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웅 Oct 21. 2024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안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면 쓰고있던 모자를 벗어야했다. 아침부터 쓰고 있던 모자라 눌린 머리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바르셀로나까지 와서 꽁지 빠진 수탉 같은 머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는 싫었다.  나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성당 몇 군데를 다녀본 내가 아닌가?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까지 갔던 나였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모습은  만약 천국이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서 빛이 들어왔다. 그 빛은 하늘에 매달린 예수상으로 쏟아져 내리고,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지는 빛 속에 나는 잠시 넋을 놓고 서 있었다. 빛의 색이 오전과 오후에 다르다던데, 우리는 오후에 들어가 붉은빛이 감도는 성당 안에 있었다. 오전엔 초록, 파랑, 보라색 빛이 성당을 감싸고, 오후에는 빨강, 주황, 노랑빛으로 변한다고 한다. 잠시 어지러움을 느껴 자리에 앉았다. 천장을 향해 가늘고 높게 뻗은 기둥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성물들,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십자가와 예수상은 그야말로 입체적인 천국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성당이 완공된다면, 예수를 상징하는 탑이 성당의 가운데에 가장 높게 위치하게 된다. 설계된 탑의 높이가 172.5 m로, 울름 대성당의 161.5 m를 넘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될 것이다. 172.5 m인 이유는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 173m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느님이 만든 것을 넘봐서는 안 된다는 가우디의 겸손한 의도라 한다. 젠장 이 모든 것이 의도라니? 가우디는 25%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숨을 거뒀다. 건축가가 불시에 사망한 상태에서 남은 불완전한 설계도를 해석하며 건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건축가들이 가우디의 의도를 해석하고,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성당 건축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관광 세일즈 포인트가 되었다. 성당 건축비는 상당부분 관람비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광객의 유치는 건축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스페인 정부에서는 가우디 100주기가 되는 2026년까지는 완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하고, 장비와 인원을 늘려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치밀한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인원과 작은 부분을 조각하는 것 까지, 충분히 검토한 후에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과 건설 인력은 충분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과 디자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손대지 못하고 2026년에 맞추어 계속 공사를 진행한다는 우려가 있다. (나무위키 펌)

 

"아빠, 어때? 여기 오니까 막 회개하고 싶지 않아? 딸에게 잘못한 거 있으면 고해성사해봐."

딸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사람 머리에서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지 않냐? 이게 다 의도된 건가? 아니면 하다 보니까 얻어걸린 건가?"

"아빠나 대충 하지, 여기 사람들은 다 계산해서 만들어. 성당 모형도 만들고, 아침, 저녁 빛의 방향까지 다 검증해서 지은 거라니까."

"다 완성되면 또 오고 싶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스페인 정부가 일부러 천천히 짓는 거 아닐까? 관광객 유치하려고."

나는 피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당을 받치는 기둥은 마치 커다란 나무 같았고, 그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 성당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숲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이었다.

"김대건 신부 이니셜로 A.KIM 쓰여 있는 거 봤어?"

"나는 못 찾겠던데, 아빠는 어떻게 찾았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말 몰라?"

"그럼, 아빠는 죽을 때까지 못 찾을 텐데."

"저기 한국 사람들 모여서 사진 찍는 거 보이지? 거기 가면 보여. 아빠는 착하지는 않아도 눈치는 빠르잖아."


 영생의 파사드 면에 있는 청동문에는 각국의 언어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에서 한글로 쓰인 문장을 찾는 것도 작은 즐거움이었다. 성당을 천천히 둘러보며 마음속에 감탄과 고요함을 채워 넣었다. 나는 문득 이곳이 정말 천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A.KIM


이전 12화 El Glop Gaud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