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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 Sep 08. 2024

12. 목요일엔

              --- 달고나 라떼

  햇살이 좋은 날

  새로이 들른 카페에서

  세기의 단층 만큼이나 두꺼운

  달고나를 듬뿍 얹은 아이템 발견!     

  랄랄라

  달고나 라떼.          


  월요일에 일주일이 시작되고, 목요일쯤 되면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달고나 라떼 같이 달달한 커피를 마셔줘야 한다.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게.



 누군가에게는 그냥 매일 마시는 흔하디흔한 커피 한잔 일지 몰라도, 육아에 정신없이 바쁜 엄마들에게는 귀하디귀한 커피 한잔이다. 결혼 전에는 일을 했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정말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전업 주부로 전향하고 나니, 나의 아침은 남편 회사가고 아이들 학교, 어린이집 보내고 돌아와서 식탁을 정리하고 난 후 혼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휴,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겠네.” 

  향긋한 커피 한 모금이 입안을 맴돌아 꿀꺽 넘어가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난 것 같은 안도의 느낌. 혼자서 홀짝 홀짝 마시는 홈 커피. 그 짧은 30분 정도의 시간이 정말 기분이 좋다. 사실 그것도 잠시, 밀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한바탕 청소를 하고 나면 기운이 빠져 쇼파에 기대게 되는데, 시계를 보면 벌써 점심 먹을 시간이다. 

  ‘오늘 오전이 이렇게 지나갔군.’

  혼자서 아침에 남은 반찬으로 대충 점심을 먹고, 살림에 필요한 것을 주문하려고 마트앱을 켠다. 

 ‘휴지도 사야되고, 샐러드도 좀 사고, 과일이랑, 고기는 뭘 살까?’

  이것 저것 고르고 가격도 체크하면서 좀 더 싸고 질 좋은 것이 내 눈에 들어오기를 기도하며 계속 써칭을 한다. 어느새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아, 이렇게 인터넷으로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직접 가서 사오는게 빠르겠다. 아직 주문도 못했는데......’

 그래도 배달을 시키면 무거운 짐을 집 앞까지 가져다 주니까 그게 너무 편해서 자꾸 시키게 된다. 마트에 가면 오히려 할인하고 여러 개 묶어 파는 물건들에 눈이 돌아가서 내가 사려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사오게 되니까 이렇게 집에서 인터넷으로 사는 게 훨씬 경제적인 거라고 스스로 합리화 한다.

  무수히 반복되는 이런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면 문득 ‘음......나는 주부로 태어난 건 아닌데? 나도 꿈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혼 전에는 친구든,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이든 누군가와 약속을 정해서 만나기도 했는데, 점점 사회생활을 안 하게 되니, 이제는 만날 사람이라고는 아침에 마주치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애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자주 마주치던,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는 또래 엄마들뿐이다. 친했던 친구들도 일하고, 결혼하고 뿔뿔이 흩어져서 일년에 한번 만나기도 힘들다. 저녁 때 밖에 나가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이젠 껌껌한 밤에 밖에 다니는 것조차 낯설다. 애들 재우느라고 짬도 안 나지만 말이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아이를 기르다보면 동네 엄마들 커뮤니티는 매우 중요해진다. 놀이터에서 항상 아이와 같이 노는 맴버가 있었다. 같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놀이터에 삼삼오오 모여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논다. 아이가 친구와 같이 잘 놀면 나는 놀이터에 앉아서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저는 튼튼이 엄마에요.”

  이렇게 매일 만나다보면 저절로 친해지고, 아이들이 놀 때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니까 간식도 조금씩 챙겨와 같이 나눠먹으면서 아이들도 더 친해진다. 

  “우리 다음 주엔 애들 보내고 나서 브런치해요.”

  “어머, 너무 좋아요! 어디 좋은 데 있어요?”

  “마트 옆에 새로 문을 연 데가 있는데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좋아보이더라구요. 같이 가실래요?”

  “좋아요. 다음 주 목요일날 어떠세요?”

  우리는 약속을 잡았고 나는 그날 무슨 옷을 입고 갈지 가기 전날 밤까지 고민을 한다. 이 얼마만의 외출이란 말인가? 레스토랑에 앉아서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우아하게 얘기하다 나오면 된다.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나는 즐겁게 그 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브런치 메뉴는 대략 비슷한데, 스파게티, 피자, 샐러드, 샌드위치 정도 그리고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등이 인기가 많다. 그때 갔던 카페에는 달고나 라떼를 팔았는데, 달달한 것이 마시고 싶어서 그냥 한 번 시켜봤다. 그런데, 달고나 라떼를 본 나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정말 정말 두꺼운, 속에 작은 구멍이 뽕뽕뽕 난, 처음 보는 커다란 달고나가 라떼 위에 덩어리 째 턱 얹어져 있었다. 세상에! 그 맛은 처음 먹어보는 바삭함, 기준치 넘는 달콤함, 그러나 먹고 나면 청량한 그런 맛이었다. 그야 말로 대박! 

  나의 달고나 라떼를 본 다른 엄마들도 부러워하며 다음엔 이걸 시켜야 한다고 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는 처음에는 애들 칭찬으로 시작해서 애들의 나쁜 버릇 같은 것을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은 공부얘기, 학원얘기가 꼭 들어간다.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킬 건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아이들은 잘 따라와 주는지. 좋은 교재가 있으면 추천을 하고, 좋은 학원 정보를 교환한다. 한바탕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고 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아니 아이들을 데리러 함께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나이가 마흔이 넘어도 우리 마음속엔 아직도 마음이 여린 소녀가 숨어 있다. 말만 존댓말로 바뀌었지 우리는 고딩들이 수다를 떨 듯, 그렇게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인다.     

 

 우리 다음엔 또 다른 브런치집에서 만나요! 달달한 달고나 라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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