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얼굴은 아직도 잘 모르는 게 함정)
이 집에 이사 온 지 어언 3년 차, 코로나가 창궐하고, 마스크가 필수템이던 시절이었다. 소음이 크다는 샤시와 화장실 공사까지 포함하여 리모델링을 꽤 대대적으로 했다. 양 옆집과 위아래 집, 경비실 등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요즘 같지 않게(?) 이사떡을 돌렸다. 시루떡에 간단한 메모를 붙였다. 이사 온 신혼부부이고, 리모델링 소음에 죄송했으며,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등의 간략한 내용이었다.
'요새 떡을 누가 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나는 옆 집은 물론이고 한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아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살았던 터라 처음 살아보는 아파트였지만 그런 말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꿈에 부풀었지만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직장생활과 마스크로 가린 얼굴 덕에 엘리베이터의 짧은 만남은 누가 누군지 알아보고, 얼굴을 익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중에 답변이 온 유일한 곳, 바로 우리 왼쪽에 있는 옆집이었다. 옆집은 이사를 축하한다며, 짧은 가족소개가 담긴 쪽지와 함께 주방세제와 과자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자주는 아니지만 계절이 바뀔 때쯤 종종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았다.
시댁에서 옥수수를 잔뜩 선물 받은 날, 나는 옥수수 여러 개를 봉투에 담아 쪽지와 옆집 문고리에 걸어두었다. 하루 이틀 지나면, 문고리에는 옆집에서 보내온 감자와 음료수, 짧은 메모가 걸려있었다.
얼마 전, 마지막 쪽지가 여름이었던 게 생각나 요거트와 주스를 짧은 쪽지와 함께 걸어두었다. 이틀이 지났을까. 역시나 먹음직스러운 사과와 쪽지가 함께 돌아왔다. 몇 번의 쪽지와 선물을 주고받았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여전히 옆집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지난 주말, 엘리베이터에서 옆집을 마주했다. (사실 옆집인 줄 몰랐다.) 같은 층수를 누르고 내렸는데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옆집과 나는 그제야 서로 인사했다. (난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처음으로 얘기를 나눠본다며 아파트 복도에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옆집은 항상 먼저 선물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했고, 나는 앞으로도 종종 보내드리겠다고 주말 잘 보내시라며 훈훈하게 대화를 마쳤다.
나는 원래 가족이든 친구에게든 주변사람에게 작은 것이라도 선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주변인들의 생일과 기념일을 말할 것도 없고, 집에 가끔 방문하는 수리기사님이나 손님들에게도 항상 손에 뭘 들려 보내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라 간식을 항상 쟁여놓는 편이다.
때때로 돌아오는 선물을 받는 것이 좋아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받는 사람의 기분 좋은 모습을 보면 나도 뭔가 들뜨는 기분이다. 집 앞에 내가 시킨 택배가 있어도 물론 기쁘지만, 옆집이나 친정엄마가 가끔 문고리에 걸어두고 간 쇼핑백을 볼 때면 왠지 힘들었던 그날의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옆집도 그 마음을 비슷하게 느꼈으리라 생각하며, 오늘도 예고 없는(?) 작은 선물과 쪽지를 사부작거리며 준비한다.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 뭐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물론 둘 다 좋지만, 이제는 주는 쪽이 아주 조금 더 좋은 것 같다.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닌데도 자꾸만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인생의 참맛을 드디어 알아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