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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유 Jul 02. 2024

친구의 결혼

사랑이 우스운 나이는 오지 않는다.

20년도 더 된 고등학교 시절부터 절대 비혼을 외치던 친구가 (마침내) 결혼을 한다. 아마 나의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마지막 타자가 될 것이다.


여느 커플이 그렇듯이 친구 커플도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20대보다 보고 들은 게 많아진 탓에 문제 상황이 될 만한 것들이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3년 전 친구의 남자친구를 소개 받은 뒤, 여러 번 함께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눴다. 참 선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잘 만나다가 결혼하겠구나, 지금이라도 인연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이 커플을 응원했더랬다.


작년, 어느 초 여름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 오빠한테 헤어지자고 했어.


식장 입장할 때까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라지만, 아니 결혼을 하고서도 헤어지는 게 사람 일이라지만, 정말 이 커플은 헤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에(우리랑 평생 같이 놀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치 내가 이별이라도 한듯 황망했다.


자초지종이라도 들을 겸, 혼자 우울해 있을 친구를 집으로 불러 술을 한잔 했다.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지 않은가. 나 역시도 별별 이유로 지난 이별들을 마주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살다보니, 커플들 사이에 있는 정말 사소한 일이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될 때가 있고, 이 정도 일은 함께하면 해결되는 일이라는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이때가 그랬다. 이것들은 헤어질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눈알이 빠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울고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그랬다. 나에게 이 둘이 모두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나와 남편의 설득(?)에 친구는 결국 마음을 돌리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사람의 관계는 그 얼마나 가볍고도 무거운지. 그냥 마음을 돌려 다시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친구의 퉁퉁 부은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대학교 시절, 그때도 동전 노래방이 유행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즈음,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첫사랑의 쓰디쓴 눈물을 삼키면서 불렀던, 노을의 ‘전부 너였다’라는 노래가 있다.


나는 기도해요, 사랑이 우스운 나이까지 단숨에 흘러가길’ 


이 노래를 부르면서 얼마나 울었었는지, 싸이월드에 그 증거가 남아있다.(다시 복구가 안됐으면 좋겠다) 제발 내가 한시바삐 그 나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청승을 떨어댔고, 친구들은 그런 나를 살뜰이도 위로했다.


-


그 후로 20년이 지났다. 나에게는 사랑이라는 말조차 부족한, 사랑이란 걸 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더 생겨났고, 나를 위로해주던 친구는 아직도 사랑에 울고 웃는다.




결국, 사랑이 우스운 나이는 오지 않았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에서처럼 아마,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다.


결코 우스워지지 않을 사랑을 안고 내 친구의 새로운 삶이 꾸준히, 소소히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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