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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든밍지 Dec 01. 2023

그런 날이 있다

T가 쓰는 시 네 편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눈앞에서 버스를 놓쳐버리는 날


가려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가다

한참 뒤에서야 알아차리는 날

 

높은 구두를 신었는데

때마침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

수많은 계단을 온전히 올라야만 하는 날


이 모든 게 한 번에 일어나

온 세상이 내 편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날이 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운이 나빴다, 재수가 없었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가도


고장 난 마음의 시계는

애꿎은 시간에 울어대는 뻐꾸기시계처럼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눈물샘을 조여왔던 나사가 풀린 듯

소리내어 울고만 싶은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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