나라는 주변의 제후국을 압도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때 환공을 도와준 인물이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유명한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입니다. 환공은 훌륭한 신하의 도움으로 춘추시대에 가장 먼저 패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환공이 패자가 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제후들이 환공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차지한 땅을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그대로 돌려주었던 사건은 주변 제후들에게 큰 믿음을 주었습니다. 만약 환공이 관중의 말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겼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 제나라는 약한 나라를 침략하고 약속을 어기는 국가로 낙인찍혀 여러 제후국들의 견제와 침략을 받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환공은 패자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이 학생들과 한 약속을 어겼는데 학생들이 과연 선생님을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수업 규칙이나 생활 규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런 선생님 밑에서 아이들이 생활한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먼저 약속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환공은 땅을 얻는 것보다 자신의 말 한마디 지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그들은 천하 사람들에게 큰 신뢰를 얻게 되었고 제후들에게 패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지난해 학생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평소 저는 편식을 하는 편인데 학생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잔반을 버리면 학생들은 “선생님은 왜 음식을 버리세요? 학생들은 다 먹으라고 하면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어른이라 괜찮아”라는 말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되었고 결국 학생들에게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반찬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 학급 규칙들을 어기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는 학생들에게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 사과했고, 지금까지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과 약속한 모든 말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말을 지키려고 노력하거나 지키지 못한 이유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생들은 선생님을 신뢰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과 행복한 학교 생활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